A5판. 126면. 1939년 청색지사(靑色紙社)에서 발행하였으며 장정은 화가 구본웅(具本雄)이 맡았다. 작자의 첫 시집으로 자서(自序)에 이어 모두 55편의 시를 3부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저자는 자서에서 “시란 생명의 표현, 혹은 생명 그 자체”라고 말하였는데, 이와 같은 언명은 저자의 작품에 의해서 뒷받침되고 있다. 이른바 ‘생명파’의 시적 경향을 스스로 웅변한 것이라고 본다.
1부는 「박쥐」 · 「고양이」 · 「그리움」 · 「이별」 · 「아버님」 등 24편, 2부는 「죽(竹)」 · 「조춘(早春)」 · 「시일(市日)」 · 「그리우면」 · 「입추(立秋)」등 21편, 3부는 「향수(鄕愁)」 · 「원수」 · 「심야(深夜)」 · 「군중(群衆)」 등 10편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저자가 문단에 데뷔한 1931년부터 약 8년간에 걸쳐 쓴 것들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저자의 초기를 대표하는 시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깃발」 · 「그리움」 · 「입추」 · 「노오란 태양」 등이 그것이다.
이 시집에서는 두 가지 경향을 볼 수 있다. 첫째는 인생탐구의 보다 명상적인 경향이고, 둘째는 자연을 소재로 한 순수서정의 경향이다. 이 가운데 전자가 이른바 생명파의 경향에 속한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깃발」 · 「일월(日月)」 · 「분묘(墳墓)」 등이 이 계열에 속한다.
특히, 「일월」에서 우리는 저자의 생명에 대한 사랑과 외경(畏敬), 그리고 의지에 대한 강한 믿음을 발견할 수 있다. 원초적인 것, 본능적인 것, 생이 지닌 근원적인 고뇌 등 생명파 시들의 보편적인 주제가 잘 드러나 있다.
한편, 「입추」 · 「산」 · 「추해(秋海)」 등은 순수한 자연의 서정을 노래한 시들이다. 예를 들어 「입추」에서는 인생론적 요소나 생명파적인 특징도 찾아볼 수 없고, 다만 자연의 서정이 담담하게 묘사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연 서정은 제2시집 『생명의 서(書)』에 이르면서 점차 불식되고 생에 대한 보다 관념적이고 사색적인 시들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청마시초』는 1930년대 후반에 생명파를 탄생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한 시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문학사적으로 볼 때 이 시집은 1930년대 초의 ‘시문학파’로 불리는 언어기교주의나 동시대 중반의 모더니즘에 대립하여 시를 생명의 목소리로 환원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