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파’라고도 한다. 1936년에 간행된 시 동인지 『시인부락(詩人部落)』과 유치환(柳致環)이 주재한 시 동인지 『생리(生理)』(1937)에 나타난 생명의식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시인부락』의 동인인 서정주(徐廷柱) · 오장환(吳章煥) · 김동리(金東里) · 유치환 등의 시로부터 발견되는 생명의식에서 강렬하고 독특한 생리적인 욕구, 도덕적 갈등, 시대의 인식 등이 함께 융합되어 나타난 데서 생명파 또는 인생파라는 호칭이 주어졌다.
유치환은 우주적 교감과 생명에 대한 열애를 노래하면서 시대의 불행도 함께 의식한 시를 썼다. 삶의 고통을 초탈하려는 의지로의 표현인 비정한 태도가 시에 투영되었는데, 이러한 생명의식은 전 시대의 시문학적 전통인 유물론적 인간의식이나 예술지상주의적 순수의식 등에 반하여, 삶 자체의 현상에서 시의 가치를 이루려는 일단의 시도라고 평가된다.
서정주는 『시인부락』 제1집에서 「문둥이」 · 「옥야(獄夜)」 · 「대낮(正午)」, 그리고 제2집에서 「화사(花蛇)」 · 「달밤」 · 「방(房)」을 발표하였다. 이 작품들은 서정주의 초기 시의 특징을 보인다. 「문둥이」는 천형(天刑)의 인간이면서도 자신의 주어진 생명을 향유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일제치하의 고통이나 억압과도 연결된 생명의식의 미학이기도 하다.
「대낮」은 두 남녀의 성애의 욕구와 작열하는 태양과 마약이 어우러진 적나라한 생명 현상을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인간의 실제적인 감각과 삶의 기초로서의 육체적 욕망이 속임없이 사실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또한, 「화사」에서는 순녀에 대한 화자의 육체적 욕망이 배암과 이브의 대응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욕망에 구속되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욕망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화자의 상반된 감정이 적절히 드러나고 있다.
즉, 도덕적 자아와 욕망의 본능이 서로 엉켜 있는 정서적 양식을 노래한 것이다. 오장환은 「정문(旌門)」에서 성숙한 여인과 어린 신랑의 이야기를 풍속적 자료에서 취재하여, 여인의 욕망과 종가집의 도덕적 지향과의 불협화를 적절히 제시한다. 또 그 도덕적 위선을 폭로하면서 삶의 근원적인 욕망을 사실대로 인정하고 있다.
김동리는 「나긴 밤에 낫지만」 · 「간이는 간이는 다시 없네」 등을 발표하였고, 이 시에서 사랑을 얻지 못한 화자의 독백을 통하여 삶의 본연한 모습을 시화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시인부락』의 동인인 김달진(金達鎭) · 김진세(金軫世) · 여상현(呂尙玄) · 함형수(咸亨洙), 『생리(生理)』의 동인인 유치상(柳致祥) · 최두춘(崔杜春) · 염주용(廉周用) 등은 시적 경향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인 특질을 소유했다고 할 수 있다.
즉, 생명파 시인들은 우리 시사에서 삶의 본연성을 욕망적 차원에서 진실하게 드러내었고, 그에 내재한 욕망과 도덕의 갈등을 시적으로 극복하려는 데 주요한 성취를 이룩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