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114면. 호부장. 작자의 제2시집으로, 1947년 행문사(行文社)에서 발행하였다. 저자의 자서(自序)에 이어 2부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는 「귀고(歸故)」·「편지」·「춘신(春信)」·「출생기」·「생명의 서」 제1장과 제2장 등 32편, 제2부에 「절도(絶島)」·「해바라기밭으로 가려오」·「들녘」·「우크라이나 사원」·「육년후」 등 27편, 모두 59편이 수록되었다.
이 시집은 1955년 영웅출판사에서 재판이 나왔는데 여기에는 3편이 추가되어 모두 62편(제1부 34편, 제2부 28편)이 되었다. 제1부의 시는 주로 저자의 유년기 체험과 허무 의식의 바탕 위에서 근원적인 생명의 의지를 노래한 작품들이다. 제2부의 시는 1930년대 말에서 1940년대 초에 걸친 이른바 ‘북만주 체험’을 작품화한 것들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제2부에 수록된 북만주 체험의 시편들에 대하여 특별한 애착을 느낀다고 술회하였다. 그러나 제1부에도 뒷날 널리 인구에 회자된 「바위」·「생명의 서」·「드디어 알리라」 등 대표작들이 실려 있다. 이 시집의 특징은 ‘침통비건(沈痛悲健)한 생명의 곡조’, ‘우주와 인간 생명의 장엄한 비정성(非情性)’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이러한 논평의 구체적 예증으로서 작품 「바위」를 들 수 있다.
여기에는 저자의 어조와 정서를 남성적인 것으로 규정할 수 있는 특징이 드러나 있어서, 저자는 한편으로 한국시의 남성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도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남성주의의 기조 위에서도 「편지」에서 보는 바와 같은 순박한 서정성도 있어서 그의 시세계가 폭넓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시집은 광복 후 민족 진영 문학인들의 시적 업적을 대표하는 기념비적 시집으로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