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102면. 작자의 제2시집으로 1947년 동백사에서 간행하였다. 서두에 지은이의 머리말이 있고 내용은 2부로 나뉘어, 1부에 「38선의 밤」·「우리 군대」·「진통」·「옥비녀」·「출발」 등 16편, 2부에 「국화」·「장미의 말」·「그 음성」·「침묵」·「야경」 등 34편으로 모두 50편을 수록하였다.
처녀시집 『빛나는 지역』(1933) 이후부터 해방기에 이르기까지의 서정시들도 포함되어 있으나, 해방된 조국에서 느끼는 광복의 감격과 조국에 대한 애정 및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짙게 드러낸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시집 중의 대표적인 시에 해당하는 「옥비녀」와 「이 생명을」은 소박한 서술적 경향으로 조국의 혼란과 위기의식을 노래한 작품에 해당한다.
“그러나 임이여/반역자를 죽이기 전/자본가의 빌딩에 불을 놓기 전/먼저 조선의 생명을 살리는 길/오! 이러한 투쟁에 있나 가슴에 물어보소서/성내어 이론을 자랑하기 전/어루만져 불쌍한 동족을 이해해 보셨나이까?//이러지 않고야 임이여!/언제 그 약속한 그날이 온단 말입니까?”(「옥비녀」)에서는 정치적 혼란과 투쟁으로 인해 이곳 저곳에서 테러가 자행되는 등 동족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생각, 정치적 이념의 대립으로 인한 조국의 혼란을 소박한 민족주의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한편 “임이 브르시면 달려가지요/금띠로 장식한 치마가 없어도/진주로 꿰맨 목도리가 없어도/임이 오라시면 나는 가지요/임이 살리시면 나는 사오리다/먹을 것 메말라 창고가 비었어도/빗더미로 옘집 채찍 맞으면서도/임이 살라시면 나는 살아요”(「이 생명을」)에서는 조국을 향한 희생정신을 옥비녀를 간직하고 있는 여인의 심정에 비유하여 표현한 시로 평가된다.
첫 시집 『빛나는 지역』이 빛나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희망의 감정을 민족의 운명에 투사시켰다면 제2시집에 와서는 이를 좀더 구체적인 현실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