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6판. 188면. 작자의 제10시집으로, 1960년 동서문화사(東西文化社)에서 간행하였다. 장정은 정점식(鄭點植)이 맡았다. 발문과 서문 및 후기는 없고, 총 94편의 시를 7부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1부에는 「봄바람에 안긴 한반도」·「봄날의 꿈」·「오전의 정한」 등 7편, 2부에는 「귀로에서」·「원경」·「아리아」등 10편, 3부에는 「지족」·「시인에게」·「생명의 문」 등 8편, 4부에는 「아브라함의 일족」·「월광」·「비오 12세」 등 5편, 5부에는 「하늬바람의 노래」·「화방에서」·「네게 묻는다」 등 4편, 그리고 6부에는 「단장(斷章)Ⅰ」이라는 제목 아래 45편, 7부에는 「단장Ⅱ」라는 제목 아래 15편이 각각 수록되어 있다.
시의 형태로 볼 때 1∼3부 및 5부의 시들은 자유시로서 비교적 정제된 느낌을 주고 있는 데 반하여 4부는 모두 산문시로 되어 있으며, 6∼7부는 경구(警句) 형식의 짧은 언명과 묵시적 단상이 주가 되는 산문시로 구성되어 있다.
시의 내용으로도 이 시집은 다양한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봄바람에 안긴 한반도」등과 같은 국토예찬의 시, 「화방에서」와 같은 정치 참여적인 시가 있는가 하면 「그리움」과 같은 인생론적인 시, 「대하」와 같은 철학시도 있다.
이 가운데 「화방에서」는 4·19 이전에 발표된 것으로서 유치환의 정치 참여의식을 잘 대변하여주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시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인생론적인 시들이다. “먼 풀밭에 엎대져 누우면/나는 땅 위에 떨어진/한 개 장갑/하늘의 빛 사다리를 타고/사뭇 오르내리는 황홀히 눈부신 것……”이라고 표현한 시 「그리움」은 인간의 삶을 풀밭에 버려진 장갑 한 짝으로 비유하여 삶의 존재론적 의미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시집은 유치환의 초기 시에서 드러나는 관념성, 본능적인 목소리, 그리고 생경한 한자투의 조어(造語)가 많이 정제되어 있으나 한편으로는 긴장이 이완되고, 표현이 산문화된 경향이 없지 않다. 또한 초기의 생명파적인 요소도 인생론적인 문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