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70면. 작자의 제4시집으로, 1940년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발간하였다. 서문이나 발문이 없이 「벽(壁)」 · 「분수(噴水)」 · 「황혼」 · 「자화상」 · 「마을」 · 「언덕」 · 「빙하(氷河)」 등 총 27편의 작품을 싣고 있다.
이 시집의 작품들은 대체로 시인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표현을 그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색조는 밝고 경쾌하기보다 가라앉아 있고 침통한 면이 있다. 그러나 퇴폐적이거나 감상에 치우치지 않고 사변(思辨)을 곁들인 내면적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한낮의 꿈이 꺼질 때 바람과 황혼은 길 저쪽에서 소리 없이 오는 것이었다.”라는 「마을」의 한 구절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부분의 작품이 한 연 단위로 종결어미 ‘―다.’형을 취하면서 끝나고 있어 자신의 세계를 차분하게 펼쳐 보이고 있는 시인의 태도를 짐작하게 한다.
『시학(詩學)』을 무대로 함께 활약한 이육사(李陸史)는 이 시집에서 더욱 원숙해가는 시인의 시적 경지를 엿볼 수 있다고 호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