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49수로 『갈봉유고(葛峯遺稿)』에 실려 있다. 이들 작품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제목 다음에 곁들여 적혀 있는 “가(歌)를 짓고 남은 뜻을 뽑아 내어 짧막한 마리들을 만들었노라(抽出歌中餘意 以爲短闋).”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여기서 가(歌)란 김득연 자신이 지은 장편 가사 『지수정가(止水亭歌)』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산중잡곡』은 그가 『지수정가』를 짓고 난 다음 남은 여러 가지 생각과 느낌을 시조라는 단가 형식에 담아서 읊조린 작품이다.
구체적으로 『산중잡곡』 49수의 내용은 ① 물외한인으로 자연 속을 우유하는 작자의 생활 태도, ② 시문과 사장에 대한 생각을 적은 것, ③ 인생의 덧없음과 몸이 늙었음을 탄식한 것 등 여러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작품은 평시조의 형태를 충실하게 취했다. “용산(龍山)에 봄비 개니 고사리 채 ᄉᆞᆯ○다/석침(石枕)에 송풍(松風)이 부니 ᄌᆞᆷ이 절로 ○다/아ᄒᆡ야 ○므로 달혀라 번못기다려 ᄒᆞ노라.”
그러나 그 가운데는 일반 평시조에서 상당한 거리를 가진 작품도 있다. “히히히 ᄯᅩ 히히히히/이러도 히히히히 저러도 히히히히/ᄆᆡ양에 히히히히ᄒᆡ니 일일마다 히히히히로다.” 이것은 크게 보면 평시조의 3장6구 형식을 대체로 지킨 작품이나, 그 어투는 여느 양반 시조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한편, 여기에 포함된 대부분의 작품들에는 한문 성구가 꽤 빈번하게 나온다. “생애는 수경백발(數莖白髮), 심사는 일편청산(一片靑山)/설월풍화(雪月風化)애 사시가흥(四時佳興) 다 ᄀᆞ잣다/이외에 즐거온 일이 ᄯᅩ 업ᄉᆞᆯ가 ᄒᆞ노라.”, “솔아래 길ᄒᆞᆯ내고 꼿우희 ᄃᆡ를 ᄉᆞ니/풍월연화(風月烟火)는 좌우로 오ᄂᆞᆫ고야/이 ᄉᆞ예 한가히 안자 늘ᄂᆞᆫ 줄을 모ᄅᆞ리라.”
대체로 『산중잡곡』은 우리말의 맛을 잘 살려서 쓴 것이라기보다는 그 시상(詩想) 또는 상상력에서 볼 만한 단면을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다음의 작품 한 수 “버지오마 커ᄂᆞᆯ 솔길ᄒᆞᆯ 손소쓰니/무심(無心)ᄒᆞᆫ 백운(白雲)은 쓸소록 고쳐 난다/져 백운아 동문(洞門)을 ᄌᆞ모지 마라 올길 모ᄅᆞᆯ가 ᄒᆞ노라.”는 시조사에서 가작(佳作)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