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의 명산대천에 기도하여 망자(亡者)의 사후 안주와 그 유족의 길복을 비는 거리이다. 산천굿은 주로 무당이 혼자 장구를 치면서 말과 노래로 「붉은 선비와 영산각시」 무가를 부르는 것으로 구성된다.
「붉은 선비와 영산각시」는 설화적인 무가인데 함흥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조사된 바 없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글공부하던 붉은 선비가 집에 돌아오는데, 맑은 샘물을 마시지 말고 머루와 다래를 따먹지 말고 악수가 쏟아져도 피하지 말고 천년고목이 타고 있어도 그 불을 끄지 말라는 서인의 말을 모두 어겼다.
천년고목의 불을 끄자 젊은 여인이 나와 재주를 넘고는 큰 대맹이(대망)이가 되어 잡아먹으려 하였다. 이유를 묻자, 대맹이는 죄를 짓고 쫓겨난 천상의 선녀인데 맑은 물, 머루, 다래를 먹고 승천하려했던 것을 붉은 선비가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붉은 선비는 부모님을 뵙고 오는 길에 잡혀먹힐 것을 약속하고 집에 돌아왔다. 부인 영산각시가 그 말을 듣고 대맹이를 만나 남편없이 살 길을 마련해달라고 하자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해주는 보물이라면서 구슬 하나를 주었다.
영산각시는 그 구슬을 들고 대맹이를 향하여 ‘너 죽어라.’ 했더니 대맹이가 죽었다. 영산각시는 대맹이를 불태우고 그 재를 팔도에 뿌려 백두산· 금강산·삼각산 등 명산대천과 여러 사물을 만들고, 사람으로 하여금 기도하여 길복을 얻게 하였다는 것이다.
산천굿을 할 때는 8개의 소반을 차리는데 이는 팔도명산에 바치는 것이고, 영혼을 극락을 가더라도 뼈는 명산에 묻혀야 된다는 내용의 무가가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