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을 하는 집의 남자주인인 대주(大主)가 굿의 비용을 담당하는 물주라면, 계주는 굿을 직접 집행하는 사람이다. 굿을 행하는 사제자(司祭者)는 무당이지만 무당을 불러서 굿을 준비하고 굿의 진행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은 계주이다.
물론, 계주가 예산을 짜거나 굿의 형식 등 모든 것을 무당과 협의하여 행하지만, 집의 모든 책임은 계주가 담당한다. 주부권을 가지지 않은 시어머니도 계주라 부르기는 하나, 원칙적으로는 주부권을 가진 자가 계주가 된다. 이것은 가장권, 특히 경제권이 있는 남자가장이 대주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계주는 제물이나 굿에 필요한 것들을 집에서 준비하고, 굿이 진행되는 가운데 비용, 특히 별비(別費)를 써야 하고 무녀가 신탁(神託)인 공수를 내리면 이를 받아야 한다. 즉, 무당이 주는 신덕(神德)을 받는 사람이다. 반면에 대주는 물주이지만 굿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굿의 효과를 받는 대표자이다.
굿에서 주로 대주를 위하여 정성을 드리는데, 재수굿의 경우에는 특히 대주의 운수가 좋아져서 가정이 잘되기를 빈다. 이와 달리 계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하여 굿을 집행하는 사람이므로 계주의 무속에 대한 신앙이 없이는 굿은 실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계주가 굿에 대한 경험이 없거나 굿을 잘 모르면 굿의 진행이 어렵거나 분위기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무당이 부채로 바람을 일으켜 ‘재수 사망’을 안으로 보내주면 치마를 벌려서 이를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이, 공수에도 일정한 대답을 하는 식이 있어서 빌고 절하고 대화하여야 굿의 분위기가 조성되기 때문에, 계주의 능력이야말로 굿의 중요한 요건이 된다.
또 계주는 정성을 드리는 주체이기도 하다. 계주는 굿을 하려면 목욕재계하고 금기를 하며, 굿에서 신앙적 대표자이기 때문에 절하고 비는 일을 하는 등, 무녀와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정성을 함께 드린다.
특히, 신덕을 입기 위한 무감을 서서 무복을 입고 춤을 추기도 한다. ‘굿하려도 맏며느리 춤추는 꼴 보기 싫어서 안 한다.’라는 속담은 주부권이 있는 맏며느리의 계주로서 굿에서의 구실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