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3년(흥덕왕 8) 주조. 높이 111cm. 일본의 국보. 일본에 소재한 한국범종 가운데 최고의 기년명(紀年銘)을 지닌 작품이다.
용뉴(龍鈕)는 그 입을 천판(天板)위에 붙인 채 입안에 표현된 보주(寶珠)로 천판과 연결되었다. 용두는 상원사종(上院寺鐘, 725년)·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 771년)에서 보였던 역동감이나 사실성이 결여되어 마치 괴수형(怪獸形)으로 변모된 모습이다. 가늘고 짧은 목은 직각으로 꺾여 굵은 음통(音筒)에 연결되었다.
이 음통 부분의 상단에는 마치 유두처럼 돌출된 6개의 연화좌가 장식되었고, 그 아래로는 연곽대(蓮廓帶)문양과 동일한 형태의 연속문이 얕게 부조되었다. 다시 음통의 후면 하단에는 당좌(撞座)형태의 8엽 연화좌(蓮花座)로 장식한 점이 독특하다.
한편, 상·하대에는 세밀한 파도문 주위로 작은 암산을 배치한 이례적인 문양을 동일하게 시문하였고, 폭이 넓은 연곽대에는 상·하대 문양과 또 다른 X자형 집선문 구획 안으로 화문과 엽문(葉文)을 촘촘히 시문하였다.
또한 이 종에서는 연곽과 연곽 사이에 해당되는 상대 바로 아래에 별도의 명문구(銘文區)를 만들어 10행 118자의 명문을 돋을새김한 점을 볼 수 있다. 명문 중 첫머리에 나오는 ○太和七年(태화 7년)○은 833년에 해당되며, ○菁州蓮池寺(청주연지사)○의 청주는 경상남도 진주(晋州)의 옛이름이지만 연지사의 소재는 미상이다.
종신의 하단부에는 천의(天衣)를 날리며 구름 위에 앉아 두 팔을 벌린 채 장고(長鼓)를 치는 주악상을 앞뒷면 1구씩 동일한 모습으로 시문하였다. 8세기 범종에 보였던 2구 1조의 주악상이 이 시기에 와서는 단독상으로 바뀐 시대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주악상과 교대로 배치된 2개의 당좌는 내부에 별모양의 연과와 그 여백을 집사선문(集斜線文)으로 장식한 자방(子房) 주위로 간엽(間葉)이 첨가된 8엽의 연판문을 원권(圓圈) 없이 시문하였는데, 전 시기에 비해 도식화되었다.
이 종은 성덕대왕신종에서 천복(天復)4년명종(904년)으로 이행되는 양식적 특징을 잘 보여 주는 것으로, 9세기 종명이 있는 유일한 편년자료로서 더없이 귀중한 예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