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 십이지일(十二支日)의 하나로 ‘첫 용날’이라고도 한다. 이날 새벽 하늘에 사는 용이 지상에 내려와 우물에 알을 풀어놓고 가는데 이 우물물을 제일 먼저 길어다가 밥을 지어 먹으면, 그 해 운이 좋아 농사가 대풍이 든다고 한다.
따라서 부녀자들은 이날 남보다 먼저 일어나 우물물을 길어오기에 바빴다고 한다. 『동국세시기』에는 이러한 풍습을 ‘용알뜨기’라 하고 대보름날[上元] 풍속으로 기록하고 있다. 용의 알을 먼저 떠간 사람이 그 표시로 지푸라기를 잘라 우물에 띄워두면 다음에 온 사람은 용의 알이 있을 딴 우물을 찾아가게 된다.
상진일에 머리를 감으면 두발이 용의 머리털처럼 길어진다고 해서 여인들은 머리를 감았다. 또, 콩을 볶아 먹으면 그해 곡식에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해서 농가에서는 콩을 볶아 아이들이 가지고 다니면서 먹기도 한다. 한편, 실과 같이 긴 물건을 뱀의 상징으로 여겨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농경민족인 우리 조상들은 비가 골고루 내려 풍년이 들게 하기 위해서는 수신(水神)으로서의 용신(龍神)을 잘 섬겨야 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첫 진일은 일년 농사의 풍흉과 관계 있다고 믿어 풍년을 기원하는 민속행사가 있었다. 그런데 전라남도 지방에서는 상진일에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오지 않는다.
만일 물을 길어오면 농사철 바쁜 때 큰비가 내려 홍수가 난다고 믿었다. 또, 어촌에서는 어장(漁場)에 해를 입는다고 해서 물을 길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지방에서는 첫 진일 전날에 각 가정에서는 물을 넉넉히 길어다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