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의 구분 없이 15행으로 된 자유시이다. 1965년 모음출판사에서 발행한 시집 『청동시대(靑銅時代)』에 수록되었으며, 1985년정음사(正音社)에서 발행한 시선집 『라일락 속의 연인들』에 재수록되어 있다. 제목이 암시하는 바처럼 이 시는 새봄을 맞이하는 시인의 소망과 기원을 소박한 리리시즘의 바탕 위에 평이한 시어로 펼쳐내었다.
시인은 우선 자신의 내부에 얼어붙어 있는 어둠이 새봄을 맞이하여 풀리기를 기원한다. 또한, 추위를 견디어낸 나무들마다 초록빛 잎이 돋기를, 땅속의 벌레들도 눈을 뜨고 일어나기를 기원한다. 이렇게 모든 것이 풀리고 약동하는 봄의 정경이 다시 자신의 몸에 생기와 사랑을 불붙게 할 것을 다짐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이 작품은 이미지의 선명한 구사라든가 특이한 시어의 배치 등은 눈에 띄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단순하고 평이한 감정을 소박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가 서정의 진폭과 공감의 영역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 이유를 몇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이 시가 제작된 1960년대는 서구적 방법론에 의한 이미지의 실험이라든가 시어의 다층적 구사가 집중적으로 행해지던 시기였다. 그러한 시단의 분위기에 굳이 등을 돌리고 전통적 서정주의에 입각한 작품을 고집스럽게 써나간 시인이 바로 박희진이였고, 그러한 경향을 이 시가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 시대의 전반적 분위기와는 이질적인 이 시의 시풍이 오히려 참신한 인상과 훈훈한 인정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둘째, 이 시는 소박한 내용을 그것에 걸맞은 평이한 언어로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게 하는 데 성공하였다. 시가 귀족적 상부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언어를 해독할 줄 알고 감정의 파장에 동참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만인공유의 창조물이라는 관점에 이 시는 서 있는 것이다.
셋째, 이 시가 기도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점도 이 시의 매력을 지속하게 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전통적 서정성의 울타리 속에서 기도의 형식은 감정의 진폭을 확장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해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