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옥의 첫 시조집 『초적(草笛)』(수향서헌, 1947)에 실려 있다. 이 시조집 3부에 문화적 유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묶여 있는데, 그중 제일 처음에 수록되어 있는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고려의 청자를 소재로 하여 그 외양의 아름다움과 정신적 가치 및 역사적 영원성을 찬양한 것이다. 조선의 백자를 노래한 저자의 「백자부(白磁賦)」와 짝을 이룬다.
모두 다섯 수로, 첫째 수에서는 청자의 겉모습과 질감을 노래하였다. 한줌 흙으로 빚어졌으나 천 년 전 봄의 감촉이 그대로 살아 있음을 예찬하였다. 둘째 수는 청자의 색감을 예찬하였는데, 색감과 더불어 청자에 그려진 문양까지도 묘사하였다.
그 묘사하는 구절은 시조의 묘미를 충분히 살려서 “몇 포기 난초(蘭草) 그늘에 물오리가 두둥실!”로 표현되어 있다. 여기에서 의태어를 맨 끝에 도치시키면서 감탄사로 전환시킨 수법은 시적으로 상당히 세련된 면을 보인다.
셋째 수 역시 청자에 그려진 문양을 묘사하였다. 둘째 수와 연속된 시정이 펼쳐지는 것은 둘째 수 종장에 제시된 ‘물오리’를 이어받아 셋째 수 초장에 ‘호심(湖心)’을 제시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셋째 수 종장은 “두날개 향수(鄕愁)를 접고 울어볼줄 모르네”로 되어 있어 그 주체가 앞에 제시된 ‘물오리’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 청자가 갖는 정신적 가치 및 일제하의 굴욕 속에 느꼈던 민족정서가 표현되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넷째 수는 오리의 심상을 더욱 확장시켜 오리의 눈동자에서 선조들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고 노래하고 있다. 앞에서 환기되었던 민족정서 및 역사적 영원성이 여기에서는 더욱 뚜렷이 부각된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수에서는 민족적 정서가 더욱 구체화되어 이 청자를 제작하고 즐겨 구경하던 조상들의 손길이 오늘에도 식지 않고 살아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은 단순한 회고적 유물 예찬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의 억압된 상황 속에서 '청자'라는 구체적 사물을 통하여 민족의 일체감을 회복하고 역사적 영원성을 일깨우고 있다. 특히, 그러한 내용을 시조라는 전통적 양식에 의거하여 표현함으로써, 전통문화의 포괄적 계승이라는 측면도 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