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담(神異譚)에 속한다. 『삼국유사』 권5 감통편(感通篇)에 ‘선도성모수희불사(仙桃聖母隨喜佛事)’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으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진평왕 때 안흥사(安興寺 : 지금의 경상북도 영주시에 있었던 절)의 여승 지혜(智惠)가 불전(佛殿)을 수리하려 하였으나 힘이 모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 선도산의 성모가 나타나 불전 수리를 기특한 일이라고 하면서 “내 자리 밑에서 금 열 근을 꺼내 쓰라.”고 하였다. 다음날 지혜가 무리를 데리고 신사(神祠)의 자리 밑을 파 보니 황금 160냥이 나왔다. 이로써 불전 수리는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선도산성모는 본래 중국 제실(帝室)의 딸로 이름을 사소(娑蘇)라 하였는데 일찍이 신선술(神仙術)을 배워 신라에 와 머물렀다. 아버지인 황제(皇帝)가 솔개(독수리) 발에 편지를 매어 딸에게 보냈는데, 그 편지에 이르기를 “이 솔개가 머무는 곳에 집을 삼으라.”고 하였다.
사소가 그대로 하였더니 솔개가 선도산에 앉았으므로 사소는 그곳의 지선(地仙)이 되었다. 이로써 산 이름을 서연산(西鳶山)이라 하였다. 그 뒤 선도산성모는 오랫동안 이 산에 살면서 나라를 지켰는데 그 동안 신령스러운 일이 자주 일어나 삼사(三祠)의 하나로 삼고 차례를 망제(望帝)의 위에 두었다.
신령스러운 일 중에는 신라 54대 경명왕이 매 사냥을 즐기다가 매를 잃고 선도산성모에게 기원하여 되찾은 일이 있으며, 또 다른 일로는 선도산성모가 처음 진한(辰韓)에 와서 아들을 낳아 동국의 첫 임금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아마 신라 박혁거세왕과 알영(閼英)의 두 성인을 말함일 것이다. 그리고 신라의 계룡(鷄龍)이나 계림(鷄林) 등의 지명도 닭은 원래 서방(西方)에 속하므로 서악(西岳), 즉 선도산과 관계있음을 알 수 있다.
김부식(金富軾)이 일찍이 송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그를 접대한 왕보(王黼)는 김부식에게 우신관(佑神館)에 모셔 놓은 여신상을 가리키며 “이 상은 귀국의 신인데 누구인지 알겠는가?”고 물었다. 김부식이 대답하기를 “옛날 중국 황실의 딸이 바다를 건너 진한으로 가 아들을 낳아 해동(海東)의 시조가 되었으며, 그 여인은 지선(地仙)이 되어 선도산에 있는데 이는 그녀의 상이다.”고 대답하였다.
한편, 『삼국유사』에서 일연(一然)은 다음과 같은 찬시를 지었다. “서연산에 머문 지 몇 십 년이 지났는고, 천제녀(天帝女)를 불러 신선의 옷을 짰도다, 장생술(長生術)도 영이함이 없지 않았는데, 부처를 뵙고 옥황(玉皇)이 되었도다(來宅西鳶幾十霜 招呼帝子織霓裳 長生未必無生異 故謁金仙作玉皇).” 이 설화를 통해 고대의 산신 신앙(山神信仰)에 불교 사상과 신선 사상이 모순 없이 융합된 모습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