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설총(薛聰)의 후예이며 대대로 의업에 종사하였다. 처음에는 상약의좌(尙藥醫佐)에 명하여졌으나 군부총랑(軍簿摠郎)·동지밀직사사(同知密直司事)를 거쳐 도첨의사사(都僉議司事)에 이르렀으며, 충렬왕이 병환이 있을 때마다 그를 불러 치료하게 하여 더욱 유명하여졌다.
원나라의 세조(世祖: 쿠빌라이)가 병으로 고려에 의원을 청하였을 때 안평공주(安平公主)가 그들을 원나라에 보내어 치료하게 하여 효과를 보게 되었다. 세조가 기뻐하여 관름(官廩)을 내리고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하였으며, 그가 바둑 두는 것을 친히 보기도 하였다.
그는 그곳에서 2년 동안 머물러 있다가 본국으로 돌아왔는데, 그 뒤 얼마 되지 않아 세조가 다시 불러 몇 차례 내왕하였으며, 그때마다 후하게 대접하였다. 그 뒤 원나라 성종(成宗)의 병으로 다시 원나라에 가서 머물렀는데, 관직은 찬성사(贊成事)에 이르렀다. 그는 신체가 장대하고 풍의(風儀)가 아름답고 천성이 근후하며 제왕에게도 은혜를 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