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방명록(芳名錄)과 유사하다. 백지로 만든 책과 붓·벼루만 책상 위에 비치해두면 하례객이 와서 이름을 적었다.
설이 되면 일가 친척을 찾아다니면서 세배를 하기 위해서 젊은이들은 집을 비우고 노인과 부녀자는 집을 지키게 된다. 그 사이에 다른 손님이나 손아랫사람들이 세배를 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수도 있으나, 주인이 없어서 세배를 못하고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찾아온 표시를 해놓아야 주인이 돌아와서 집 비운 사이에 누가 다녀갔는지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집을 비우고 나설 때에는 문밖에 지필묵(紙筆墨)을 놓아 두면 세배를 하러왔다가 되돌아가는 사람들은 제각기 이름을 적어두고 간다.
옛날에는 오늘날처럼 명함이 따로 없으므로 세함을 써놓는 풍속이 생겼으며, 연초의 세배는 새해를 맞이하여 경의를 표시하고는 문안드리는 것으로, 장유의 서열에 따라 꼭 지키는 것이 서로의 예의이었다.
세함에 성명을 적어 두고 다녀갔다는 표시가 되면 우선 예의를 지킨 셈이 된다. 오늘날의 내방객명부와 같은 것이다. ≪동국세시기≫에도 이 세함에 대한 기록이 있어서 이것이 전통적인 관습임을 알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