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저서의 기록으로 보아 신라시대에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백제신집방 百濟新集方≫과 같이 고려 성종 3년(984)에 일본의 단파(丹波康頼)가 편술한 ≪의심방 醫心方≫ 중에 ≪신라법사방≫이 두 곳, ≪신라법사유관비밀요술방 新羅法師流觀祕密要術方≫이 각각 한 곳씩 모두 4개의 방문이 소개되어 있다.
제1의 ≪신라법사방≫(의심방 권2)은 약을 먹을 때에 외우는 주문(呪文)인데, 주문을 읽어서 병액(病厄)을 없애버리고자 하는 인도 고대의 신비적 의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신앙을 중심으로 한 불도(佛道)의 의료술법들이 당시 신라의 의료에 널리 파급되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제2의 ≪신라법사방≫(의심방 권10)은 약초인 속수자(續隨子)로써 적취병을 치료한 것인데, 이 약초는 중국의 고전 본초서(本草書)인 ≪신농본초경 神農本草經≫에는 보이지 않으나 남조시대 양(梁)나라의 도홍경(陶弘景)이 수집한 명의별록에 소개되어 있다.
제3의 ≪신라법사유관비밀요술방≫(의심방 권28)은 방중어비(房中御妃)의 술법(術法)을 논한 것인데, 방중술법(房中術法:성교의 방법과 기술)은 ≪한서 漢書≫ 예문지(藝文志)에 의료술법의 일부로서 오래 전부터 의방술에 포함되어 있다. 이 술법은 신선도가(神仙道家)들의 방중보익법(房中補益法:방중술로 몸의 기운을 증강함)에 관한 약물의 효능을 논한 것인데, 신라시대의 의료술법이 신선도가들의 사상에 영향받았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방서가 당의 법사 혜충전(惠忠傳)의 ≪법장험기 法藏驗記≫를 인용한 것이나, 그 밖에도 불교의 고승 대덕(大德)으로서 의학에 달통한 용수(龍樹)·마명(馬鳴)과 약사여래(藥師如來)들의 교유(敎喩:가르침과 비유)를 논한 것은 신라의학이 의술에 정통한 법사들의 승려의학(僧侶醫學)에도 많이 의존하였던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제4의 ≪신라법사비밀방≫(의심방 권28)에 채용된 노봉방(露蜂房:말벌의 집)은 ≪신농본초경≫에 기재되어 있어 오래 전부터 널리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그 약효에 있어서는 서로 일치되지 않을 뿐 아니라 방문에 적혀 있는 여러가지의 증상인 남녀(男女)·신정(神靜)·심민(心敏)·이총(耳聰)·목명(目明)·구비기향(口鼻氣香) 등등의 약효들은 중국의 남북조시대로부터, 수·당나라에 이르는 고전의방서와 경사제설(經史諸說:經書와 史記에 나오는 가르침)을 수집한 송대의 ≪경사증류대전본초 經史證類大全本草≫에도 전연 보이지 않는다.
이상과 같이 노봉방은 중국에서 오래 전부터 널리 사용되어 온 약재이지만, 그 응용방법이 서로 일치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 당시 신라의 의료술법이 중국 한의학의 권내에 있으면서도 선행적인 고유의술의 전통을 조금도 등한히 하지 않고 도리어 양자를 융합, 선택하여 자립적 의료술법을 수립하고자 하는 데 노력해 온 자취를 충분히 찾아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