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東醫寶鑑)』보다 약 9개월 앞서 발간된 의서이다. 1612년(광해군 4)에 관북지방의 역려(疫癘)가 육진(六鎭: 두만강 하류 지역)으로부터 남쪽으로 전파되어 상당수의 사람들이 생명을 잃자, 광해군(재위 1608∼1623. 조선 제15대 왕)이 허준에게 명하여 편찬하게 한 것이다.
본서는 1991년과 2006년에 각각 보물(3종 3책, 활자본)과 보물(1권 1책, 필사본)로 지정되었으며, 2014년 현재 서울대학교규장각 한국학연구원과 허준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규장각 소장본 3종은 1613년(광해군 5) 내의원에서 간행한 동일한 판본이며, 책 표지 뒷면의 내사기(內賜記)를 통해 볼 때, 오대산사고, 교서관, 홍문관에서 보관해 오던 책이다.
허준박물관 소장본은 필사본으로 권두에는 1613년 2월에 쓴 이정귀(李廷龜)의 서문이 있고, 권말에는 “만력사십일년이월 내의봉교개간(萬曆四十一年二月 內醫院奉敎開刊)”이란 간기(刊記)가 있으며, 이어서 감교관(監校官) 이희헌(李希憲)·윤화미(尹和微)의 관직과 성명이 적혀 있다. 또한 책의 첫머리에는「선사지기(宣賜之記)」라고 적힌 내사인(內賜印)만 있고, 수사자(受賜者)가 적혀 있지 않아 자세한 내력은 알 수 없다.
허준은 1613년 12월에 『벽역신방(辟疫神方)』을 또 펴냈는데, 이는 그해 10월 당독역(唐毒疫)이 전파되어 많은 사상자가 나타나자 왕명에 의하여 즉시 간행된 의서의 하나이다.
당독역은 보통의 온역(瘟疫)과는 다르고 때때로 열이 심하고 혹독한 증세가 나타나므로 속칭 이 질환을 당홍역이라 칭한다고 하였다.
본서의 주요 내용은 온역(瘟疫)의 원인과 치료법·맥리(脈理)·형증(形證)·약명(藥名)·치료법(治法)·물리치는 법(辟法), 금기(禁忌) 등이다.
질병사 연구와 조선후기 전염병 치료를 위한 의서 저술에 영향을 준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