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약(婚約) 또는 정혼(定婚), 혼인예약(婚姻豫約)이라고도 한다. 약혼은 혼인을 위한 여러가지 절차 중의 하나로서 혼인제도에 포함된다. 약혼에 대한 문헌상의 근거는 전통적으로 이상적인 혼례규범으로 삼았던 많은 종류의 예서(禮書)에 규정되어 있으며, 현대에서는 「민법」 제800조∼제806조에 약혼의 개념과 약혼의 성립, 약혼의 효과, 약혼의 해제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법제화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사회에서는 이른바 구식혼례라 하여 예서의 규범을 따랐는데, 예서의 혼인절차 중에서 의혼(議婚)과 납채(納采)에 대한 부분에 약혼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예서에 의하면 남자는 17세 이상 20세, 여자는 14세 이상 20세에 의혼을 하는데, 먼저 중매로 하여금 왕래하게 하여 혼담을 통하도록 하고, 여자쪽의 허락이 나면 납채를 보낸다고 하였다. 여기서 여자쪽의 허락과 함께 납채를 보내는 것이 정혼 즉, 약혼에 해당한다.
전통사회의 민간에서는 중매를 통하여 의혼이 시작되고 양가에 혼인할 의사가 있게 되면 혼주끼리 만나 면약(面約)하거나 혹은 사주(四柱)를 보냄으로써 혼인을 약속하게 된다. 사주는 혼약의 징표가 되는 것이다.
현대에는 관행상 약혼에 대한 형식적 요건이 강화되어 약혼식을 거행할 뿐만 아니라 약혼의 징표로 예물을 교환하여 혼인을 계약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법」의 규정에 따르면 당사자 사이의 합의만으로 신분 및 법적인 약혼이 성립되도록 하고 있다. 다만, 18세 미만의 남자와 16세 미만의 여자는 약혼할 수 없으며,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약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 밖에는 아무런 형식적 요건이 필요없게 되어 있다. 당사자가 혼인약속을 어기더라도 강제이행을 청구하지 못하며, 다만 약혼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법」에는 또 약혼 당사자가 자격정지 이상의 형이나 성병 · 폐병 · 불치의 병을 앓거나, 약혼 후 2년 이상 행방불명일 때 등과 같이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언제나 약혼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통사회의 의혼 및 납채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약혼의 개념과 현대 「민법」이나 관행에서 행해지는 약혼의 개념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전통사회에서는 혼인 당사자보다는 양가의 합의에 의하여 약혼이 성립되었으나 현대의 「민법」에는 미성년자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의 합의만으로도 약혼이 성립된다.
또, 전통사회에서는 약혼의 개념이 혼인을 전제로 한 연속적인 한 절차로 여겨졌지만 현대에는 혼인을 하기에 앞서 배우자로서의 적합성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규정되고 있다.
이것은 여성의 정절을 중시하였던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규수가 정혼만으로도 실제적인 혼인효과가 있다고 하여 수절한 사례와 현대의 「민법」에 약혼의 해제사유를 명시하고 있는 점을 비교하면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혼인을 약속하는 사회적 계약 또는 사회 · 문화적 제도인 약혼은 혼인제도와 사회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