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본. 1932년김주희(金周熙)가 경상북도 상주에 있는 동학본부에서 『용담유사(龍潭遺詞)』 제15권으로 간행하였다. 이 책에는 제1편 춘강어부사(春江漁父辭), 제2편 화류가(和流歌), 제3편 전래도 지리산 오운거사 몽중운동시경가(傳來道智異山五雲居士夢中運動時景歌), 제4편 몽경가(夢警歌), 제5편 경세가(警世歌), 제6편 관시격물가(觀時格物歌)가 실려 있다.
「춘강어부사」는 “어화세상(御化世上) 사ᄅᆞᆷ덜아/만경창파(萬頃蒼波) ᄇᆡ ᄯᅥ시니/어부사(漁父辭)를 드러 보쇼.”로 시작하여 “자고유래(自古由來)/어부사가 만컨니와/이와 갓흔 어부사가/더러 있나”라고 끝맺다.
이것으로 보아 이 책의 이름이 ‘어부사’인 것은 아마도 이 작품에서 연유된 듯하다. 이 「춘강어부사」는 분량이 2율각 1구로 233구이며, 율조는 4·4조가 주를 이루고 있으나, 귀글체가 파괴되어 산만하고 거칠다.
「화류가」는 “어화 세상 유덕군ᄌᆞ/찰어인심 하여셔루/태내 노ᄅᆡ 드러보쇼.”로 시작하여 “웃지 말고 ᄉᆞᆲ혀 보면/계도 ᄯᅩᄒᆞᆫ/당당낙이 잇슬이니/숙독 상미하여ᄂᆡ여/후회 없게 하여셔라.”로 끝맺는다.
분량은 2율각 1구로 135구이다. 내용은 포덕천하 신묘법(神妙法)은 눈 앞에 밝고 밝으니, 궁을(弓乙) 이치를 깨달아서 충효하는 마음으로 나라를 돕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라는 당부의 말이 그 주제이다.
「전래도 지리산 오운거사 몽중운동시경가」는 2율각 1구로 248구이다. 이 작품은 노래 제목과는 전혀 관계 없이 봄철에 개구리·봉황·기린 등의 동물을 등장시켜 각각 그 직분에 따른 움직임이 볼 만하다.
그런데, 개구리만은 올챙이 때를 생각하지 못하고서 함부로 행동한다고 여러 모로 비방하며, ‘인자무적(仁者無敵)’을 깨달아서 어질고 착한 마음을 닦으라고 하였다.
「몽경가」는 2율각 1구로 241구이며, “여부아라 창생(蒼生)덜아/봄갈기가 늦어간다”로 시작하여 동포천지(同胞天地) 제군자(諸君子)덜/아모○록 자세(仔細) 살펴/잇지 안코 시행(施行)할○“로 끝맺고 있다. 내용은 봄이 되었으니, 열심히 농사하고 내외금강(內外金剛) 밝혀내어 나의 교훈대로 실천하라는 당부를 하고 있다.
「경세가」는 2율각 1구로 270구이다. 먼저 이 노래를 웃지 말고 구경하라고 권한 뒤에, 주역(周易)의 괘상을 끌어다가 중국의 성현들이 후세들에게 이치를 가르치셨음을 언급한다.
이에 견주어 동방에서는 우리 선생님이 천도(天道)를 그려 내셔서 사람들에게 전하셨으니, 수없이 변화하는 궁을(弓乙)의 이치를 잘 헤아려 우리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하늘의 뜻을 따르라고 한다. 이어서 스승의 도덕을 받들어 숭배하고 군왕법정(君王法政) 밝혀내어 요순(堯舜)시대와 같이 태평성대를 이루어 소원성취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시격물가」는 2율각 1구로 218구이다. 우매한 지은이가 덧없이 세월을 보내다가 시대의 운세와 변화를 살펴 이 노래를 지었으니, 웃지 말고 잘 들으라고 한다. 계절 따라 나타나는 제비와 버들가지·배꽃·까마귀 등이 다 제 각각 교태도 부리고 열매도 맺고 효행도 하지만 자연의 이치는 모른다.
그러니 세상 사람들은 때의 변화를 잘 살펴, 수도수신(修道修身)하면서 때를 잃지 말고 부지런히 농사하여 오는 운수 기다려, 수운(水雲)이 동학을 창시한 경신(1860) 4월이 돌아오면 오는 행차 모셔 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작품에는 “예의 동방(禮儀東方) 우리 대한(大韓)”이라든가 “우리 대한(大韓) 충의 열사(忠義烈士)/의기남자(意氣男子) 모와 드러/그 흉적(兇賊)들 멸(滅)하랴고”라는 말을 서슬 퍼런 시대에 서슴없이 구사하고 있다. 이런 표현에서 오늘의 우리들은 이 작품의 지은이가 지니고 있던 뜨거운 조국애(祖國愛)와 용기(勇氣)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