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양세시기』는 조선 후기 문신 · 학자 김매순(金邁淳, 1776~1840)이 ‘열양(洌陽)’이라 별칭되는 한양의 세시풍속을 월별로 구분하고 해당 절후와 관련된 풍속을 기록하여 1819년에 필사한 세시기이다. 저자는 발문을 통해 중국 북송의 여시강(呂侍講) 고사를 본받아 한양의 세시풍속을 적은 것이라는 저술 동기를 밝혔다. 또한 집필 시, 국내외 문헌 26종을 인용하여 우리 세시의 연원과 의미를 찾으려 하였다. 이 책에 수록된 당대의 세시풍속은 『경도잡지』, 『동국세시기』와 함께 우리나라 민속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전거가 된다.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는 1책의 필사본이며 이본으로 고려대본, 연세대본, 국립민속박물관본 3종의 필사본이 있다.
김매순의 시문과 공안(公案)을 엮은 『대산초고(臺山草藁)』 7권에 수록된 것을 1911년 조선광문회(朝鮮光文會)에서 『동국세시기』, 『경도잡지』와 합본하여 연활자본(鉛活字本)으로 간행하였다.
『열양세시기』는 1월에서 12월까지 한양을 배경으로 행해지는, 1년 동안의 세시(歲時)와 풍속을 33개 대항목, 108여 개의 소항목으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같은 달에 행하는 민속은 날짜를 기준 삼아 순차적으로 배열하였다. 정월은 입춘(立春), 설날[元日], 인일(人日), 상신일(上辛日), 상해일(上亥日), 대보름[上元]의 순서로 실었고, 2월은 초하룻날[朔日], 초엿샛날[六日], 첫째 정일[上丁], 춘분(春分) 순으로, 3월은 청명(淸明), 한식(寒食), 삼짇날[三日], 곡우(穀雨)의 순으로 기술하였다. 그리고 4월 초파일, 5월 단오와 초십일(初十日), 6월 유두와 복날(伏日), 7월 백중[中元], 8월 추분(秋分)과 한가위[中秋], 9월 중양, 10월 초하룻날[朔日]과 말날[午日], 이십일(二十日), 11월 동지, 12월은 납일(臘日) · 제석(除夕)의 순서로 세시풍속을 설명하고 있다. 윤달은 다루지 않았으며, 날짜나 절후를 구분하지 않고 행해지는 월내(月內)의 풍속은 각 달의 앞부분에 소개하였다. 3월의 꽃구경, 4월의 특산물 위어(葦魚), 10월의 김장, 12월의 황감제(黃柑製) 따위가 그 사례이다.
이 책의 끝에 붙인 저자의 발문(跋文)에서 중국 북송의 시강(侍講) 여대림(呂大臨, 1040∼1092)이 역양(歷陽)에 있을 때 절일(節日)이 되면 학생들을 쉬게 하고, 둘러앉아 술을 마시면서 세시풍속의 일을 적던 것을 본받아 한양의 세시풍속을 생각나는 대로 적은 것이라는 저술 동기를 밝혔다.
『열양세시기』는 국내외 문헌 26종을 인용하여 우리 세시의 연원과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였다. 일부 세시풍속의 연원을 중국의 『주례』, 『세시기』와 같은 문헌에서 찾으려는 의존적 경향을 보이기도 하나 일부 항목에서는 중국과는 다른 독자적인 풍습임을 고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경도잡지』와 『동국세시기』에 비해 다양한 문헌을 소개한 것에서도 김매순의 이런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안동김씨들의 문적(文籍)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열양세시기』는 『경도잡지』, 『동국세시기』와 함께 우리나라 고사(古事)와 민속(民俗)을 연구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자료이다. 특히 정월대보름 항목의 ‘어부심’이나 8월 추분 항목의 ‘노인성(老人星) 보기’와 같이 『경도잡지』와 『동국세시기』에 누락된 세시들을 수록하여 당대의 민속 문화를 보완한 것은 문헌적 가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