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이 익살스럽고 재물에 얽매이지 않았으며 향가(鄕歌)를 잘 하였다. 만년에 지리산으로 은거하러 가다가 대현령(大峴嶺)에 이르렀을 때 도둑 60여명을 만났다.
도둑들이 해치려 하자 조금도 두려워하는 빛이 없이 당당하고 화기(和氣)롭게 대하였다. 뒤늦게 도둑들은 그가 향가에 능한 영재임을 알고 노래를 짓게 하였다.
“제 마음에 모든 형상을 모으려 하던 날 멀리 지나치고, 이제는 숨어서 가고 있노라. 오직 그르친 파계승을 두려워할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노니, 이칼이사 지내고 나면 좋은 날이 새리니. 아! 오직 이만큼의 선(善)은 새집이 안된다네.”
도적들이 그 뜻에 감동하여 비단 두 단(端)을 주자, “재물이 지옥에 가는 근본임을 알아 장차 깊은 산에 숨어 일생을 보내려고 하거늘, 어찌 감히 이것을 받겠는가.”하고 땅에 내던졌다.
도둑들이 그 말에 감동되어 칼과 창을 버리고 머리를 깎고 제자가 되어 같이 지리산으로 들어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이때 영재의 나이 90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