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25.0㎝. 일본 동경(東京)의 네즈미술관(根津美術館) 소장. 이 종은 1690년(숙종 16)에 제작된 작품으로서 원래 경상남도 고성군 고성읍 하이면운흥사(雲興寺)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작품 역시 흥국사종(興國寺鐘 : 1665년)을 제작하였던 김애립(金愛立)에 의해 그보다 25년 뒤에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하나의 몸체로 이루어진 쌍용의 용뉴(龍鈕)와 용뉴 주위에 돌아가며 장식된 천판(天板)의 연판문 등 흥국사종과 동일하지만 그에 비해 입체감이 더욱 강조되었다. 상대(上帶) 없이 원권(圓圈)의 범자문(梵字文)을 둥글게 장식하였으며, 연곽(蓮廓)은 흥국사종에 비해 조금 아래쪽으로 더 내려온 종신 중단쯤에 위치하고 있다.
연곽대에는 흥국사종의 당초문과 유사하지만 굴곡이 좀더 완만해진데다 그 내·외부를 하엽문(荷葉文)으로 장식한 점이 다르고 연곽 내의 연뢰(蓮蕾)도 크기가 좀더 확대되었다.
연곽과 연곽 사이에 배치된 4구의 보살입상은 우향(右向)한 채 합장한 형태로서 단선(單線)의 둥근 두광(頭光)과 통견법의(通肩法衣)에 독립된 연화좌를 밟고 있는 모습 등 역시 흥국사종과 거의 동일하다.
한쪽 종신면 보살상 옆에 붙어 위패형(位牌形)의 명문구(銘文區)가 장식되었는데, 내부에는 ‘主上殿下壽萬歲(주상전하수만세)’라고 유려한 필치로 돋을새김하였다.
그리고 보살상과 연곽 바로 아래의 종신 하부면을 돌아가며 ‘康熙二十九年庚午五月日, 固城縣西山領臥龍山 雲興寺大鐘 重五百斤 강희29년경오5월일, 고성현서산령와룡산 운흥사대종 중500근)’으로 시작되는 긴 내용의 명문을 돋을새김하였으며 말미에는 종의 제작자인 통정대부 김애립(通政大夫 金愛立)과 김예발(金禮發)의 이름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