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정을 단일인(單一人)이 하지 않고 여러 사람의 합의로 하는 것이 특색이다. 합의에 참여하는 정도나 종류는 위원회가 법제상 자문적인 것이냐 또는 결정권을 갖느냐에 따라 다르며, 또한 실제로 법제대로 운영이 되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행정기능의 확대 및 질적 변화는 행정이 입법부에서 제정한 세밀한 법률을 기계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일정한 범위내의 준입법적 및 준사법적인 것까지 담당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보다 신중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 단독제보다는 여러 사람이 참여하여 결정을 내리는 위원회제도가 태동하게 된 것이다.
유럽의 절대군주제하에서는 군주의 보필기관인 큐리아(Curia)가 있어 왕정을 보조하였고, 이러한 보필기관은 고대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존재하였던 제도로서,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그 기능이 증대하게 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그 형적을 남기고 있다.
왕정을 보필하는 군주의 사신(私臣)들로 구성된 이러한 회의체는 영국의 추밀원과 내각처럼 정책적 또는 행정적 기능을 담당하는 실질적인 행정기관으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고대사회 이래로 정치·행정기구로서의 회의제가 채택되어왔으며, 이는 전통문화 속에 계승되어온 일종의 민주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원시공동체에서의 씨족평의회·종족평의회, 고대의 남당회의(南堂會議)·화백회의(和白會議), 고려시대의 도당회의(都堂會議)·도평의사사(都評議使司), 조선시대의 묘당회의(廟堂會議)·의정부·비변사·내각회의, 그리고 정부수립 후의 정부기구에서 국무원·내각·국무회의를 비롯한 각종 위원회제, 합의제기구가 광범위하게 채택되고 있다.
오늘날 정부기구로서 위원회는 단독제와 비교하여볼 때 일장일단이 있으며, 정부의 환경과 업무의 성격에 따라 위원제가 타당한 경우에 이를 채택하여야 할 것인데, 일반적으로 위원회제가 효용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을 들면, ① 많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동원할 수 있어 결정의 신중성과 공정성을 보다 많이 기할 수 있다. ②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사람이 참여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의 만족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다.
③ 서로 대면하여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게 되므로 협조적인 인간관계가 조성되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여진다. ④ 이러한 결과는 행정의 안정성과 정책의 계속성을 견지할 수 있어 민주적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된다.
한편, 단점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① 심의와 결정이 지체되어 결정의 신속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중요하지 않은 결정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부적합하다. 따라서, 시간과 경비의 낭비가 있게 된다.
② 서로 다른 주장으로 권태감을 느끼거나 강경한 의견에 압도되고, 대인관계를 고려하여 반대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든지 하여 타협적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③ 다수의 인원이 참여함으로써 위원의 책임의식이 희박하고 책임의 전가현상이 야기되기 쉽다.
이러한 위원회의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문위원회(諮問委員會)
특정의 개인, 또는 조직전체에 대한 자문에 응하게 할 목적으로 설치한 막료조직(幕僚組織)이다.
이러한 위원회는 자문에 그치는 것이므로 그 결정은 실제적인 영향력을 제외하고는 법적 구속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 그 특색이 있다. 이러한 위원회를 설치하는 이유로는 각종의 이익을 행정에 반영시키고 전문적인 의견을 참작하여 행정상의 참고로 삼자는 데 있다.
때로는 특정사항에 관한 사실을 규명, 분석하는 목적으로 설치되는 수도 있고,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 각종 집단의 이익대표자들로 구성되는 경우에는 행정기관이 각계각층의 의견과 동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광복 후 우리 나라 정부에도 많은 자문위원회가 설치되고 있다. 이와 같은 위원회가 증설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전통적 관료주의 행정의 문제점을 시정하고 행정의 민주화를 지향하려는 제도상의 반영으로서 바람직한 현상이라 하겠다.
하지만 과연 이들 위원회가 충분히 합리적 존립의의를 가지고 실질상 행정의 민주화에 어느 정도 기여하도록 운영되고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 하겠다. 즉, 때로는 행정관료가 결정한 것을 합리화시켜주는 장식물로 남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 조정위원회(調整委員會)
각 기관 또는 개인의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 통합할 것을 목적으로 설치된 위원회를 말한다. 그 의결은 건의의 효과밖에 없는 것도 있고,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도 있다.
(3) 행정위원회(行政委員會)
이는 합의제의 성격을 띤 행정기관이므로 이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을 가짐과 동시에 많은 경우 하부에 보좌기구를 가지게 된다.
영국·미국 등의 지방자치제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많은 경우 합의제가 적용되었으나 점차 이것이 지니는 단점 때문에 집행을 위원장이 단독으로 책임지게 함과 동시에 그 수도 감소경향에 있다. 우리 나라의 소청위원회·교육위원회·해난심판위원회 등이 이에 속한다.
(4) 독립규제위원회(獨立規制委員會)
대통령 또는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행정계층제로부터 독립성을 가지면서 준입법적·준사법적 기능을 수행하고 위원의 신분이 보장된 합의제 정책결정기관이다.
이는 다분히 미국의 고유한 것으로서, 19세기 후반부터 설치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강한 사경제의 발전과 미국의 전통적인 정치이념, 즉 행정부는 사경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신조에서 생긴 것이다.
19세기 후반부터 사경제들간의 심한 갈등이 야기되었고, 이를 조정, 규제할 것을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정부에 원하게 되었다. 공경제가 지배하는 공산국이나 행정권의 강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제국, 그리고 한국에서는 행정부에서 이를 조정, 규제하였다.
그러나 행정권의 강화를 허락하지 않았던 미국에서는 입법부도 아니고 행정부도 아닌 소위 ‘제4부(府)’라고 하는 많은 독립규제위원회를 만들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독립규제위원회는 행정부와 규제대상이 되는 사적 집단으로부터 독립성을 가지며, 여당·야당·전문가·지역대표 등 복수의 위원이 홀수로 구성되어 합의성을 띠고 동시에 전원교체하지 않고 부분교체하게 함으로써 공평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상의 통합이 어렵고, 격변하는 사회변동에의 적응이 어려우며 오히려 특수이익단체의 이익을 대변하여 공정성을 잃을 우려가 있다.
노동위원회·금융통화위원회·선거관리위원회 등을 들 수 있겠으나, 독립성이 사실상 거의 지켜지지 않아 기능은 미미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