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 ()

목차
법제·행정
개념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 행정 현상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학문.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목차
정의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 행정 현상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학문.
내용

행정의 개념은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으나 행정법학적 개념과 행정학적 개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행정학에서의 행정에 대한 개념 규정을 시대순으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1) 행정관리설

행정을 이미 수립된 정책·법령의 구체화로 파악하는 설로, 20세기 전후 초창기의 정치·행정 이원론적 견해이다.

(2) 정치기능설

행정을 이미 수립된 정책의 구체화에 한정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정책 결정 및 입법기능까지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설로, 1930년대 후반 정치·행정 일원론자들에 의해 주장된 견해이다.

(3) 행정행태설

행정을 협동적 집단 행위로 규정하는 설로, 사이먼(Simon,H.A.)을 비롯한 1940년대의 많은 학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견해이다.

(4) 발전기능설

이 학설에 의한 행정의 개념 규정은 정치기능설과 기본적으로는 일치하지만, 행정의 적극적·능동적인 면을 강조한 점에서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행정은 급변하는 정치·사회·경제 및 문화 등의 모든 측면에서 새로운 여건에 적응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발전정책 및 발전계획을 형성하고 집행을 주도해 나가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1960년대의 발전행정론자들에 의하여 제창된 견해이다.

이상과 같은 행정에 관한 여러 개념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면, 행정이란 공공성을 지닌 협동적인 집단행동이며, 이는 고도의 합리성을 지닌 공공정책의 형성 및 구체화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 근대적 지식체계로서 행정이론에 관한 유산이 그 전통적인 문화 속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민족항일기에 올바르게 인식되지 못한 채 매몰되어 왔으며, 현대적 의미에서의 행정학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광복 이후부터였다.

그렇다고 해서 광복 이전에 행정에 관한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학문적으로는 미숙하나마 임진왜란(1592∼1599) 이후 영조·정조(1725∼1800) 시대에 재야 학자들, 특히 실학파 학자들 사이에서 현실 정치와 행정을 비판하고 다양한 단편적 개혁이론을 연구하여 고귀한 전통적 유산을 남긴 바 있다.

이러한 행정연구에 관한 유산은 주로 백과사전학파·국학파 및 북학파 등의 실학사상에서 싹터 한말의 근대화와 정치·행정 질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당대에는 유용한 결실을 남기지 못하였다. 또 계속적인 발전도 이룩하지 못하는 여건하에서 민족항일기를 맞게 되었다.

이 기간에는 일제의 학문체계에 대한 왜곡과 편견으로 인하여 한국의 전통적인 지식체계의 흐름은 거의 단절된 채 광복을 맞게 되었다.

따라서 민족항일기에 일본을 통해 전래된 국법학·공법학 및 행정법 이론이 학풍의 기조를 이루었다. 또 일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론까지 소개되어 사회과학연구의 한 분야로 행정학을 연구할 만한 조건이 성숙되지 못하였다.

광복이 되자, 과거 한국적 행정 전통이나 일제가 한국을 지배하기 위해 실시한 행정제도와는 매우 판이한 행정제도와 행정문화가 전파, 이식되었다.

한국 현실정치계의 소용돌이와 복잡한 행정 현실 분석 및 자료 입수에 많은 제약이 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공공행정상의 실제 수요 증대와 학계의 꾸준한 노력으로 한국의 행정연구는 실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해 왔다.

광복 후 한국에서 행정학이 하나의 현대적 학문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공법과 행정법에 대한 연구로 행한 것이었으며, 정치학과에서부터 행정학을 강의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법학적 행정학 연구는 미국의 행정학이 공무원 교육과정에 도입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1959년 서울대학교에 행정대학원이 설립됨으로써 사회과학 중심의 연구로 옮겨 가는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1959년은 한국에서 ‘새로운’ 행정학이 토착화하기 시작한 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새로운 행정학이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미국 행정학이 도입된 것만을 연구의 시발점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과거의 전통적인 행정에 관한 연구가 개발되지 못하여 주체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했으나, 당시의 학자들간에 주체적인 시점에서 우리 나라 행정을 분석하고 외국의 학술이론을 도입하려는 학구적 태도와 노력이 적지 않았음은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광복 후부터 1955년까지의 행정학 연구에서 주목되는 특색은, 첫째 행정학 강의가 일본·미국 등에서 수학한 학자들에 의해 몇 개 대학에서 이루어졌으며, 둘째 당시의 행정학 연구는 민족항일기 소수의 행정법학도들이 행정연구의 주류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휴전 이후 대학교육이 정상화되기 시작하면서 각 주요 대학의 정치학과와 법학과에서는 이전의 행정법학 이외에도 새로이 행정학 강좌가 개설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의 행정학 연구는 우리보다 앞서 영국·미국의 행정학과 접할 수 있었던 일본 행정학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다.

일본 학자를 통하여 직접·간접으로 우리 나라에 도입되어 영향을 미친 것으로는 독일·오스트리아계 국가학파의 이론으로 관방학(官房學)과 슈타인(Stein,L.Von) 등의 행정사상, 그리고 영·미 행정학사상이 근원이 되는 일본의 실증학파에 속하는 행정학연구, 그리고 간혹 미국의 행정학 원서들이 보급되었다.

1955년부터 행정학 교과서와 번역 교재 및 사전 등이 출판되기 시작하여 행정학 형성의 탐색기를 맞이하였다. 그리고 1955년에는 정인흥(鄭仁興)에 의하여 최초의 행정학 교과서가 간행되었다.

이 교과서는 독일과 미국의 행정학 발달, 프랑스·영국·미국·독일 등 각국의 행정 발달, 정치행정조직구조, 지방자치 및 관료제도 등 행정조직과 인사행정을 중심으로 다룬 행정학 교과서였다.

한편, 1956년에는 한국행정학회(KAPA)가 창립되었다. 이 학회는 각 대학에서 행정 및 행정법학, 그리고 정치학을 강의하던 교수와 행정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실무자들이 중심이 되어 조직한 것으로, 월례학술발표회·국제학술정보교류·강연회·국제회의(특히 IIAS) 참석·출판사업 등의 활동을 통하여 주로 미국의 행정학을 보급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당시에 소개된 미국의 행정학 원서로는 화이트(White,L.O.)·디목(Dimock,M.E.)·윌로비(Willoughby,F.W.)·메리엄(Merriam,C.E.) 등의 저서였고, 우리말로 번역된 것으로는 김동원(金東元) 등 학회 회원들에 의해 번역된 ≪행정학원론≫(1955)이 있으며, ≪행정학용어사전≫(1959)이 학회 명의로 출판되기도 하였다. 또한 김운태(金雲泰)에 의해 메리엄의 ≪정치학서설≫(1955)과 ≪체계적 정치학(1956, Systematic politics)≫이, 그리고 김영훈(金永勳)에 의해 사이먼의 ≪행정학≫(1958)이 번역되었다.

이와 같이 행정연구가 1955년경부터 활발히 나타나고 행정학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증대한 것은 무엇보다도 광복 후 6·25전쟁을 전후하여 정부 행정의 비능률과 불합리성을 시정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에서 행정연구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내부적으로 인식되었고, 학계에서도 미래의 수요 증대를 예측하고 앞질러 선도적인 노력이 촉구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복 후 행정연구가 점차 미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서서히 법학체계에서 탈피하여 경험적 사회과학으로의 접근을 시도했으며, 그것은 특히 정치학·행정법학·경영학 등과 밀접한 연관하에서 능률성을 행정이념으로 중요시하였고, 어디까지나 행정의 중립성과 정치·행정의 이원론을 기초로 한 제도론적 접근방법으로 일관하였다.

한편, 1955년부터는 전후 복구사업을 위하여 미국의 대한기술원조계획으로 국제협조처(ICA) 원조계획이 시작되어 한국의 행정 발전에 큰 관심을 가져 오던 중 1956년 이래로 서울대학교와 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 간에 행정대학원 설치를 지원하였다.

아울러 정부 총무처 산하에 있는 중앙공무원훈련원을 지원하는 미국 정부의 국제협조처 원조사업이 확정되었으며, 이 행정기술 원조사업을 준비하기 위하여 한국인 교수들이 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연구하고 돌아왔다. 또한 최신의 외국 행정학 도서와 문헌을 완비한 특수도서관도 마련되었다.

미국에서 행정학을 연구하고 돌아온 행정학도들에 의해 미국을 비롯한 각국 현대 행정학의 사조가 소개되고, 또 이들이 주축이 되어 서울대학교에 행정대학원이 설치되어 1959년 4월 개교하게 되었다. 그러자 한국의 행정학연구는 새로운 학제와 학풍에 새로운 교과과정을 통하여 일대 전환을 가져왔다.

이 전환은 1958년 이래 수년간 미국 행정학과정의 교과과정을 주로 참작하여 작성된 것으로, 그것은 조직관리와 인사행정 및 재무행정을 삼위일체의 기본 과정으로 부과하고, 거기에다 한국정부론·조사방법론·회계학·통계학 및 조직·인사·재무 행정세미나 등 광범위한 과목을 선택필수 또는 선택과목으로 부과하였다.

이러한 교과과정의 철학적 기조는 그 당시 미국 학풍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엄격한 경험주의와 논리적 실증주의에 치중한 접근방법을 토대로 한 것이었으며, 따라서 인간관계론·행태주의·생태적 접근방법·구조기능주의 및 학문의 협동 연구, 비교행정론 등이 중점적으로 원용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교과과정이 일대 전환되자 행정학의 방향도 과거 법학 중심의 접근에서 완전히 사회과학의 영역으로 급격히 바뀌었으며, 이러한 교과과정의 변혁은 국내 대학과 여러 공무원 교육기관에까지 서서히 파급되었다.

1954년까지 행정학과의 명칭을 가진 학과를 설치한 대학은 서울대학교와 부산대학교 두 곳밖에 없었으나, 1955년부터 행정학과가 증설되기 시작하여 1959년부터는 더욱 많이 보급되면서 1964년에 이르러 전국 22개 대학에서 학과의 증설을 보게 되었다.

한편, 행정연구의 방향 전환은 대학 교과과정의 변혁에서뿐만 아니라, 행정학을 사회과학의 독립된 한 자율적 분과 학문으로 보고 이론체계를 세우고자 하는 학구적 노력이 몇몇 행정학자의 저술활동으로 나타났다.

즉, 미국에서의 연구와 미국의 행정학에 영향을 받으면서 한국적 시점에 초점을 맞추어 이론을 체계화하는 데 노력한 초창기의 행정학 교재로는 김운태의 ≪행정학요론≫(1959), 이상조(李相助)의 ≪행정학원론≫(1959)·≪신행정학≫(1961), 박동서(朴東緖)의 ≪한국관료제도의 역사적 전개≫(1961), 유훈(兪焄)의 ≪행정학원론≫(1961), 박문옥(朴文玉)의 ≪행정학≫(1962) 등이 출판되었다.

이 시기의 행정학이론 구성에서는 미국의 경험주의적 접근방법을 중점적으로 원용하면서도 몇몇 학자들은 철학적·방법론적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었고, 사회과학의 한 분과로서 행정학의 자율성을 모색하는 방법론을 시도하는 등 접근방법간의 차이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어떤 명시적인 원형 확인 단계에까지 미치지는 못하였다.

또한, 이 시기에 행정학자들의 일반적인 추리방법은 행정학의 기술적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이론과 사실의 대비 및 사실 발견, 그리고 이론을 발전시키려는 노력과 병행하여 경험적 사실을 원리나 이론과 대비시키면서 한국의 행정 개선을 위한 제안이 행해졌다.

그러나 그 이론과 원리는 한국의 실정에 비추어 그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채 외국에서 수입된 교과서에 포함된 원리를 해설하는 형식으로 그대로 준용하는 경향이 농후하였다.

한편, 이 시기에 일부 행정학자들은 우리의 외래적인 행정학을 반성하면서 행정을 한국 사회라는 커다란 테두리 속에서 재조명해 보고, 나아가서는 한국에서 행정학연구의 새로운 원형을 모색하려는 노력으로서 비교행정문제를 깊이 다루기 시작하였다.

그 예로 박동서의 <비교행정의 방법론>(1962), 김운태의 <후진국 비교행정연구에 관한 고찰>(1964)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러한 비교행정연구에서 다음 시기에 유행하게 되는 발전 행정과 근대화에 대한 연구들이 싹트고 있었다.

1950년대 중반기까지는 행정학을 사회과학으로 정립시켜 줄 방법론도 성립되지 않았고, 그 뒤 1960년대 중반기까지는 미국과 일본 행정학의 도입과 더불어 차용된 방법론이 지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당시 미국에서 수용한 방법론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고, 그 방법들은 미국에서는 그들 각각이 시대별 역점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었으나, 우리에게는 거의 동시적으로 수용된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수입된 원형 아래서의 이론을 한국의 현실과 대비시켜 그 차이점과 유사성을 규명하고, 왜 어떻게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러한 추세 아래에서 1960년대 중반기 이후부터는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행정을 비교·고찰하고, 나아가서는 사회의 다른 영역, 예컨대 정치 발전·사회 발전 등과 행정간의 밀접한 상호관계에 대해서 안목을 넓혀 가게 되었으며, 행정이론을 변동론·생태론·행태론 등으로 통합시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나타났다.

아울러, 행정사의 분석을 통하여 유산의 평가와 유산이 현재의 행정 상황에 끼친 영향을 파악하고 발전 지향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나타났다.

전자의 연구로서 박동서의 ≪발전론 서설≫(1965), 이한빈(李漢彬)의 ≪Korea : Time, Change and Administration≫(1968)이 그리고 후자의 연구로서 김운태의 ≪조선왕조행정사연구≫(1967∼1969), 노정현(盧貞鉉)의 ≪일제조선총독행정연구≫(1969) 등이 있다.

이 시기 행정학의 범위와 내용을 주요 행정학 교과서와 교과요목을 통해서 살펴보면, 행정학의 이론모형 추구에서 어떤 일관된 중심 개념을 토대로 연구대상의 부분과 전체가 유기적으로 파악되지 못하고, 또한 그 상호관계가 총괄적으로 긴밀히 연관되어 독립과학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행정학의 성격과 내용이 인접 학과와의 관계에 따라 특징지워지는만큼 행정학의 발달은 주변 학문의 발달과 병행되어야 하는데, 사회과학의 역사가 깊지 못한 우리 나라에서는 주변 학문의 큰 도움 없이 외부로부터 이식되어 외국의 토양까지도 옮겨 놓은 분재(盆栽)로 자라온 셈이 될 경향도 엿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학의 내용은 행정학방법론과 조직관리론·인사행정론 및 재무행정론을 기본 구조로 하고, 비교행정·발전행정·한국정부론·지방자치론·공기업론·정책론·기획론·도시행정·사무관리 및 공공관계론 등을 추가하고 있으며, 기술적 행정학을 반성하는 토대에서 기능적 행정학을 구성하려는 학구적 노력이 역력히 나타났다.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전의 행정학연구에 대해 반성하면서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진전을 보게 되었다. 또 연구의 초점, 문제의식을 우리의 행정 발전, 또는 더 나아가서 행정을 통한 사회 발전을 이룩해 보려는 목적에서 한국적 독자이론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이러한 노력 가운데에는 행정연구의 초점을 한국 행정사연구와 고전에 관한 연구, 한국의 토착적 분석방식 혹은 독자이론의 추구, 정책과학연구, 그리고 외부에서 도입된 이론의 수정만이 아니라, 새로운 이론을 형성하기 위한 보다 철저한 과학적 방법에 준거한 추구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겠다.

이 시기의 한국 행정사 및 고전연구에 대한 시도로는 김운태의 ≪조선왕조행정사-근세·근대편-≫(1970), ≪일제식민통치사≫(1978) ≪일본제국주의의 한국통치≫(1986) 등이 있다.

또한 토착적 분석방식으로 이론 형성을 시도한 것으로는 이문영(李文永)의 <우리나라에서의 적응을 위한 행정개혁의 이론적 모색>(1964), 박동서의 ≪한국행정론≫(1972)·≪한국행정의 발전≫(1980), 백완기(白完基)의 <한국행정학의 학문성 정립문제-과학주의의 입장에서->(1978), 이종범(李宗范)의 <한국행정학연구의 방향과 과제>(1979), 안병영(安秉永)의 <한국행정현상과 행정학연구의 주체성>(1979), 조석준(趙錫俊)의 ≪한국행정학≫ (1979), 백완기의 <한국행정의 근대화에 대한 문화심리학적 접근방법>(1975) 등이 있다.

그리고 한국의 정책과학연구 분야에서는 유훈외의 ≪정책학개론≫(1975), 안해균(安海均)의 ≪정책학원론≫(1984), 노화준(盧化俊)의 ≪정책평가론≫(1983) 등이 있고, 보다 철저한 과학적 방법으로 새로운 행정학이론 형성을 시도한 것으로는 강신택(姜信澤)의 ≪사회과학연구의 논리-정치학·행정학을 중심으로-≫(1981), 김광웅(金光雄)의 ≪행정과학서설≫(1983)·≪사회과학연구방법론≫(1976) 등이 있다.

이 밖에 백완기·오석홍(吳錫泓)·안병영·박영희(朴英熙)·황인정(黃仁政)·노화준·정정길(鄭正佶)·김신복(金信福)·김만기(金晩基)·이종범·김번웅(金繁雄)·허범(許範)·윤우곤(尹禹坤) 등 젊은 세대의 행정학 교수들에 의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 행정학의 범위·내용과 관련하여 최근 각 교수들의 중요한 관심 분야는 일반적으로 정부관료제에 대한 전통적인 관심이 지속되는 가운데 발전관리와 관련하여 연구되고 있으며, 또한 행정과정의 체계화와 사무처리기술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인사와 재무 분야도 그 전문 영역의 성격을 잃지 않고 있다.

그리고 후진국 행정연구가 심화됨에 따라 실천적 성격이 짙은 발전행정의 성장에 연결되어 사회체제 전반의 문제를 비교, 분석하는 연구에 파급되는 추세도 엿보인다.

또한, 조직현상을 보편적인 것으로 보고 사기업조직과 비정부 부문의 조직에 관한 경험적 연구가 많아지고 있으며, 정부 또는 공공 부문의 활동 개선이라는 광범한 목표를 내세우고 응용처방적인 협동 학문적 성격으로 나타난 정책과학이 중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리고 국제행정, 나아가서는 국제관계 일반과 도시문제가 행정학도의 중요 관심사가 되었다.

1987년 민주화항쟁기의 민주화선언을 계기로 정치 참여가 가열되고 정치적 자유가 신장되었으며, 지방자치가 발족함에 따라 행정학연구도 과거의 한국화 시기에 이어서 비판과 진통 속에 성숙기를 맞이하였다.

1980년대 후반부터 민주화가 신장되고 1990년대에 들어 문민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민주주의와 행정의 민주화, 관료제, 공익, 시민 참여, 사회적 형평성 및 국민 지향적 행정서비스에 관한 연구논문과 저서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며, 또 여러 대학에 행정철학 교과목이 개설되고 전통적인 행정사상으로 조선시대의 정치사상, 실학연구, 개화운동에 관한 연구 등이 있었다.

예컨대, 관악행정학회에서 편찬한 ≪행정과 가치≫(1988), 김명종(金命鍾) 등이 저술한 ≪관료제와 행정철학≫(1989), 이광종(李光鍾)의 ≪행정책임론≫(1989), 이문영(李文永)의 ≪논어맹자와 행정학≫(1996)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1970년 이래로 정책학의 연구와 교육이 환산된 점도 주목된다. 1976년 유훈(兪焄) 등이 저술한 ≪정책학개론≫이 처음 간행되었으며, 1992년에는 한국정책학회가 창설되고 ≪한국정책학회보≫가 정기적으로 간행되고 있어 이 분야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발전행정론 연구가 1960년대 이래 정부의 주도로 발전을 지탱하는 한국 정부의 수요에 부응하는 학구적 연구로써 대두했으며, 이 분야의 대표적인 저작으로는 박문옥(朴文玉)의 ≪개발행정≫(1967), 이한빈(李漢彬)의 ≪행정과 경제개발≫(1970), 박동서(朴東緖)의 ≪발전행정론≫(1973), 노정현(盧貞鉉)의 ≪한국근대화론≫(1980) 등이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는 점차 학구적 관심이 멀어지고 대신 정치경제학적으로 접근하는 논의가 대두하였다. 김석준(金錫俊)의 ≪한국산업화국가론≫(1992)은 그 대표적인 것이다. 그리고 1990년대 말 발전론의 중심은 세계화·정보화·지방화 및 행정개혁 등의 논의로 집중되었다.

그리고 기획과 예산을 연결하는 미국의 기획예산제도(PPBS)를 한국에 도입하는 연구가 1970년 전후부터 강신택·박영희·김영훈 등에 의해 이루어진 것도 주목되는 일이며, 이 밖에 사회개발계획·지역개발계획·도시계획·국토계획·인력계획·통상계획·안보계획 등에 관한 연구가 정부의 각론적·전문적 연구로써 나타나고 있다.

다음 조직론 분야의 연구에서는 1990년대에 와서 ‘조직의 문화’가 새로운 주제로 취급되고, 최근의 새로운 분야로 ‘네트워크이론’·‘조직경제학’·‘신제도론’ 등이 대두하여 교과서 편찬에 새로 추가되어 취급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진국인 미국 등의 이론 모형에 의존하지 않고 한국적인 이론을 개발하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행정학 및 조직론의 적실성을 높이는 방법일 뿐더러 한국 사회가 장차 대원화하는 추세를 감안해서라도 한국 행정학 및 조직론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기대된다.

한국 행정학연구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행정학의 과학화와 관련하여 학문적 과학성을 높이고, 아울러 행정이론은 한국적 상황과의 관련하에서 그 적부에 대한 실증적 검토를 거쳐 실천성과 응용성을 함께 높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행정문제에 대한 인식과 처방의 기준을 제시하는 철학 또는 이념을 정립하고, 이론을 체계화시키는 과학적 방법을 모색하며, 나아가 행정의 능률화와 효율화를 위한 설계를 제시하는 처방을 고안하는 등, 행정철학과 행정과학화에 대한 처방 등이 내부에서 유기적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둘째, 행정학의 자율성과 관련하여 독립 과학으로서 중심 영역과 각 주변 영역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문제이다. 인접 과학의 이론들이 행정학의 영역에 물밀 듯이 들어올 때 행정학은 독자성을 잃고 결국 증발해 버릴 가능성마저 있다. 특히 정치학·경영학·사회학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종합 과학성을 강조하다 보면 행정학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셋째, 과학화와 가치문제이다. 행정과학은 규범적 정치이론이나 공익개념, 사회 형평 또는 광범위한 인간의 가치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행정학을 가치중립적 견지에서 과학화한다고 해서 가치의 영역을 배제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넷째, 한국에서 토착적 행정이론을 형성하는 문제와 관련된 일반 이론의 구성문제이다. 한국의 행정현상이 일반 이론 속의 특정 사례로 다루어지도록 한국 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중범위이론(中範圍理論)을 우선 개발하고, 다음 단계에 일반 이론을 구성하는 방향으로 연구 목표를 삼아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의 행정연구는 그 기반이 빈약한 광복 후의 상태에서 미국 학풍의 압도적인 영향 아래 단시일 내에 성장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논급한 제 문제 이외에도 많은 문제와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국 행정학의 시련은 그 학문으로서의 짧은 역사성이나 전통적인 유산에 대한 미개발, 또는 종합 과학성을 지닌 학문적 성격 등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실천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이론상의 공허성을 초래하는 경향이나 기초 연구에 대한 노력의 부족, 한국의 행정구조·행정문화 및 행정인에 관한 실증적 연구의 부족, 또는 행정학도들간 토론광장의 결여 등에서도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들은 앞으로의 연구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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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행정의 체계』(김운태 외, 박영사, 1982)
『행정과학서설』(김광웅, 박영사, 1983)
「한국행정학의 반성과 진로-영역과 방법-」(김운태, 『한국행정학보』 3, 1969)
「한국행정학의 발전과정-경향, 문제점 및 전망-」(박문옥, 『한국행정학보』 3, 1969)
「법학에서 행정학으로-해방후한국행정학의 수립과정에 관한 고찰-」(이한빈, 『한국행정학보』 4, 1970)
「한국행정학사서설」(강신택, 『한국행정학보』 4, 1970)
「행정현상연구의 경향변천-행정학의 과거와 현재-」(오석홍, 『행정논총』 10, 1972)
「한국에 있어서 행정학의 발달과 서울대학교행정대학원의 기여」(김운태, 『행정논총』 14, 1976)
『한국행정학의 학문성정립문제」(백완기, 『한국정치학회보』 12, 1978)
「한국행정학연구의 방향과 과제-문화적차이의 개념을 중심으로-」(이종범, 『한국정치학회 연례학술발표논문』, 1979)
「한국의 행정이론과 행정학연구의 주체성」(안병영, 『한국행정학보』 13, 1979)
「행정이론의 토착화와 정부용역학(政府用役學)의 극복」(안병영, 『조선』, 1983)
「한국정치학 및 행정학의 회고」(김운태·강신택·백완기 외 저, 『한국정치행정의 체계』, 박지사, 1982)
「정치학·행정학의 한국화를 지향하여-나리학구편력」(『서울대 행정논총』 제25권 제1호,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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