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은 정부 구성을 위한 체계적 지식체계로 행정 현상을 연구 대상으로 하며, 경험연구뿐 아니라 규범 연구와 처방 연구를 연구 분야에 포함한다. 행정학은 사회에서 정부의 역할이 변화함에 따라 그 패러다임도 변해왔다. 특히 행정학은 행정과 민주주의와의 관계, 행정과 경영과의 관계, 행정과 시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그 역할이 시대별로 다르게 이해되었다. 행정학의 주요 이론을 시대순으로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행정관리이론은 행정을 관리과학의 일환으로 정의하며, 효율성을 행정 운영의 중요한 가치로 강조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정부부문과 민간부문 간의 관리 방식이 기본적으로 동일하다고 보는 공사행정일원론(公私行政一元論)의 관점을 취한다. 행정관리이론은 조직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조직구조의 설계와 업무 과정에서의 분업과 통합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조직이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자원을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헨리 페이욜(Henry Fayol), 루터 굴릭(Luther Gulick). 제임스 무니(James Mooney) 등이 있다.
허버트 A. 사이먼(Herbert A. Simon)이 규범주의, 처방주의 중심의 행정관리이론을 비판하고, 행정학은 행정 현상의 인과관계를 규명해야 함을 주창하면서 나타났다. 행정행태이론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가치중립성의 강조이다. 사이먼은 행정학이 이념적 가치나 규범적 판단에서 벗어나야 하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을 통해 행정 현상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이를 통해 행정학의 연구가 보다 체계적이고 실증적인 기반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사이먼은 행정 활동을 의사결정 과정의 연속으로 이해하고,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을 연구하는 것이 행정학의 핵심이라고 보았다. 사이먼은 인간은 정보의 한계, 시간의 제약, 인지적 한계 때문에 ‘제한된 합리성’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며, 완전한 최적화보다는 만족할 만한 정책적 대안을 찾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함을 제안하였다.
비교행정이론은 국가별 행정 체제와 행정 환경을 비교하여 행정 이론의 일반성과 특수성을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둔 이론이다. 따라서 비교행정이론은 특정 국가의 독특한 행정 체제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행정행태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비교행정을 연구하는 통일된 연구 방법이 존재하지는 않으나, 주요 연구 방법 중 하나는 일반 체제론적 접근법[general system apporach]이다. 체제론적 접근법은 행정 체제가 다양한 환경적 요인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행정 체제와 행정 환경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국가 간 차이를 비교한다. 다른 접근 방법으로는 중범위 이론적 접근이 있다. 중범위 이론적 접근은 행정의 특정 분야[관료제, 인사, 예산 등]를 집중적으로 비교하여 국가 간 차이를 더욱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비교행정 연구의 대표적 학자로는 프레드 W. 리그스(Fred W. Riggs)가 있다. 리그스는 ‘프리즘적’ 사회 개념을 통해 전통적 서구 사회와는 다른 제3세계 국가들의 독특한 행정 체제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또한 키스 헨더슨(Keith Henderson)도 비교행정 연구에 이바지한 주요 학자 중 하나로 꼽힌다.
발전행정이론은 국가와 사회 발전의 동인으로써 행정의 역할을 강조한다. 즉, 발전행정에서는 경제발전을 포함한 포괄적인 국가 발전 사업을 행정이 수행하여야 하며, 행정은 이를 수행하기 위한 역량을 갖추어야 함을 강조한다. 발전행정의 관점에서는 국가 발전의 목표를 달성하였는가에 관한 행정의 효과성을 강조하며, 행정이 정책 결정에 활발히 참여함으로써 그 영역을 정치의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음을 제안한다. 미국에서는 경제 대공황 시기에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발전행정이론이 주요 행정 이론으로 대두되었고, 한국에서는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이론적 배경으로 사용되었다. 대표적 발전행정이론 학자로는 조지 간트(George Gant)가 있다.
신행정이론은 기존 행정학이 행태주의와 과학적 방법론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적절성을 상실하였다고 비판하고, 행정학이 현실의 사회적 문제에 더 직접적으로 이바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행정이론은 사회적 형평성[social equity]의 회복을 중요한 행정가치로 삼았다. 즉, 신행정이론은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계층을 보호하고 이들에게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음으로써, 단순한 효율성과 효과성 추구에서 벗어나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행정이론은 행정행태론이 주장한 가치중립성의 추구를 비판하고, 행정학은 적극적으로 공공선을 추구하고, 부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학문임을 강조하였다. 신행정이론의 마지막 특징은 현실 적합성 추구이다. 신행정이론은 행정학이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학문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신행정학의 대표적인 학자는 호러스 프레드릭슨(Horace Frederickson)이다.
공공선택이론은 공공재의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 구조를 탐구하고자 하는 이론으로, 경제학의 개인의 합리성 추구에 관한 가정이 공공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한다고 가정한다. 즉, 공공선택이론은 정부나 공직자가 항상 공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개인적 동기에서 의사결정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선택이론은 정부가 공공서비스를 독점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정부 실패’의 원인으로 제시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개인의 선택과 시장의 경쟁 원리를 적용한 공공서비스 제공 방식의 개혁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또한 공공선택이론은 방법론적 개체주의를 분석의 단위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국가나 행정조직을 분석 단위로 삼는 전통 행정 이론과 차별된다. 공공선택이론의 대표적 행정학자는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이다.
신제도주의이론은 제도의 다양성이 그 사회 현상의 특수성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임을 전제하는 이론이다. 구제도이론에서는 법, 정치구조 등 공식적인 제도가 주 연구 대상이었다면, 신제도주의에서는 규범, 상징적 문화 체계와 역사적 맥락 등 무형적이고 비공식적인 요소를 제도에 포함한다. 신제도주의에는 규범적 제도주의[normative institutionalism],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rational choice institutionalism], 역사적 제도주의[historical institutionalism], 사회학적 제도주의[socio-loigical institutionalism]가 있다.
규범적 제도주의는 규범과 가치가 인간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개인들은 제도의 규범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행동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제도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보장한다. 경제학적 관점에 바탕을 두고 있는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는 제도가 개인들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구조화된 선택 환경을 제공한다고 가정한다.
역사적 제도주의에서는 제도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축적된 경험과 맥락에 의해 형성된다고 제안하며, 제도 변화는 과거의 선택과 연결된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를 가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회적 제도주의는 제도가 사회적 정당성과 문화적 요소에 의해 형성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조직과 개인의 행동은 사회적 정당성을 얻기 위한 순응의 과정이라고 제안한다.
신제도주의이론은 공공조직의 변화가 단순한 효율성이나 경제적 논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경로의존성과 사회적 규범에 따라 점진적이고 복잡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함의를 제공한다. 대표적 학자로는 제임스 마치(James March), 요한 올슨(Johan Olsen), 폴 디마지오(Paul DiMaggio), 월터 파월(Walter Powell)이 있다.
신공공관리이론은 신자유주의적 사상에 기반한 관리주의적 접근이 반영된 이론으로, 정부의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을 목표로 하는 처방적 관점을 제시한다. 신공공관리이론은 시장 원리를 정부 서비스에 적용하여 경쟁을 촉진하고, 분권화된 조직구조와 기업가적 혁신을 통해 공공부문의 성과를 개선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정부는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규제 완화, 공무원 재량권 확대, 수익 창출을 위한 경쟁 촉진을 주요 가치로 삼는다.
신공공관리이론의 핵심은 정부가 정책의 집행자가 아니라, 다양한 정책 참여자들 사이에서 방향을 설정하고 협력을 유도하는 거버넌스 구축의 촉매자로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민간 부문과의 협력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하고 행정 운영의 민첩성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함을 제안한다. 대표적 학자들로는 데이비드 오스본(David Osborne)과 테드 게블러(Ted Gaebler)가 있으며, 이들은 정부가 기존의 관료적 구조에서 벗어나 더욱 유연하고 혁신적인 운영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공공서비스이론[New Public Service]은 신공공관리이론에 대한 대안적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이론으로, 시민성과 민주성의 회복을 정부 운영의 핵심 원칙으로 제안한다. 신공공관리이론이 정부를 효율적 서비스 제공자로 보고 시민을 소비자에 국한시켰다면, 신공공서비스이론은 시민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바라보고, 이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은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정부 혼자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정책 수립과 집행에 있어서 민주적 원칙과 시민 참여를 중시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시민이 담론을 형성하고 공익을 기반으로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중재자이자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며, 단순한 관리자가 아닌 공공서비스의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맡게 된다. 이러한 접근은 시민의 역할을 단순히 서비스의 수혜자로 축소하지 않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부와 협력하여 공공 문제를 해결하는 능동적인 주체로 재정립한다. 대표적 학자인 로버트 덴하르트(Robert Denhardt)는 신공공서비스이론을 통해 정부와 시민 간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공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시민의 책임성과 참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많은 학자가 각기 다른 기준으로 한국 행정의 발전단계를 구분하였다. 예를 들어 박동서[1994]는 1955년을 한국 행정의 시작으로 정의하고, 1955년부터 1960년까지를 행정학의 도입기, 1965년 이후를 주체 또는 반성기로 분류하였다. 이병철[2005]은 행정 이론의 진화를 바탕으로 한국 행정학의 발전단계를 살펴보았다. 그는 관리과 효율성 중심의 행정 이론이 지배하였던 1940년대에서 60년대, 신행정학과 정책연구가 주류를 이룬 1970년대, 다양한 패러다임이 나타난 1980~1990년대의 세 시기로 한국 행정학의 발전단계를 구분하였다. 박종민[2006]은 행정의 발전을 사회적 발전단계와 연계시켜 근대화[1960년대에서 1980년대 초반], 민주화[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중반], 세계화[1990년대 후반 이후]의 단계로 구분하였다. 본 글에서는 행정학의 발달단계를 근대화, 민주화, 선진국 정착기로 나누어 구분하였다.
한국 행정의 근대화 과정은 국가 발전과 공공 행정의 역할 변화를 중심으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본격화된 근대화를 위한 노력은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였고, 정부는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행정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구조를 기반으로 하여, 국가 운영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였다. 법적 질서와 규제 체계는 국가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었으며, 이를 통해 관료제가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군사정부에 들어서면서 행정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국가 주도의 개발 전략을 기반으로 작동하였고, 이에 따라 행정학은 주요 인프라 구축과 경제발전을 위한 제도적 토대의 마련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근대화 시기의 행정학은 경제성장 중심의 정책 수립과 공무원의 역량강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명확한 법적 틀 안에서 주어진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를 위해 공직 수행의 명확한 책임과 의무가 법적 규제에 의해 정의되었으며, 공무원의 전문성이 강조되었다. 행정학의 이론적 논의는 베버의 관료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행정의 효율성과 합법성을 중요한 이념으로 내세웠다.
근대화 시기에 한국 행정학은 1955년 미국의 국제협력처가 한국에 행정 기술 원조를 시작하고 1959년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이 설치되면서 발아되었다. 한국의 초기 행정학은 행정개혁을 통해 국가 발전을 이루려는 국가적 요구와 부합되면서 관리 이론 중심의 행정학이 초기 한국 행정학의 주류를 이루었다. 이 시기의 행정 연구는 서술과 설명보다는 처방과 개혁에 중점을 두고 진행되었으며, 행정학자들은 행정의 효율성 함양을 위해 선진국의 행정제도와 관리 기법을 한국에 소개하는 데 그 초점을 맞추었다.
1960년대에 미국 행정 이론에 대한 무비판적인 모방과 수용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고 한국 행정학의 토착화에 대한 가능성이 논의되었다. 또한 당시 미국에서 행정학의 주요 이론으로 대두된 신행정학과 비교행정학의 한국 적용 가능성이 논의되기도 하였다. 다만 이러한 이론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는데, 이는 행정학에는 이론적 논의보다는 국가 발전을 위한 공공부문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가 명확히 부여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1960년대 이한빈과 박동서가 편집한 『한국 행정의 역사적 분석』은 한국 행정을 한국의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려고 시도를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70년대 한국 정부는 새마을운동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국가 발전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였다. 특히,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통해 국가 주도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졌으며, 행정은 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도구로 작용하면서, 발전행정론이 한국 행정학의 주요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국가 발전의 핵심으로 정부의 역할이 강조됨에 따라 행정학 연구의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러한 행정학의 중흥은 한국 행정학의 대학원 교육이 시행되는 데에 기반이 되었으며, 행정 이론에 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행정행태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유우곤[1973]의 「한국 관료의 행태론적 분석」이나 백완기[1975]의 「한국행정의 근대화에 대한 문화 심리학적 접근법」 등은 한국의 행정행태 이해를 위한 이론적 접근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음을 반영한다.
1980년대에는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보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다양한 사회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는 사회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정책학의 중흥을 가지고 왔다. 또한 행정학의 토착화에 대한 논의가 더 심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한국 실정을 반영한 행정 이론의 필요성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또한 행정학을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국가 발전의 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는데 이는 군사정권에서 행정의 역할이 정치적 영역을 포함하면서 나타난 한국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전통적인 행정관리론이나 발전행정론 대신 발전국가론에 근거하여 한국 경제발전에서 정부의 역할을 부각시키려 하였다.
민주화는 한국의 정부 권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였다. 근대화 시기에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는 민주화가 진전됨에 따라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입법부와 사법부는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였고, 행정부에 대한 견제 권한이 강화되었다. 이러한 권력구조의 변화는 정부와 사회 간의 관계도 변화시켰다. 권위주의 시기에는 정부가 기업의 결정을 통제하고 시민의 참여를 제한하였으나, 민주화 이후 이러한 통제는 완화되고, 시민단체와 기업의 영향력이 증대되었다. 이는 시민의 참여를 통한 민주적 통제와 행정의 투명성 확보로 이어졌고, 행정 연구의 영역이 정부와 사회 간의 관계로 확대되면서 거버넌스가 중요한 연구 주제로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탈관료제화[de-bureaucratization]였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발전한 관료제는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화 시기에는 비대화된 정부 기구와 권위적 통제가 한국의 민주화를 걸림돌로 인식되기 시작하였고, 행정개혁의 주요 목표는 탈규제와 권한위임에 맞추어졌다. 김광웅[1986]은 민주화 시기에 규제완화를 통한 정부 역할 재정립이 필요함을 지적하였는데, 이러한 연구 경향들은 민주화 당시 행정을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민주화는 행정 조직 내부의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존의 하향식 통제 구조에서 벗어나 상향식 참여 중심의 관리 방식이 새로운 관리 패러다임으로 소개되고, 민주적 리더십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박동서[1988]는 행정 권력의 민주화와 분권화를 강조하며, 민주적 행정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관리자의 리더십과 공무원들의 민주적 의식 함양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공무원 노조와 내부 고발 제도 등 행정 조직 내부에서의 민주적 절차와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진행되었는데, 이는 공무원들이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조직 민주화 노력의 일환이었다.
민주화 시기에는 지방자치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민주화 이전의 중앙집권적 구조는 지방 정부의 자율성을 억압하였으나, 민주화 이후 지방정부의 독립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맥락에서 민주화 시기 행정 연구들은 지방자치의 법적 · 제도적 조건과 지방 정부의 능률적인 운영 방안에 집중되었고, 이후 지방 정부와 중앙 정부 간의 관계, 지방 사회와의 상호작용 등 보다 심층적인 주제로 연구가 발전해 나갔다. 조창현의 『지방자치론』, 이달곤의 『한국지방행정론』 등의 저서는 한국 행정학에서 중앙과 지방 정부 간의 관계에 대한 시대적 고민을 반영한 것이었다.
민주화 이후 정부 정책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권위주의 시기에는 주로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춘 산업 정책이 정부 정책의 핵심을 차지하였으나, 민주화 이후에는 복지, 환경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높아졌다. 이문영[1980]은 행정을 권력의 현상으로 보고, 민주 사회를 위한 탈권력화의 중요성을 논의하였으며, 최병선[1992]은 정부 규제의 완화와 민주적 정책 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다른 연구들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사회적 형평성을 실현하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민주화 시기에 한국 행정의 또 하나의 커다란 특징은 행정의 시장화에 대한 논의가 행정 민주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소위 IMF로 대변되는 1997년 한국의 금융위기는 행정의 민주화와 시장화를 함께 받아들이는 계기를 제공하였으며, 정부가 정부혁신과 민영화를 추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과 평가, 민영화 등의 도구를 통해 공공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 행정의 민주화와 함께 이루어졌다.
1990년대 후반부터 행정학의 연구들은 신공공관리의 개념을 소개하고 행정개혁의 필요성을 지적한 연구들과 신공공관리론을 비판하는 논문이 함께 나타났다. 예를 들어 김태룡[2000]은 신공공관리이론을 소개하고, 신공공관리가 한국 행정에 효과적 개혁 수단이 될 수 있는가를 논의하였다. 반면 신희영[2003]은 신공공관리론의 패러다임을 한국적 맥락에 적용하는 데 있어서의 문제점을 존재론적 측면, 인식론적 측면, 실질 내용적인 측면에서 조명하고자 하였다.
선진국 정착기에는 행정 운영 방식과 공공서비스 제공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중앙집권적, 관료제 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이 정책 과정에 참여하는 협력적 행정 체제가 자리 잡았으며, 정책 집행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민간 및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행정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 두드러졌으며, NGO와 같은 시민사회단체가 공공서비스 제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또한, 민주화 시기에 시작된 지방 분권화는 선진국 정착기에 보다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지역사회의 자치권을 증대시키고, 정책 결정에 더 많은 사회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어졌다. 선진국 정착기에는 형평성이 정부의 주요 가치로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정책 강화로 이어졌으며, 사회적 가치를 정책의 주요 목표로 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한국 사회의 행정 변화는 행정학 연구에도 영향을 미쳤다. 선진국으로의 도약과 함께 새로운 행정 운영 원리가 대두되면서, 이를 분석하고 설명하려는 다양한 학문적 접근이 등장하였다.
첫째,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이 협력하여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협력적 거버넌스의 개념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협력적 거버넌스는 정부, 시장, 시민사회가 각자의 역할을 통해 상호 협력하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공공서비스 제공에 다중 주체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다는 개념이다. 협력적 거버넌스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행정학 연구들은 기존 정부의 독립적 문제해결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협력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예:이명석, 2010]. 이러한 연구들은 네트워크 이론을 도입하여 정부와 비정부 조직 간의 상호작용을 설명하고, 협력적 행정 운영의 효과성과 한계를 분석하였다[예: 박현희 · 박은영, 2017].
둘째, 형평성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의 변화는 복지정책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관한 연구를 크게 발전시켰다. 이 시기에 등장한 연구들은 사회적 형평성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행정 운영과 정책에서 형평성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하였다[예: 임의영, 2009]. 특히 공공서비스 제공에서 사회적 소외 계층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설계하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표로 수립된 정책이 효과적이었는지를 평가하고 분석하는 연구들이 이루어졌다[김태희, 2022].
셋째, 선진국 정착기에 이르러 행정개혁에 관한 기조가 신공공관리에서 신공공서비스로 변화하면서 신자유주의적 정부 개혁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연구들도 나타났다. 특히 기존 신공공관리를 통한 정부 서비스 제공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공성 약화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대한 비판적 연구들이 증가하였다[예: 임도빈, 2010]. 이러한 연구들은 시장 원리를 적용한 행정개혁이 오히려 공공서비스의 질을 저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신중한 개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권인석,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