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비상(悲像)」. 금강키네마 제작으로 1935년 9월 조선극장에서 개봉되었다. 이명우(李明雨) 촬영에, 신일선(申一仙)·이원용(李源鎔)·이경선(李慶善)·박제행(朴齊行)·유신방(柳新芳) 등이 출연했다.
연극연출가였던 안종화가 영화감독으로 전향하면서 네번째로 감독한 작품인데, 조선총독부의 민족영화 탄압정책 때문에 멜로드라마를 지향하면서도 계몽주의적 색채를 띠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부호의 딸 연숙은 교육자의 아들인 순영을 사랑한다. 그러나 민족교육을 이념으로 삼는 순영의 학교는 학교를 매수하려는 연숙 아버지의 책략으로 파멸 직전에 이르게 된다. 순영은 학교부흥을 위하여 노력하다가 잠시 홀로 금강산으로 떠난다.
이것을 안 연숙은 순영을 쫓아 금강산으로 가서 산정에 오르다가 두 가정에 대한 괴로움과 고민 때문에 그만 실족하여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중상을 입은 연숙은 병상에서 수전노와 같은 아버지의 개심(改心)과 순영 부자의 교육사업의 성공을 기원한다.
마침내 그녀의 아버지는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순영 부자의 교육사업을 지원하게 된다. 낡은 교사가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는 새로이 단장된 교사가 재건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연숙은 교사 저편 쓸쓸한 병실에서 고요히 숨을 거두고 만다.
이 작품에는 연숙·순영 등의 긍정적 인간상과 대조적으로 당시의 부유한 가정의 부패상과 일본인을 가장하여 출세하려는 부정적 인간상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이며, 특히 금강산의 설경촬영이 뛰어났다. 일제의 민족영화 탄압 때문에 통속극의 구성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안에는 민족의식과 계몽주의적 성향이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