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본풀이 (이공풀이)

구비문학
작품
제주특별자치도 굿에서 서천 꽃밭 주화관장신의 내력을 풀이하는 서사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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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이공본풀이」는 제주특별자치도 굿에서 서천 꽃밭 주화관장신의 내력을 풀이하는 서사무가이다. 「이공본풀이」의 구연이 중심이 되는 제차의 이름이기도 하다. 유사한 내용의 이야기가 불교설화와 고전소설, 다른 지역의 무가에서도 발견된다. 이 본풀이에서 서천 꽃밭은 사람을 살리는 환생꽃뿐만 아니라 사람을 죽이고 징벌하는 악심꽃이 피어 있는 공간으로 상상되는데, 이는 다른 서사물에서는 보기 어려운 제주특별자치도 신화의 특징적 면모이다.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굿에서 서천 꽃밭 주화관장신의 내력을 풀이하는 서사무가.
전승

「이공본풀이」는 큰굿을 할 때에 초공맞이 다음의 이공맞이 제차(祭次)에서 구연(口演)이 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무속(巫俗)에서는 서천 서역 땅에 인간 생명의 근원이 되는 환생꽃, 재난과 멸망의 근원이 되는 멸망악심꽃 등 주화(呪花)를 가꾸는 서천 꽃밭이 있다고 한다. 이 꽃밭을 꽃감관이 관리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꽃감관을 ‘이공’이라 한다. 멸망악심꽃이 집에 들어올 때는 질병 및 기타의 재난을 당하기 때문에 멸망악심꽃으로 인한 재난을 막고, 환생꽃으로 인한 집안의 번영(繁榮)을 빌기 위하여 이 본풀이를 구연하는 것이다. 「이공본풀이」 제차는 다른 본풀이 제차와 마찬가지로 평복(平服) 차림의 심방이 기본 제사상 앞에 앉아 장구를 치며 노래를 해 나간다. 먼저 굿하는 사유를 노래하고, 본풀이를 노래한 뒤, 기원하는 순서로 행한다.

「이공본풀이」는 포태신(胞胎神)이자 산신인 불도할망을 맞이하는 불도맞이(佛道맞이) 때에도 불린다. 불도할망이 잉태(孕胎)를 해 줄 때 서천 꽃밭의 꽃을 점지하여 아기의 운명을 정해 주기 때문이다.

내용

옛날 임진국과 김진국이 한마을에 살았다. 임진국은 천하의 큰 부자로 잘살고, 김진국은 몹시 가난하게 살았다. 둘은 마흔이 지나도록 자식이 없어 탄식하다가, 동개남 절당(-堂)에 백일 불공(佛供)을 드린다. 그 결과 김진국은 아들을 낳고, 임진국은 딸을 낳았다. 김진국의 아들은 사라도령이라 이름을 짓고, 임진국의 딸은 원강아미라 이름을 지었다.

사라도령과 원강아미는 자라서 부부가 되었다. 얼마 뒤 원강아미에게 태기(胎氣)가 있어 몸이 점점 무거워져 갔는데, 이때 옥황상제로부터 서천 꽃밭의 꽃감관 벼슬을 하러 오라는 전갈이 사라도령에게 내려왔다. 사라도령이 서천 꽃밭으로 출발하려는데, 원강아미가 사라도령을 따라가기를 원했다. 그래서 사라도령과 원강아미 부부는 같이 서천 꽃밭을 향하여 먼 길을 떠났다.

서천 꽃밭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해서 며칠을 걸어도 끝이 없었다. 더 이상 걸어갈 수가 없게 된 원강아미는 사라도령에게 자기를 종으로 팔아 두고 가라고 하였다. 사라도령은 원강아미에게 만일 아들을 낳으면 ‘할락궁이’, 딸을 낳으면 ‘할락댁이’라 이름을 지으라고 한다. 그리고 사라도령은 얼레빗을 반으로 꺾어 빗의 한쪽을 원강아미에게 신표(信標)로 남기고, 혼자 서천 꽃밭으로 떠났다.

원강아미는 장자의 집에서 종살이를 시작하였는데, 밤이 되자 장자가 방문을 두드렸다. 원강아미는 아기를 낳은 뒤에야 동침(同寢)하는 법이라고 하여 위기를 모면하였다. 그 뒤 아들이 태어났고, 원강아미는 아들의 이름을 할락궁이로 지었다.

원강아미가 장자를 번번이 거절하자, 원강아미와 할락궁이는 장자에게 갖은 고역(苦役)을 겪었다. 마침내 할락궁이는 어머니인 원강아미로부터 자신의 아버지인 사라도령이 꽃감관이라는 사실을 듣고, 사라도령이 원강아미에게 주었던 신표를 가지고 서천 꽃밭을 향해 길을 떠났다.

할락궁이를 만난 사라도령은 할락궁이가 자신의 친아들임을 확인하고, “너의 어머니는 네가 도망쳐 나오자, 혹형(酷刑)을 받아 장자에게 죽임을 당했으니 원수를 갚으라.”라고 하며 웃음 웃을 꽃, 싸움 싸울 꽃 등의 멸망악심꽃과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환생꽃을 꺾어 주었다.

장자에게 돌아간 할락궁이는 장자의 친족들을 다 모아 놓고, 사라도령에게 받은 꽃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웃음판이 벌어지고, 싸움판이 벌어져 장자의 일족이 멸망하였다. 그런 뒤 할락궁이는 어머니의 시신을 찾아 환생꽃으로 살려 내었다. 서천 꽃밭에서 재회한 할락궁이 가족은 서천 꽃밭을 차지하게 되었다.

특징

이와 유사한 이야기는 평안북도의 무가 「신선세텬님청배」, 경상남도의 무가 「악양국왕자노래」로도 채록(採錄)된 바 있다. 『월인석보(月印釋譜)』 제8 상절(詳節)의 소위 「안락국태자경(安樂國太子經)」이나 고전소설 「안락국전(安樂國傳)」과도 내용이 비슷한데, 등장인물의 이름까지도 ‘사라수대왕’ · ‘원앙부인’ · ‘안락국’ 등으로 유사하다. 이를 통해 불전 설화(佛典說話)와 무가, 고소설(古小說)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사람을 징벌하여 죽이는 멸망악심꽃은 「이공본풀이」에만 보이는 독특한 화소(話素)로 주목된다.

의의와 평가

「이공본풀이」는 다른 지역의 무가 및 다른 계열의 서사물(敍事物)과 유사한 내용을 공유하면서도 악심꽃과 같은 독특한 신화소(神話素)가 결합한 서천 꽃밭 관념을 형성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무속이 보여 주는 풍부한 신화적 상상력을 가늠할 수 있고, 그러한 신화적 상상력이 서사적으로 형상화(形象化)되는 양상과 원리를 보여 준다는 의의가 있다.

참고문헌

원전

진성기, 『제주도무가본풀이사전』(민속원, 1991)
현용준, 『(개정판) 제주도무속자료사전』(각, 2007)

단행본

강정식, 『제주굿 이해의 길잡이』(민속원, 2015)

논문

오대혁, 「<안락국태자경>과 <이공본풀이>의 전승 관계」(『불교어문논집』 6, 한국불교어문학회, 2001)
이수자, 「무속신화 이공본풀이의 신화적 의미와 문화사적 위상: 이공본풀이계 서사물의 변용과 의미(1)」(『제주도연구』 10, 제주학회, 1993)
정진희, 「제주무가 <이공본풀이>의 신화적 의미에 관한 일고찰」(『국문학연구』 7, 국문학회,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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