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무가는 소설이나 설화와 같이 줄거리를 갖춘 서사 양식에 속하는 무가이다. 무속신화·본풀이라고도 한다. 소설이나 설화와 같이 고유한 등장인물이 있고, 그 인물의 활동을 중심으로 줄거리를 갖추고 있다. 고대의 제천의식이나 무속제전에서 형성된 신화가 오늘까지 전해 온 것이다. 오랜 기간 전승되면서 다른 구비문학이나 기록문학의 자료를 소재로 수용하고, 같은 서사문학인 고전소설과 판소리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서사무가는 무당의 사제 관계를 통해 선배나 스승의 구연본을 학습하여 계승되지만 구연 현장에서 자신의 언어와 보유 자료로 재조직하는 특징을 보인다.
서사무가는 소설이나 설화와 같이 고유한 등장인물이 있고, 그 인물의 활동을 중심으로 한 줄거리를 갖추고 있다. 일명 ‘본풀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신의 유래를 설명하므로 붙여진 명칭이다. 또한, 무속신의 이야기이고 무속 의식에서 구연되므로 무속신화이며, 청중들 앞에서 악기 반주에 맞추어 줄거리를 노래한다는 점에서 구비서사시이기도 하다.
서사무가의 기원은 고대 무속 제전에까지 소급된다. 영고(迎鼓) · 동맹(東盟) · 무천(儛天) 등과 같은 고대 제천의식이나 단군제(檀君祭) · 동명제(東明祭) · 혁거세제(赫居世祭)와 같은 국조제(國祖祭)는 고대의 무속 제전이며, 이러한 제전에서 형성된 신화가 오늘까지 전해 온 것이 바로 서사무가이다.
오늘날 전국 곳곳에서 전승되는 「제석본풀이」는 그 신화적 골격이 천신계(天神系) 남성과 지신계(地神系) 여성의 결합 과정과 새로운 신의 탄생 과정을 이야기한 것이며, 경기도 오산의 「시루말」과 제주도의 「천지왕본풀이」 등의 서사무가 역시 천부(天父)와 지모(地母)의 결합으로 시조가 출생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신화소(神話素)는 단군신화나 주몽신화 등의 국조신화와 공통되고 있다. 또한, 서사무가의 신화적 기능은 다산(多産)과 풍요를 관장하는 생산신으로서의 기능과 인간의 삶을 보호하는 수호신으로서의 기능인데, 이것 또한 고대 국조신화의 기능과 일치한다. 이런 점에서 서사무가는 국조신화와 같은 근원에서 형성된 무속신화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서사무가의 소재 원천은 전승 과정에서 다른 구비문학이나 기록문학의 자료를 수용한 것이 많다. 제주도의 「이공본풀이」와 평안북도 강계의 「신선세텬님청배」는 불전설화(佛典說話)인 「안락국태자경(安樂國太子經)」에서, 제주도의 「세민황제본풀이」는 중국 소설 「서유기」 중 당태종 회생담에서, 함경도의 「문굿」과 제주도의 「세경본풀이」는 중국의 「축영대(祝英臺) 설화」에서, 제주도의 「군웅본풀이」는 「작제건(作帝建) 설화」에서 그 소재를 취하고 있다.
서사무가는 자료에 따라 소재 원천이 다르게 추적되듯이 각개 작품의 내용 또한, 설화와 마찬가지로 다양하다. 버림을 받은 일곱째 공주가 약수를 길어다가 부모를 살려 낸다는 「바리공주」, 부모의 병을 고치려고 아들을 삶았는데 그것이 산삼이었다는 「안택굿」 등은 효행 이야기이고, 저승사자에게 후한 대접을 해서 수명을 연장했다는 「장자풀이」나 「맹감본」 등은 연명설화(延命說話)이며, 첫날밤에 죽은 도랑선배를 만나려고 온갖 고행을 감수하는 「도랑선배 청정각씨의 노래」는 열녀의 이야기이다.
또한 전실 자식을 죽이려다가 음모가 드러나 징벌을 받는 계모의 이야기로 「칠성풀이」와 「문전본풀이」가 있고, 염라대왕을 불러다 인세(人世)의 송사를 해결한다는 내용의 「차사본풀이」와 「짐가제굿」이 있으며, 고산국과 지산국의 자매와 남신인 바람운과의 갈등을 이야기한 「서귀포본향당본풀이」가 있다. 이와 같이 서사무가의 내용은 설화의 세계와 유사하다.
서사무가의 구연 형태(口演形態)는 구송창(口誦唱)과 연희창(演戱唱)으로 나누어진다. 구송창은 무당이 자신의 북장단에 맞추어 단조로운 가락으로 서사무가를 구송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 형태는 주로 앉아서 구송하므로 좌창이며, 말과 창의 구별이 없고 몸짓을 곁들이는 것이 없다. 서울 지역의 「바리공주」나 충청도 앉은굿에서 「제석본풀이」가 구연될 때 이와 같은 형태를 취한다.
연희창은 반주무(伴奏巫)와 주무(主巫)의 협동으로 이루어지는데, 주무는 서서 반주무가 장단을 쳐주면 그것에 맞추어 말과 노래를 교체하면서 몸짓을 곁들여 구연하는 형태이다. 반주무는 장단을 쳐 줄 뿐만 아니라, 탄성을 발하거나 판소리에서와 같이 추임새를 곁들여 주무의 흥을 돋운다. 이러한 형태는 주로 동해안 세습무의 굿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연희창의 구연 형태는 서사무가가 청배무가로서 가지는 제의적 기능이 쇠퇴하고 청중의 문학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의도에서 구송창의 형태가 변모된 것이다. 즉, 구송창은 구연자인 무(巫)가 신을 의식하고 신을 향하여 서사무가를 구연하는 형태이고, 연희창은 구연자가 인간을 의식하고 인간을 향하여 이야기의 내용을 흥미있게 잘 전달하기 위해 개발한 구연 형태이다.
서사무가는 오랜 기간을 전승하면서 같은 서사문학인 고전소설과 판소리에 영향을 주었다. 한글 고전소설은 주인공의 출생 과정, 성장 기간의 시련과 그 극복, 공명훈업의 성취 및 영화로운 생애와 신비한 죽음으로 전개되는 영웅적 인간의 일대기이다. 이와 같은 영웅의 일대기는 고대 신화에서 형성된 전기적 유형으로서 서사무가를 통해 유지되다가 소설의 근간 구조로 수용된 것이다.
또한, 서사무가에서 나타나는 여성 수난상은 혼사 장애와 그 극복을 보여 주는 여성의 일생이라는 전기적 유형으로서, 서사무가 「당금애기」 · 「바리공주」 · 「자청비」 등을 통해 전승되었다. 이러한 여성 수난의 전기적 유형 역시 「숙향전」 · 「춘향전」 등의 고전소설과, 「화세계」 · 「추월색」 등의 신소설에까지 굴절, 수용되어 있다.
서사무가와 판소리는 모두 민중을 대상으로 한 구비문학이라는 점, 노래로 불리는 율문문학이라는 점, 일정한 이야기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서사문학이라는 점 등이 일치되는 분야이다. 즉, 문학적 측면에서 한국 구비서사시라는 공통의 양식이 설정된다. 그뿐만 아니라 서사무가의 전승자인 무녀나 판소리 창자인 광대는 같은 계층에 속한 사람이었고 유대 관계가 특히 깊었다. 또한, 서사무가와 판소리는 구연 형태와 서술 구조가 일치한다. 이런 점에서 판소리의 선행 양식으로서 서사무가가 작용한 것은 확실하다.
서사무가가 전승되는 형태는 무당의 사제 관계를 통해 선배나 스승의 구연본을 학습하여 계승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구연본을 암기해서 재생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이야기 줄거리를 이해하고 서사적 국면에 삽입된 삽입 가요와 재담의 종류를 파악한 뒤 구연 현장에서 자신의 언어와 보유 자료로 재조직한다는 특징이 있다.
세습무의 수업 과정을 보면 권번(券番)에 들어가서 무용과 각 도의 민요를 익히고, 절에 들어가서 불경을 비롯한 각종 경문(經文)을 배우고 굿판에 나와 무가를 배운다. 무녀들은 무가 중에서 서사무가를 가장 늦게 배우는데, 그 이유는 서사무가 속에는 각 도의 민요나 경문이 두루 용해되어 있고, 분위기에 따른 즉흥적 임기응변도 많이 구사되기 때문이다. 무당으로서의 충분한 경력을 쌓고 그 동안 공부한 모든 자료를 동원해서 서사무가의 판을 짠다. 따라서, 선배나 스승의 구연본이 세부적으로는 변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채록된 서사무가는 수백 종에 달하나 제주도 당본풀이를 제외하면 수십여 종에 불과하다. 제주도 당본풀이는 당신으로 좌정(坐定)하게 된 경위가 주된 내용으로서 이야기 내용이 빈약한 것이 많다. 각 도별로 채록된 서사무가를 정리하면 위 〈표〉와 같다. 다만, 제주도의 당본풀이는 내용이 풍부한 일부 자료만을 선정했다.
지역 | 서사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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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남도 | 창세가·황천혼시·숙영랑 앵연랑신가·도랑선배 청정각씨노래·칠공주·돈전풀이·대감굿·짐가제굿·산천굿·셍굿·살풀이·안택굿·혼쉬굿·치원대 양산복·충열굿 |
평안북도 | 일월노리푸념·성인노리푸념·신선세텬님청배·원구님청배·데석님청배 |
평안남도 | 삼태자풀이·성신굿 |
서울·경기 | 바리공주·성주본가·제석본풀이·시루말 |
강원특별자치도 | 시준굿·손님굿·심청굿·바리데기 |
충청북도 | 제석본풀이 |
충청남도 | 제석굿·칠성풀이·장자풀이 |
전북특별자치도 | 제석굿·칠성풀이·장자풀이 |
전라남도 | 제석굿·손굿·바리데기 |
경상북도 | 시준굿·심청굿·손님굿·바리데기 |
경상남도 | 성조신가·바리데기·심청굿·손님굿·시준굿 |
제주특별자치도 | 천지왕본풀이·초공본풀이·이공본풀이·삼공본풀이·세경본풀이·원천강본풀이·명진국생불할망본풀이·신중도풀이·차사본풀이·칠성본풀이·군뭉본풀이·문전본풀이·지장본·맹감본·허웅애기본·영감본·서귀포본향당본풀이·토산당본풀이·나주기민창조상본·구실할망본·양이목사본·고대장본·고전적본·광청아기본·현씨일월본(玄氏日月本)·양씨아미본·윤대장본(尹大靜本)·이만경본·선홀리안판관제주판관본·홍부일월본(紅牌日原本)·책불일월본·산신일월본·불도일월본 등 |
〈표〉 지역별 서사무가 목록 |
이상의 서사무가들 중 전국적으로 전승되는 것은 「제석본풀이」(당금아기)이며,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서 전승되는 것은 「바리공주」이다. 중부 지역에서만 채록된 자료는 「성주본가」이고, 호남 지역에서 전승되는 서사무가는 「장자풀이」이며, 동해안 지역에서만 전승되는 것은 「심청굿」이다. 함경도 지역에서 채록된 자료는 많은 신화소가 「셍굿」에 편집되어 있는데, 이것은 서사무가의 고유한 신화소로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