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록본(採錄本)에 따라 서사의 구성 요소나 순서 등에 차이가 있다. 특히 악행을 일삼는 수명장자를 징계하여 다스리는 이야기는 일부 채록본에만 등장하는데, 징계의 주체나 내용, 결과 등도 채록본에 따라 다르다. 현용준의 채록본을 중심으로 하여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천지가 개벽하고 만물과 별과 해와 달이 생겨났을 때의 일이다. 해도 둘, 달도 둘인지라 인간 백성들은 낮에는 뜨거워서 죽고 밤에는 추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천지왕은 지상에 내려와 총멩부인과 인연을 맺었다. 다음날 천지왕은 총멩부인으로부터 사람들을 괴롭히는 수명장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천지왕은 수명장자를 징계하여 다스린 다음 하늘로 올라갔다. 총멩부인은 아들 둘을 낳아, 형의 이름을 대별왕, 아우의 이름을 소별왕이라 지었다. 형제는 자라나 아버지를 찾아가려고 천지왕이 남기고 간 박씨를 심었다. 박씨에서 싹이 나서 그 줄기가 하늘로 뻗어 가니, 형제는 그 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1,000근 활 100근 화살로 해와 달을 각각 하나씩 쏘아 떨어뜨려 일월을 정리했다. 형제는 이승과 저승을 각기 차지하여 질서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서로 이승을 차지하고 싶었기 때문에, 형제는 누가 이승을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서로 내기했다. 형제는 여러 가지 문답으로 지혜를 겨루다가, 결국에는 꽃씨를 심어 어떤 꽃씨에서 꽃이 피는가를 보고 승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대별왕이 심은 꽃씨는 꽃이 번성하여 ‘번성꽃’이 되고, 소별왕이 심은 꽃씨에서 피어난 꽃은 시들시들 ‘검뉴울꽃’이 되니, 소별왕은 형 대별왕이 잠든 사이에 자신의 꽃과 대별왕의 꽃을 바꿔치기했다. 이렇게 해서 속임수로 내기에서 이긴 소별왕이 이승을, 대별왕이 저승을 차지하게 되었으니, 저승법은 맑고 청랑한 데 반해 이승법은 그렇지 않아 살인 · 역적 · 도둑 · 간음(姦淫) 등이 일어나게 되었다.
1쌍의 신격(神格)이 이승과 저승을 나누어 맡는 것, 여러 개의 해와 달을 화살을 쏘아 떨어뜨려 정리하는 것, 꽃이 어떻게 피는가를 보고 인세 차지 경쟁의 승자를 결정하는 방식, 이승의 혼란한 질서는 속임수를 써서 내기에서 이긴 자가 이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라는 것 등은 「천지왕본풀이」뿐만이 아니라 함경남도의 셍굿무가, 경기도의 시루말 등 다른 지역의 무가에서도 보인다.
한반도 무가에서는 천지왕의 아들 대별왕과 소별왕 형제 대신 미륵과 석가가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러 개의 태양이 함께 나타난 것을 하나만 남기고 없앤 이야기는 「도솔가(兜率歌)」의 배경 설화(背景說話)로도 기술되어 있다. 사일(射日) 신화나 짝패의 이승 차지 경쟁 · 내기에 등장하는 꽃 등은 세계적 분포를 확인할 수 있는 신화소(神話素)로도 주목된다.
일월 조정(정리)과 같은 자연 질서의 정립에서부터 시작하여, 인간 세상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하게 된 내력을 밝히는 서사무가이다. 제주 무가 전승 집단의 세계관을 알아차릴 수 있는 서사무가로 평가된다. 무가를 이루는 신화소가 시대와 공간을 달리하는 다른 서사물에서도 발견되는바, 서사적 영향 관계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