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임석재(任晳宰)·장주근(張籌根)이 함흥에서 월남한 강춘옥(姜春玉) 무녀의 보유 자료를 채록하여 『관북지방무가』(1966)에 수록하였다. 셍굿은 ‘성인(聖人)굿’의 방언이며,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여래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석가여래의 행적과는 다른 우리나라의 창세 과정을 보여 주는 이야기가 대부분으로서, 본래 무속의 창세신화가 불교의 영향을 받아 변모한 것으로 보인다. 셍굿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섞여 있으므로 이야기의 토막에 따라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석가와 미륵의 인세(人世) 차지 경쟁담 : 석가가 불교를 펴기 위해 조선국에 나오니 미륵이 주인으로 있었다. 석가가 미륵에게 내기를 걸어 장기·바둑을 두었으나 미륵에게 진다. 다시 약수 삼천리에서 선유(船遊) 경쟁을 했으나 역시 석가가 진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잠을 자며 산국화를 무릎에 피우기 내기를 하였는데, 석가는 미륵이 자는 틈에 미륵이 피운 꽃을 꺾어다가 자기 무릎에 꽂고 이겼다고 속였다. 미륵은 이 사실을 알고 세상이 어지러워질 것을 예언하고 사라진다.
② 석가의 치세담(治世譚) : 석가가 세상을 차지하자 세상에는 해도 둘, 달도 둘이 생겨서 낮에는 덥고 밤에는 너무 추워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석가는 서천국에 들어가서 부처에게 방법을 물어보고 해와 달을 하나씩 제거한다.
또한, 천태산에 들어가서 쇠를 부딪쳐 불의 근본을 알아내고 땅을 파서 물의 근본을 알아낸다. 그 다음 절을 지어 3,000 중을 가르쳐 불법을 퍼뜨리고 화장법을 가르쳤다.
③ 강박덱이와 모시각시담 : 강박덱이는 목수로서 천상에 부름을 받고 궁궐을 지으러 올라가서 궁궐을 짓다가 모시각시와 내기를 벌인다.
그런데 모시각시가 모시 천 동을 짤 동안에 강박덱이는 궁궐을 다 짓지 못해서 집 지은 품값을 모시각시에게 모두 빼앗긴다. 화가 난 강박덱이가 술수를 써서 새로 지은 궁궐에 들어간 옥황상제는 병을 앓게 되고, 성주 안택을 크게 한 뒤 병이 낫게 된다.
④ 청애선비담 : 청애선비 부부가 황금산 절에 백일기도를 드리고 아들을 낳았으나, 그 아이가 부모를 버리고 황금산 절로 가서 중이 된다. 화가 난 청애선비가 절을 허물어버리자 성인님이 다시 안헤산 금상절을 이룩한다.
⑤ 원맥이의 희생담 : 절을 짓고 팔도의 쇠를 모아 종을 만드는데 종이 이룩되지 않았다. 이에 쇠 대신 아들이나 가져가라고 한 원맥이 어머니의 말이 부정 탔음을 알고, 원맥이를 데려다가 쇳물에 넣어 종을 만든다.
⑥ 서인님의 장자 징치담 : 서인님이 장재비집에 시주를 갔는데 장재비는 괄세를 하고 그 집 며느리는 시아버지 몰래 시주를 하였다. 서인님은 장자 집이 함몰할 것을 예언하고 여기에서 살아 나가는 방도를 며느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며칠 후 장자 집은 연못이 되고 장자 부처는 물오리가 되었으며, 탈출하다가 뒤를 돌아본 며느리는 각시바위가 되었다.
⑦ 세주아기와 삼제석담 : 서인님은 세주아기 집에 이르러 시주를 핑계 삼고 세주아기와 동침한다. 잉태한 세주아기는 부모의 분노를 사서 아홉 방에 갇히고 그 속에서 아들 삼 형제를 출산한다. 세주아기는 아들 삼 형제를 데리고 서인님을 찾아와서, 세주아기는 마술(곡식의 신)이 되고 아들 삼 형제는 삼제석이 된다.
이상의 이야기는 불승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신비한 이야기가 서인님을 주역으로 하여 모두 결집된 것으로서, 단일한 신화 유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야기 중에서 ①은 국조(國祖) 기원 신화, ②는 기후 조절 및 물과 불에 관한 신화, ③은 가옥 기원 신화, ④는 불승 기원 신화, ⑤는 에밀레종 유래와 같은 종(鐘)의 기원 설화, ⑥은 장자못 전설, ⑦은 제석본풀이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많은 이야기가 무속신화로 용해되어 있다는 점에서 「셍굿무가」는 무속신화의 성격이나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