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신화」는 우주와 세상이 창조되고 만들어진 기원과 내력을 밝히는 내용의 신화적 서사다. 현재 연행되거나 전승되는 창세신화는 모두 굿에서 불리는 서사무가들이다. 현재까지 연행의 전통이 살아 있는 창세신화는 제주도 큰굿의 「초감제」에서 불리는 「천지왕본풀이」와 같은 것들이 있다. 그밖에 채록된 창세신화로 「창세가」, 「셍굿」, 「삼태자풀이」, 「시루말」, 「당금애기」 일부 자료, 「순산축원」 등이 있다. 연행되는 신화는 아니지만 우주 및 세상의 창조와 관련된 신화적 사건을 그리는 구술 서사도 창세신화의 흔적을 지닌 이야기들이다.
「창세신화」는 우주와 세상이 창조되고 만들어진 기원과 내력을 밝히는 내용의 신화적 서사다. 현재 연행되거나 전승되는 「창세신화」는 모두 굿에서 불리는 서사무가들이다. 현재까지 연행의 전통이 살아 있는 「창세신화」는 제주도 큰굿의 초감제에서 불리는 「천지왕본풀이」와 같은 것들이 있다. 그밖에 채록된 「창세신화」로 「창세가」, 「셍굿」, 「삼태자풀이」, 「시루말」, 「당금애기」 일부 자료, 「순산축원」 등이 있다. 연행되는 신화(神話)는 아니지만 우주 및 세상의 창조와 관련된 신화적 사건을 그리는 구술 서사도 「창세신화」의 흔적을 지닌 이야기들이다. 설문대할망 설화와 같은 창조 여신의 흔적을 지닌 거녀설화나 마고할미 부류의 이야기들, 홍수 설화(洪水 說話)나 남매혼 설화 등이 이와 같은 유형에 속한다.
「창세신화」는 하늘과 땅, 우주 만물, 세상과 인간의 질서 및 이치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기원과 내력을 설명하는 이야기다. 살아있는 신화로 기능하는 것들은 굿과 같은 의례(儀禮)에서 실제로 연행 · 전승된다. 현재 이러한 전승의 궤적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자료로는 제주도 큰굿의 초감제에서 연행되는 「천지왕본풀이」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신화를 신의 근본을 푼다는 의미에서 ‘본풀이’라고 부르는데, 초감제는 신을 불러들이기에 앞서 우주와 세상과 인간 질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어디서 누가 굿을 하는지를 알리는 제차의 굿이다. 이 과정에서 신이 내려올 굿청을 정화하고 신이 오실 곳을 신께 단계별로 알려 드린다. 이 초감제에서 하늘과 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관한 신화라고 할 수 있는 「천지왕본풀이」를 연행한다.
하늘과 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설명한다는 점에서 「창세신화」는 ‘천지개벽신화(天地開闢神話)’라고도 할 수 있다. 제주도의 「천지왕본풀이」 외에 경기도 오산 열두 거리 굿 중 ‘시루말거리'에서 연행하는 「시루말」과 함경도 함흥의 「창세가」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창세신화의 신화적 모티프를 포함하는 서사무가들이 다수 채록된 바 있는데 전국에서 채록된 「제석본풀이」의 일부 자료, 평안남도 평양의 「삼태자풀이」, 함경남도 함흥의 「셍굿」, 강원도 강릉의 「당고마기노래」, 경상북도 영덕의 「당금아기」 등이 바로 이런 자료에 해당한다. 또한 「제석굿」이나 「시준굿」에서 불리는 무가 자료에 창세신화의 모티프가 삽입되기도 한다.
창세신화의 중요한 신화소(神話素)는 천지개벽, 해와 달의 조정(調整), 인간의 창조, 국가의 시조의 탄생, 통치권 다툼 등이다. 이들 신화소를 두루 갖춘 자료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함경남도 함흥의 「창세가」이다. 제주도의 「천지왕본풀이」는 천지개벽과 인간 창조의 신화소가 빠져 있다. 그밖에 「제석본풀이」에 삽입된 신화소는 대체로 통치권 다툼에 관한 것이다.
신화소별 내용과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천지개벽
천지개벽이 창조주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나는 각편(各篇)은 「창세가」뿐이다. 그밖에 다른 각편에서는 하늘과 땅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으로 되어 있다. 「창세가」에서는 미륵(彌勒)이 하늘과 땅이 분리되기 이전의 상태에서 탄생하여, 하늘과 땅을 분리한 뒤 땅 네 귀에 구리기둥을 세운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은 중국의 「반고신화(盤固神話)」에 등장하는 모티프와 유사하다. 다른 각편에서는 하늘이 자방(子方)으로 열리고 땅이 축방(丑方)으로 열렸다는 기술이 덧붙어 있다.
(2) 인간의 창조
인간 창조에 관한 신화소는 「창세가」와 「셍굿」에서만 나타나는데 두 자료의 내용이 서로 다르다. 「창세가」에서는 미륵이 금쟁반과 은쟁반을 양손에 들고 하늘에 기도하여 금벌레 · 은벌레를 5마리씩 받는다. 이 벌레들이 자라서 금벌레는 남자가 되고 은벌레는 여자가 되는데, 이 5쌍의 남녀가 서로 부부가 됨으로써 뒤에 인류가 번성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셍굿」에서는 황토로 남자와 여자를 만들었다고 나올 뿐, 누가 인간을 창조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창세가」에서는 인간이 처음 생겨 난 근원이 하늘에 있는 데 비해, 「셍굿」에서는 인간이 처음 생겨 난 근원을 흙에 두고 있다.
인류가 처음 생겨 난 근원을 하늘로 보는 사고방식은 「단군 신화(檀君 神話)」 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황토로 인류를 만든다[黃土造人]는 내용의 신화소의 경우, 한국에서 전승되는 다른 신화 텍스트에서는 발견되지 않으며, 오히려 중국 여와(女媧)의 고사(故事)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3) 해와 달의 조정
창세신화의 중요한 신화소 중 하나가 해와 달의 수를 조정하는 것이다. 신화의 주인공이 인간 세상을 차지할 당시, 하늘에는 해도 둘, 달도 둘이 돋았다. 이 때문에 인간 세상은 낮에는 석 자 세 치씩 타들어 가고, 밤에는 석 자 세 치씩 얼어 인간이 살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인간 세상을 차지한 주인공이 해와 달을 하나씩 쏘아 없애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었다는 내용으로 기술된다. 활을 쏘아 해를 떨어뜨리는 것은 가까운 중국의 신화나 아시아 일대 다른 문화권의 신화에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는 모티프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수록된 「도솔가」 관련 설화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생태적(生態的) 측면에서 태양의 수를 조절한다는 것은 더위와 가뭄을 방지하려는 것이고, 달의 수를 조절한다는 것은 추위와 홍수를 막으려 한다는 의미가 있다. 즉, 기후를 조절하고자 했던 의례와 주술적 행위에서 태양과 달을 활로 쏘는 연행이 행해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해나 달은 세상의 중심이면서 유일한 위치를 상징하는 왕을 표상하기도 한다. 해나 달이 2개 이상이라는 것은 왕의 권위와 통치권에 대한 도전이 나타났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활을 쏘아 1개 이상의 해와 달을 떨어뜨리는 것은 이와 같은 정치적 위기를 극복했음을 의미한다.
(4) 인세(인간 세상)의 통치권 경쟁
인간 세상의 통치권을 둘러싸고 겨루고 다투는 이야기는 창세신화의 핵심이 되는 신화소로서, 전국에서 전승되는 여러 유형의 신화 자료에 두루 나타난다. 한반도 동북부 지역에서는 미륵과 석가(釋迦)가 대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제주도에서는 대별왕과 소별왕이 대결의 주역으로 등장한다.
전자의 자료에서는 미륵이 먼저 세상을 차지하여 평화롭게 다스리는데 석가가 등장하여 세상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면서 다툼이 시작된다. 미륵과 석가는 내기를 정하고 이기는 편에서 세상을 경영하기로 약속한다. 두 번이나 진 석가는 세 번째 도전을 감행하는데, 이때 잠을 자면서 무릎에 꽃을 피우는 내기를 한다. 석가는 미륵이 잠든 사이에 미륵의 꽃을 훔쳐 내기에 이긴다. 미륵은 이 사실을 알지만, 석가에게 세상을 내주고 세상에 악이 횡행하리라는 저주를 남긴 채 사라진다. 미륵의 말대로 석가가 차지한 세상에는 악이 성행한다.
제주도의 「천지왕본풀이」에서는 본래 대별왕이 이승 세계를 차지하게 되었는데, 소별왕이 자기가 차지한 저승 세계와 대별왕의 이승 세계를 바꾸자고 요청하여 수수께끼 겨룸을 시작한다. 소별왕은 여러 번 대별왕에게 졌으나 다시 도전하여 대별왕을 속인다. 대별왕이 자면서 피워 낸 꽃송이를 몰래 꺾어 자기의 것으로 만든 것이다. 이에, 대별왕은 소별왕에게 이승 세계를 내주고 저승 세계를 차지한다. 이런 까닭에 저승의 법도는 맑고 정직한 데 반해 이승의 법도는 문란하고 어지럽다.
이와 같은 인세 다툼은 신적인 존재가 모두 인간 세상에 뜻을 두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신들의 다툼에서 겨루는 역량의 내용이 지혜와 속임수라는 사실은 이들의 문화적 연원(淵源)에 트릭스터(trickster)의 흔적이 남아 있음을 암시한다. 이들이 다투고 겨루는 지혜는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이 아니라 타고난 것이며, 이 타고난 지혜는 신화학(神話學)의 맥락에서 ‘알고 태어난 자’ · ‘우주의 비밀을 알고 거듭난 자’ · ‘인식한 자로 거듭난 존재’의 표상을 드러낸다.
(5) 시조(始祖)의 출생 과정
인간 세상 통치자의 시조가 출생하는 과정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는 자료는 경기도 오산의 「시루말」과 제주도의 「천지왕본풀이」다. 두 자료에서 등장하는 존재의 이름은 다르나 출생 과정의 내용은 유사하다. 그 내용은 하늘로부터 내려온 남신(男神)이 지상의 여신(女神)과 인연을 맺어 아들 형제를 낳았다는 것인데, 이 두 형제가 하늘로 아버지를 찾아가 인세를 다스리는 직책을 부여받게 된다는 것이. 이와 같은 천부(天父)와 지모(地母)의 결합은 한국에서 전승되는 국가 시조 탄생의 신화적 서사에서 흔히 발견되는 모티프다. 문헌에 기록된 단군(檀君) · 주몽(朱蒙) 등의 국가 시조의 출생 서사에서 이와 같은 예를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