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에 있는 제차로 정장한 심방(무당)이 제단을 향하여 네 번 절하고, 북 · 장구 · 대양 · 꽹과리 등의 무악(巫樂)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심방은 무가(巫歌)를 구송(口誦)하며 춤과 노래, 그리고 무점(巫占)으로 의례를 집행하여 나간다.
1만 8000신격(神格)이나 되는 제주도의 모든 신들은 한라산 영실기암을 중심으로 산 앞 산 뒤 할 것 없이 흩어져 있다는 이 신들을 ‘초감제’라는 제의의 절차에 따라 청하여 들인다는 것이다. 내용은 제의의 목적, 일시(日時), 제장(祭場), 제주(祭主)의 주소 · 성명 · 생년월일 등을 신에게 고한다.
환자의 치병을 위한 굿일 경우에는 “환자를 살려주십사 이 기도를 올립니다.” 하고, 희망굿일 경우에는 “조상님 덕분에 재물을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오늘 이처럼 그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정성을 올리오니, 이 후에도 사업이 잘 되게 하여주시면 다음에는 보다 큰 정성을 올리겠습니다.” 하고 고한다.
신을 청하고 맞이하는 과정은 도업침, 베포침, 문열림, 살려옴, 새?림, 오리정함, 신청괴함 등의 작은 제차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내용을 살펴보면 도업침은 천지개벽 및 우주 삼라만상의 창조담을 구송하는 과정이다.
베포침은 “오백장군 영실기암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 일만팔천신 위엄전을 다 청하여 인간계로 나올 수 있도록 문 열립니다.” 하고 고하는 과정이다.
다음 심방의 말을 빌리면, 신의 거처는 속인(俗人)의 눈으로는 언덕이요 숲으로 보이지만, 귀신의 눈으로는 기와집 같다고 한다. 이 기와집 같은 신의 집 문을 열어 청하는 과정이 곧 ‘문열림’이다.
이렇게 심방은 온 정성을 다 바쳐 신을 청하지만, 신 가운데에는 출타중이거나 아니면 어떠한 사정이 있어 참석 못하는 신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경우 참석 못한는 신을 위하여 재차 청신하는 과정이 곧 ‘살려옴’이다.
신을 청하여 놓았으니, 그 신이 오는 길을 깨끗이 하여야 할 이치이다. 새?림은 청한 신의 내왕 길에 제반 사물(邪物)을 깨끗이 쫓아 청소하는 과정이다. ‘새’의 본디 뜻은 ‘사(邪)’를 의미하였으나, 이것도 오늘날에는 ‘새〔鳥〕’의 뜻과 혼동하여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귀신도 말〔馬〕을 타야 비로소 내왕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오리정함은 청한 신이 제청의 오래(구역 안)에 당도하였다고 말하고, 심방은 그 신들을 맞이하여 하마(下馬)시키고 자리로 안내하는 것이다.
이로써 귀신의 세계라 하더라도 인간세계와 다를 바 없이 이해하였음을 알 수 있다. 중앙의 고관(高官)을 청하고, 마중을 나가고, 자리에 안내하고, 대접하고, 즐겁게 해드리고, 소원을 말하고, 전송하고 하는 절차와도 비슷한 것이다.
제주도 무속사회에서 신앙인은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제의를 베풀고 신에게 소원성취를 간절히 염원하였던 것이니, 그 제의의 첫 부분에 해당되는 차례가 곧 초감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