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삼 형제가 성주에서 제주특별자치도에 와서 따로 살게 되었는데, 그 중 큰형은 조천읍 북촌리에 정착하였다. 큰형은 얼굴과 풍채가 좋고 총명하였을 뿐 아니라, 활을 잘 쏘고 문필에 능하였다. 북촌리에 입주하면서 가지고 간 돈으로 밭을 사서 재산을 모아 큰 부자가 되었고, 특히 말과 소가 잘 번성하여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그 뒤 벼슬에 뜻이 있어 서울로 올라갔는데, 조정에서 검은 말 삼백 필을 진상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흔쾌히 승낙하고 검은 말 삼백 필을 진상하자, 조정에서는 만경령 벼슬을 내려 주었다. 이만경은 어사화를 꽂고 많은 재인과 광대들을 거느린 채 제주도로 돌아와 제주성 안에서 사흘을 논 뒤, 북촌으로 와서 소를 잡아 열 나흘 동안 잔치를 베풀고 만경령 벼슬을 살았다. 이 조상을 잘 놀리고 위하면 이씨 집안이 번창하고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본풀이의 주인공을 '이만경'이라 하는 것은 만경령(萬頃令) 벼슬을 지낸 조상이기 때문인데, 조천읍 북촌리의 성주 이씨 집안에는 무과로 만경령에 이른 '이광빈'이라는 인물이 실제로 있었다.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가 본풀이에서 구송된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조상본풀이 가운데 벼슬을 지낸 조상의 내력담을 풀어내는 「홍부일월본풀이」에 속하는 본풀이이다. 벼슬하여 출세했던 혈연 조상의 실제 이력을 무속적 조상 신격의 내력담으로 풀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주도 무속의 ‘조상’이라는 일족 수호신은 집안의 실제 조상을 섬기는 데에서부터 비롯되었음을 짐작하게 해 주는 본풀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