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본풀이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마을 성소(聖所)인 당(堂)의 뿌리를 풀어내는 무가(巫歌)로서, 대개 다음과 같은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다. ① 계보와 출생, 혼인 등을 설명하는 신격(神格) 해설, ② 신격이 어떤 내력을 거쳐 이 마을의 당에 좌정(坐定)하였는지를 설명하는 좌정 경위(坐定經緯) 해설, ③ 마을의 토지, 주민의 생사 · 생업 · 육아 · 치병(治病) 등 어떤 사항을 관장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직능(職能) 해설, ④ 어떻게 제일(祭日)이 정해졌는지를 보여 주는 제일의 유래 해설, ⑤ 신앙민인 단골은 어느 성씨인지, 또 어떻게 이 신격을 모시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단골 해설, ⑥ 무엇을 즐겨 먹는 신이므로 무엇을 제물로 올린다는 제물 해설 등이다.
이러한 내용의 구성은 세 가지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그 당신의 내력과 좌정 경위를 해설해 줌과 동시에, 그 신의 성격이나 직능 · 제일 · 식성(食性) · 단골 등에 관한 사항을 신앙민들에게 분명히 전해 주어 당신의 신앙과 제의에 대한 지식을 주는 것이다. 둘째, 지금 행하고 있는 당의 제의(祭儀)가 정당하고 제의의 효험이 확실함을 보증하는 기능이다. 당본풀이에 근거한 제일에 신의 식성에 맞는 제물을 올리고, 본풀이에서 정해진 단골들이 신이 관장하고 있는 사항에 대하여 기원하고 있으니, 신이 주민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셋째, 문학적 기능을 들 수 있다. 신의 출생에서부터 당신으로서 좌정할 때까지의 생활사가 설화적 구조로 구상화되어 있으므로 본풀이를 듣는 것은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 굿 구경이 즐거운 이유 중의 하나는 이 신화 문학의 감상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당본풀이가 설화 문학적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수물 큰당한집, 알로 ᄂᆞ려 고냥돌”과 같이 신명(神名)만을 호칭하여 신격을 해설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오도롱으로 가지 갈라온 송씨할마님” 식으로 그 계보와 신명만을 제시하는 것도 있고, “낳는 날은 생산 ᄎᆞ지, 죽는 날은 물고(物故) ᄎᆞ지, 호적 장적(帳籍) ᄎᆞ지ᄒᆞ던 한집”처럼 신의 관장 사항을 별다른 유래담 없이 나열하기도 하여 이른바 교술 무가적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당본풀이는 신격의 내력과 좌정 경위를 해설하는 부분과 단골이 정해져 신격으로 모셔지게 된 연유를 설명하는 부분이 합쳐져서 설화 문학적 구조를 갖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당본풀이의 사건 전개는 기 · 승 · 전 · 결의 4단계 진행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 신격의 출생을 서술하는 대목이다. 신격은 한라산이나 제주도 안의 여러 곳에서 솟아나거나, 강남천자국, 서울특별시 남산 등 제주 섬 밖 각지에서 솟아나는 것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출생만으로도 신격으로서의 신성성이 드러난다.
승: 주인공인 신격이 출생지를 떠나 당이 있는 마을에 오게 되기까지의 사건들이 서사화된다. 한라산에서 솟아난 신들은 산봉우리에서 마을까지 내려오면서 사건들을 겪게 된다. 서울이나 강남천자국 등 제주 섬 밖에서 솟아난 신들은 제주에 입도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또 제주에 입도하여 마을에 오기까지의 과정에서 여러 사건을 겪는다. 원래 태어난 곳에서 부모로부터 추방당하여 입도하는 경우가 많고, 장군적 면모를 보이는 존재가 역적이라 하여 나라에서 배척하여 입도하는 경우도 있다. 제주도에서 출생한 신격이 부모에게 쫓겨나 용궁에 갔다가, 용궁녀와 혼인하여 제주로 귀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른 신격들과의 갈등, 신격과 신격 간 혼인과 별거, 신격의 영력(靈力) 보이기 등이 그려지며, 신격으로서의 능력이 서사적으로 표현되는 부분이다.
전: 마을 사람들로부터 신격으로 모셔지게 된 경위를 서술하는 대목이다. 제주 섬 안에서 솟아난 신이든 외지에서 입도한 신이든, 좌정할 만한 곳을 찾아 제주의 산과 들을 헤매다가 마을에 이르러 사람을 만나 단골(신앙민)을 정하고, 자기를 전담하여 제사를 지내 줄 매인심방을 정하는 등의 사건이 그려진다. 이 사건을 거쳐 비로소 마을의 '당(堂)'이 설립되며, 신격은 마을 사람들을 보호하는 당신으로 좌정하여 제향받게 된다. 신격이 사람을 만나 자신을 모시면 잘 돌보아 준다고 제안하고 사람들이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순조롭게 좌정이 완료되는 것이다. 신격이 마을에 이르렀으되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여 당신으로 좌정하지 못하는 경우, 신격은 '현몽'이나 ‘흉험’ 등의 징조를 주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결: 신격이 당에 좌정하여 어떤 제향을 받는지를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제일 · 제물 · 제법 등의 해설도 여기에 들어간다.
마을 신앙의 성소인 당은 제주 뿐만 아니라 한반도 내륙 지역에도 있다. 내륙 지역의 당 주변에서도 서사를 지닌 당본풀이처럼 당에서 모시는 신격의 유래담이나 영험담 등이 전해지는데, 제주도에서는 굿에서 연행되는 본풀이 형태로 전승되는 데 비해 내륙 지역에서는 이야기 형태인 전설로 구연되는 경우가 많다. 모두 '당신화'로 범주화할 수 있으며, 마을 단위로 전승되는 '마을 신화'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우주'의 세계관을 살피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당본풀이는 마을 신앙으로서의 당신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본풀이로, 당신앙의 변화와 함께 서사적 확대와 변이가 이루어져 온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예컨대 일렛당은 육아와 치병의 기능이 중요해져서 본향당(本鄕堂)에서 분화된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러한 사정이 여러 마을의 일렛당본풀이에 반영되어 있다. 「세화 본향당 본풀이」는 당본풀이의 관습적 서사를 활용하여 마을 본향당에 여러 신격을 수용하게 된 신앙의 역사를 풀어낸 것임이 추론되기도 하였다.
한편 당본풀이는 제주도 전역에서 전승되는 일반 본풀이의 서사적 원천 가운데 하나로도 주목받고 있다. 제주의 신앙과 신화를 이해하는 데 당본풀이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