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본풀이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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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굿에서 제주도의 문신(門神)인 문전신(門前神)과 집 안 곳곳에 자리한 그 가족신들의 내력을 풀이하는 서사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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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문전본풀이」는 제주도 굿에서 제주도의 문신인 문전신과 집 안 곳곳에 자리한 그 가족신들의 내력을 풀이하는 서사무가이다. 문전신, 조왕신, 측간신, 주목지신 등의 관계와 역할이 이 본풀이를 통해 해명된다. 계모담을 중심으로 하는 같은 내용의 무가는 다른 지역에서도 전해지는데, 제주도의 「문전본풀이」는 서사는 유사하되 그 신화적 의미와 기능은 변별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정의
제주도 굿에서 제주도의 문신(門神)인 문전신(門前神)과 집 안 곳곳에 자리한 그 가족신들의 내력을 풀이하는 서사무가.
내용

옛날 옛적 남선 고을의 남 선비와 여산 고을의 여산 부인이 부부가 되어 살았다. 집안이 가난하여 살림이 궁한데, 아들이 일곱이나 태어났다. 여산 부인은 살아갈 궁리를 하다가 남편에게 무곡(貿穀) 장사를 하도록 권유하였다. 남 선비는 부인의 말대로 배 한 척을 마련하여 남선 고을을 떠났다.

배가 오동 나라에 닿았는데, 오동 나라 오동 고을에는 간악하기로 소문난 노일제대 귀일의 딸이 있었다. 귀일의 딸은 남 선비의 소식을 듣고 선창가로 달려와 남 선비를 유혹하였다. 그 홀림에 빠진 남 선비는 귀일의 딸과 둘이서 장기판을 벌여 놓고 내기를 시작하였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남 선비는 재물을 모두 탕진하고 귀일의 딸을 첩으로 삼아 끼니를 얻어먹는 처지로 몰락하고 심지어 눈마저 멀고 말았다.

한편,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여산 부인은 아들들을 불러 배를 한 척 지어 주면 아버지를 찾아오겠다고 하였다. 아들들이 지어 준 배를 타고 남편을 찾아 오동 나라에 닿은 여산 부인은, 기장 밭에서 새 쫓는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의 도움으로 남편을 찾았다. 눈이 어두워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는 남 선비에게 하루 저녁 묵어갈 허락을 받은 여산 부인은 겨죽이 눌어붙은 솥을 씻고 밥을 지어 밥상을 차려 냈다. 첫 술을 뜬 남 선비는 자신도 예전에는 이런 밥을 먹어 보았다며 탄식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여산 부인이 신원을 밝히자 남 선비는 부인의 손목을 잡고 만단정회를 나누었다.

이윽고 귀일의 딸이 돌아와 집에 온 낯선 여인이 남 선비의 본처임을 알게 되고, 날이 더우니 목욕이나 하자며 여산 부인과 함께 못에 가서는 등목을 해 주는 척하다가 여산 부인을 물 속에 밀어 넣어 죽여 버렸다. 집으로 돌아온 귀일의 딸은 여산 부인인 체하며 돌아와서는 남 선비에게 “노일제대 귀일의 딸은 행실이 괘씸하여 죽여두고 왔다"라고 하였다.

이 말을 곧이들은 남 선비는 귀일의 딸인 줄은 모르고 그녀와 함께 남선 고을로 향하였다. 마중 나온 일곱 형제가 그들을 보니, 어머니가 아무래도 원래 어머니인 것 같지 않았다. 앞장서서 집으로 가는 어머니가 길을 몰라 이리저리 헤매고, 집으로 돌아와 밥상을 차리는 것도 전과 같지 않았다. 아들들의 의심은 날로 깊어갔다.

아들들의 의심을 눈치 챈 귀일의 딸은 일곱 형제를 죽일 계략을 꾸몄다. 배가 아파 죽어 가는 시늉을 하면서, 당황해 하는 남편에게 점을 치라고 하였다. 점을 치러 남편이 나가니, 귀일의 딸은 지름길로 달려가 남 선비를 기다리다가 점쟁이인 척하면서, 일곱 형제의 간을 내어 먹어야 낫는다고 하였다. 남 선비는 아들은 다시 낳으면 된다는 부인의 말을 듣고 칼을 갈았다. 이것을 알아차린 똑똑한 막내 아들 녹대생이는 아버지 대신 형들의 간을 내어 오겠다 하고는 칼을 가지고 형들과 함께 산으로 올라갔다.

도중에 지쳐 잠을 자는데, 어머니의 영혼이 꿈에 나타나 노루의 간을 내어가라고 가르쳐 주었다. 잠을 깨니 과연 새끼 노루 일곱 마리가 내려오고 있었다. 여섯 마리를 잡아 간을 내고 계모에게 가져갔다. 계모는 먹는 체하며 간을 자리 밑으로 숨겼다. 문틈으로 엿보던 막내 아들이 들어가 자리를 걷어치우자, 형들도 왈칵 집으로 달려들었다.

흉계가 만천하에 드러나자, 노일제대 귀일의 딸은 측간으로 도망가 목을 매고 죽어 측간신 측도부인(厠道婦人)이 되었고, 남 선비는 달아나다 정낭에 목이 걸려 죽어 주목지신(柱木之神)이 되었다. 일곱 형제는 서천 꽃밭에 가서 환생 꽃을 얻어다가 물에 빠져 죽은 어머니를 살려 조왕신으로 앉혔다. 일곱 형제는 각각 자기의 직분을 차지하여 신이 되었다. 첫째는 동방청대장군, 둘째는 서방백대장군, 셋째는 남방적대장군, 넷째는 북방흑대장군, 다섯째는 중앙황대장군, 여섯째는 뒷문의 신인 뒷문전, 영리한 막내는 앞쪽 문신인 일문전이 되었다.

특징

계모와 전실 자식 사이의 갈등이 드러나는 서사가 호남의 「칠성풀이」, 관북의 「살풀이무가」 등과 겹친다. 하지만 신화적 의미나 기능은 달라서, 다른 지역에서는 자손의 번창을 비는 의미가 있다면 「문전본풀이」는 가신들의 내력담으로 기능한다.

의의 및 평가

같은 이야기가 굿에 유입되어 신화화된다고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신화로서의 기능은 다르게 변용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서사무가이다. 부자 관계, 모자 관계, 처첩 관계 등 다양한 가족 관계에 주목하는 서사를 통해 가족의 전범을 보여 주는 신화이자 가부장적 가족 제도 하에서 여성들이 겪는 문제와 그 신앙적 극복이 투영된 신화로 해석되기도 한다.

한편 노일저대 귀일의 딸은 '악인형 여성'의 신화적 전형일 뿐만 아니라, 그 시신이 여러 물질로 변화했다는 점을 볼 때 에너지의 재생과 순환이라는 측간의 생태적 위상을 보여 준다고도 할 수 있다. 동화 『녹디생이, 사라진 변기를 찾아라』, 판소리 합창 「오버더떼창: 문전본풀이」로 재탄생되는 등, 문화콘텐츠로의 재현 및 재해석도 활발한 무가이다.

참고문헌

원전

현용준, 『(개정판)제주도무속자료사전』(각, 2007)

단행본

강정식, 『제주굿 이해의 길잡이』(민속원, 2015)

논문

박재인, 「문전본풀이의 현대적 활용 양상과 의미」(『인문사회21』 10-6, 인문사회 21, 2019)
정진희, 「제주도 무속신화 <문전본풀이>의 가부장제와 '어머니로 살기'」(『국문학연구』 35, 국문학회, 2017)
집필자
정진희(아주대학교 특임교원, 구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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