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놀이 (놀이)

구비문학
작품
제주도굿에서 영감이라고 하는 도깨비를 대접할 때 연행하는 굿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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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영감놀이」는 제주도굿에서 영감이라고 하는 도깨비를 대접할 때 연행하는 굿놀이이다. 영감 때문에 병을 앓게 되었을 때 연행되는 경우가 많다. 형제 중의 막내인 영감이 침범한 사람에게 병이 생겼으므로, 영감의 형제 신들을 불러다 잘 대접하여 아우 영감을 데려가게 하는 장면을 연극처럼 공연함으로써 환자의 치유를 도모한다. 영감의 내력을 풀이할 때에는 「영감본풀이」가 구연된다.

정의
제주도굿에서 영감이라고 하는 도깨비를 대접할 때 연행하는 굿놀이.
내용

「영감놀이」는 영감의 형제들을 청해 들여 대화와 술잔을 주고받으며 대접한 뒤에 돌려보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특히 치병굿의 경우, 영감의 형제들을 청하여 잘 대접해서 문제를 일으킨 막내를 데려가게 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치병굿에서의 「영감놀이」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마당에 제사상을 차린다. 제사상에는 다른 굿과 같이 메 · 떡 · 쌀 · 과일 · 채소 · 술 등 여러 가지 제사 음식 및 재료를 올리는데, 특히 돼지머리 · 수수떡 · 소주 따위의 영감신이 즐겨 먹는 음식을 올린다.

북 · 징 · 꽹과리 · 장구 등 사용하는 무구(巫具)는 다른 굿과 같은데, 특히 준비해야 할 것은 영감의 가면과 짚으로 만든 자그마한 배이다.

심방이 연극적 효과를 노릴 경우, 두꺼운 종이로 얼굴 모양을 만든 후 그 위에 물감으로 그려 놓은 가면을 만든다. 보통은 창호지(窓戶紙)에 눈 · 코 · 입의 구멍을 뚫어 얼굴을 가리어 덮게 하고 수염을 붙인 가면을 만든다. 배의 경우, 실이나 노끈으로 짚을 엮어 배의 형태를 만들고, 가는 막대기를 배 중심에 꽂아서 배의 돛대로 삼으며, 거기에 하얀 종이를 달아매어 돛으로 삼는다.

소미( 소무(小巫))는 영감 가면을 쓰고, 헌 도포를 입고, 헌 짚신을 신고, 헌 갓을 쓰고, 곰방대를 물고 영감으로 분장하여 집 바깥으로 멀리 나가 양쪽으로 갈라서서 기다린다.

마당의 굿청에서는 군복 차림의 수심방이 일반굿을 하듯 초감제를 시작한다. 먼저 굿을 하는 날짜와 장소를 설명하는 ‘날과 국섬김’에 이어서, 「영감놀이」를 하는 이유를 노래하는 ‘집안 연유 닦음’을 한 뒤, 영감이 올 문을 여는 ‘군문열림’을 한다.

이후 영감을 청해 들이는데, 이 단계에서 수심방은 「영감본풀이」를 구연하고, “이런 영감님이 한라산으로 하여 제주 3읍 방방곡곡을 돌면서 놀다가 이제 제청(祭廳)으로 들어서려고 한다. 영감님은 부르면 들어서자, 외치면 들어서자 하는데, 삼선향(三仙香)을 피워 들고 모셔 들이자.”라고 하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며, 향로와 요령(搖鈴)을 들고 바깥을 향하여 신을 맞이하는 춤을 춘다.

이 대목부터 「영감놀이」가 본격적으로 행해진다. 굿청에서 불을 꺼 캄캄하게 하면 멀리 나가 대기하던 영감이 횃불을 내두르며 이리 펄쩍 저리 펄쩍 뛰어다니다가 굿청 가까이 들어가고, 수심방이 바깥을 향하여 영감을 부른다.

굿청에 들어온 영감과 심방은 ‘좋아하는 곳이 어떤 곳이냐, 어떤 날씨를 좋아하느냐,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 해녀나 과부도 좋아하지 않느냐?’ 등의 해학적(諧謔的)인 대화를 나눈다. 이런 대화는 영감신임이 틀림없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대화의 해학(諧謔)과 영감의 경망(輕妄)스럽고 허청대는 행동이 구경꾼의 웃음을 자아낸다.

이어 수심방이 “당신의 막냇동생도 역시 여자를 좋아해서 이 집 따님에게 침노하여 있으니, 얼굴이라도 보면 어떠냐?”라고 제안하면, 영감은 “어서 빨리 얼굴이나 보자.”라고 환영한다. 여기에 환자를 데려다 앉히면 영감은 “내 동생이 적실(的實)하다.”라고 하며 환자의 어깨를 치고, 제상에 차려 놓은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고 한참 놀고 떠나가자고 한다.

서로 술을 권하며 나누어 마신 뒤, 환자나 가족들과도 이별의 잔을 나눈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한판 실컷 놀고 가자고 하며 「서우젯소리」에 맞추어 짚으로 만든 배를 들고 춤을 춘다. 이때 환자나 가족 · 구경꾼들도 함께 어울려 한참 동안 논다.

춤이 끝나면 영감은 “명주 바다에 실바람이 나는데, 물때가 점점 늦어진다.”라고 하면서 쌀 · 물 등 제주도 특산물들을 배에 가득 실으라고 한다. 소미들이 마치 무거운 짐을 싣듯이 “에양차, 에양차”라고 하면서 짚으로 만든 작은 배에 제물을 조금씩 떠 넣는다.

이런 식으로 우무 · 청각 · 전복 · 소라 등을 배에 가득 싣고, 닻을 감고 돛을 단 후 북을 울린다. 영감이 “이별이여, 작별이여, 배 놓아 가자.”라고 외치며, 동생을 데리고 가는 것처럼 짚으로 만든 배를 메고 나가 바다에 띄워 보낸다. 이를 ‘배방선’이라 하며, 배방선으로 놀이는 끝이 난다.

특징

요컨대 이 놀이는 영감의 형들에게 동생을 데려가게 함으로써, 영감 때문에 앓은 병을 치료한다는 치병 의례(治病儀禮)의 성격을 띤 굿놀이이다. 「영감놀이」는 신을 청하면 신이 바로 눈앞에 나타나고, 실제 행동으로 보여 주면서 소원을 들어주는 굿으로, 심방과 소무의 행위를 통해 자연스럽게 극적으로 연출된다. 무당의 굿이면서, 소박하고 원초적(原初的)인 모습의 연극적 구성을 지니는 것이다. 의례(儀禮)와 놀이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 놀이의 또 하나의 특징은 양반을 풍자(諷刺)하는 서민극(庶民劇)의 성격과 가면극(假面劇)의 원초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먼저 도깨비를 영감 또는 참봉이라 부르는 것은 양반에 대한 서민적 풍자이다. 영감은 정3품 · 종2품 당상관(堂上官)을 부르는 호칭이다. 이러한 영감을 도깨비에게 비유해 놓고, 그 차림새를 헌 갓, 헌 도포, 한 뼘도 안 되는 곰방대로 꾸미고, 거기에다 영감을 수수 범벅이나 여자를 좋아하는 것으로 그려 놓아 양반에 빗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영감은 술이나 얻어먹고, 해녀가 생명을 걸고 따낸 전복 · 소라 · 미역 따위의 특산물을 한 배 가득 싣고 떠날 때가 되어서야 서민의 소원을 들어주고 있다. 이 놀이는 바로 이러한 양반에 대한 풍자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의의와 평가

「영감놀이」는 영감이 탈을 쓰고 등장하는 ‘영감탈놀이’ 중 하나이다. 무당이 전승해 오고 있는 영감탈놀이는 제주도 「영감놀이」 외에도 황해도 배연신굿의 영산할아뱜 · 영산할먐굿, 동해안별신굿의 탈굿 등이 있고, 세속적(世俗的)인 탈춤에서도 영감탈놀이의 유산을 확인할 수 있다. 「영감놀이」는 굿과 탈춤 연희(演戲)의 상관성을 엿볼 수 있는 자료 가운데 하나이다.

한편 「영감놀이」는 두린굿, 추는굿과 같은 심리 치료 의례에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통적인 심리 치료극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평가를 받는다.

참고문헌

원전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신구문화사, 1980)
진성기, 『제주도무가본풀이사전』(민속원, 1991)
고광민·강정식, 『제주도 추는굿』(국립문화재연구소 편, 피아, 2006)
현용준, 『(개정판)제주도무속자료사전』(각, 2007)

단행본

현용준, 「영감놀이」(『한국의 민속예술』, 한국문화예술진흥원, 1978)
강정식, 『제주굿 이해의 길잡이』(민속원, 2015)

논문

김진영, 「<영감놀이>의 심리치료극적 구조와 성격」(『탐라문화』 45,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2014)
몽흐자르갈, 「한국 전통극 영감놀이 연구」(대구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5)
관련 미디어 (1)
집필자
정진희(아주대학교 특임교원, 구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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