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여서 조상 또는 초상이라 하고, 무가(巫歌)에서는 일월·일월조상·군웅·군웅일월 등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부른다.
조상이라 하면 조부모·증조부모 등 대대의 혈연조상을 일컬음은 어디서나 같은데, 제주도에서는 같은 ‘조상’이라는 말로 부르면서도 혈연조상으로서의 조상과 집안의 수호신으로서의 조상을 개념적으로 구별한다.
이 두 조상의 혼란을 피할 필요가 있을 때는 집안의 수호신으로의 조상을 일반적으로 ‘일월조상’이라고 한다. 일월조상은 있는 집안도 있고 없는 집안도 있다.
있는 집안이란 과거의 어느 혈연조상이 모시기 시작한 신을 그 자손들이 이어받아 모시는 집안이고, 없는 집안이란 지금까지 혈연조상 중에서 이러한 신을 모시기 시작한 일이 없는 집안이다. 일월신이 없는 집안이라 하여도 본래 모셔오던 것을 도중에 그만두어 잊어버린 집안도 있다.
이 신은 그 자손들이 대대로 계승하여 모신다는 데 특징이 있다. 그 계승은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부계적 계승을 하는 형과 어머니에게서 딸로 모계적 계승을 하는 형이 있다. 따라서 그 계승의 형에 따라 집안 또는 씨족마다 신이 다르다.
일월신은 오늘날 늘 베풀어 두는 제장(祭場)이 없이 필요한 때에 집에서 굿을 하여 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승에 따르면 집안에 쌀을 보관하는 방인 고팡[庫房]에 모셔온 것이 본래의 형태로 생각된다.
이 신은 매년 정월에 택일을 하여 심방의 굿으로써 위하게 되어 있고, 또 사대명절이나 혈연조상의 제사 때에 고팡에 제물을 올려 주부가 고사지낸다. 지금도 해마다 굿은 못 하지만, 명절과 제사 때에 고사지내는 집안은 많이 있다.
이 신을 모시는 집안에서는 그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이 신이 부여하여준 능력 때문이라 하고, 집안의 여러 가지 행과 불행, 빈부 등의 원인이 바로 이 신의 수호여하에 따른 것이라 믿는 경향이 있다. 이 신의 성격이나 모시게 된 내력을 알 수 있게 하여주는 본풀이를 조상본풀이라 한다.
조상본풀이들을 분석하여보면 이 신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조상의 영혼과 관계있음을 알게 된다. 그 신을 ‘조상’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것부터가 조령적(祖靈的) 성격을 말하여주는 것이지만, 그 중에는 실제의 혈연조상 중에서 높은 벼슬을 하였거나 부자로 살았던 조상을 수호신으로 위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성주이씨(星州李氏) 집안의 일월조상은 이만경(李萬頃), 파평윤씨(坡平尹氏) 집안의 일월조상은 윤대장[尹大靜], 제주시 명월파(明月派) 집안의 일월조상은 양목사(梁牧使)라고 한다.
이만경은 만경령(萬頃令)을 지낸 그 집안의 혈연조상이고, 윤대장은 대정현감을 지낸 조상이며, 양목사도 실제의 인물이다. 둘째, 혈연조상 가운데서 특히 억울하게 죽은 원혼을 수호신으로 모시는 경우이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의 송씨 집안에 내려오는 일월조상은 ‘광청아기’인데, 이 신은 이 집안의 혈연조상 송선주(宋船主)가 서울에 진상하러 갔을 때 인연을 맺은 처녀로서, 송선주를 따라오려다가 바다에 빠져 죽은 억울한 영혼이다. 이 영혼을 고팡에 모신 뒤 거부가 되자, 그 자손들이 일월조상으로 위하여 내려오고 있다.
성산읍 신천리 현씨 집안에서 모시는 일월조상은 현씨일월(玄氏日月)이다. 이 신은 본래 외롭게 살던 남매로서, 고기잡이 나갔다가 파선되어 죽은 오빠와 이것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오빠의 뒤를 따른 누이의 원혼이다.
그 묘가 지금도 남아 있어 실제인물임을 알 수 있는데, 이 원혼이 일월조상으로 모셔져 널리 번지게 되었을 뿐 아니라 신천리에는 ‘현씨일월당’이라는 당까지 있어 마을에서 당굿을 해오고 있다. 셋째, 어떤 특수한 직업을 하기 시작한 혈연조상을 수호신으로 모시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혈연조상 중 누군가가 지관(地官)이 되었다면 ‘책불일월(책보는 일월조상의 뜻)’, 수렵을 잘 하였던 혈연조상이 있었다면 ‘산신일월(山神日月)’, 삼승할망(助産女巫)인 혈연조상이 있었다면 ‘불도일월’과 같이 일컬어 모시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이들 특수한 직업을 시작한 혈연조상 그 자체를 수호신이라 하는 경우도 있고, 그들 혈연조상을 그와 같은 특수한 직업으로 성공하게 수호하여준 신을 모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 명확하지 못하다. 이와 같은 사실은 일월조상이 조령적 성격과 함께 생업수호신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일월조상에는 부신적(富神的)·생업수호신적 성격이 뚜렷이 보인다. 위에 든 사례들도 일월조상을 모신 뒤 벼슬을 하고 부자가 되었다는 면에서 이러한 성격이 보이거니와 더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조천읍 조천리 안씨 집안의 일월조상은 나주기민창조상(羅州飢民倉祖上)이라 하는데, 본래 이 신은 나주기민창의 쌀을 지키던 뱀신이었다.
안씨선주(安氏船主)가 흉년에 나주기민창의 쌀을 실어오던 도중 뱃바닥이 터져 침몰의 위기에 닥쳤다. 이 때 큰 뱀이 터진 뱃바닥의 구멍을 막아주어 무사히 돌아왔는데, 그 뱀이 기민창의 쌀을 지키던 신임을 꿈에서 알고 일월조상으로 모시기 시작하자 일약 부자가 되었다 한다.
제주시 삼도동 고씨 집안의 일월조상은 ‘고대정[高大靜]’이라 하는데, 이 집안의 고씨 심방이 조천읍 선흘리 안씨댁에 가서 굿을 하고 오는데, 그 집안의 수호신이었던 뱀신이 따라왔다. 고씨 심방이 이 신을 일월조상으로 모시니 대정현감이 나고 집안이 번창하였다 한다.
부신적 성격의 것에는 뱀신인 ‘칠성’이나 도깨비신인 ‘영감’ 등도 있는데, 칠성이나 영감신도 역시 일월조상으로 위하는 집안이 많다.
위와 같은 성격으로 보아 일월조상은 조상숭배를 기반으로 하여 거기에 생업수호신, 기타의 신앙이 복합되어 이루어진 것이라 추정되며, 본래 한 집안의 신이었던 것이 그 자손들의 계승에 따라 신앙의 범위가 친족·씨족으로 확대되어간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도 그 제의는 집안단위로 행하여지고 있어 본래의 모습이 지켜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