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는 ‘그물코사’ 또는 ‘멜굿’이라고도 한다. 해안 촌락 중 모래밭이 있는 마을에서 3년에 한번씩 음력 3월 15일에 지낸다. 제의 형식은 약 30년 전까지는 무당굿으로 해왔고, 그뒤 유교식 제법(祭法)으로 바뀌었으나 근래에는 멸치떼가 몰려오지 않아 저인망어업이 없어지면서 이 제의도 소멸되었다. 무당굿으로 할 때의 장소는 멸치를 잡는 바닷가 모래밭이다. 이런 마을에는 어부들이 공동출자하여 그물을 제작하고 공동어획하는 어망계(漁網契)인 ‘구물접’이 조직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제물을 준비한다. 제물은 메, 쌀로 만든 떡 및 채소류·과실류·술 등의 일반적인 제물 외에, 특히 돼지 1마리와 수수떡·수수밥·오곡밥 등이 준비된다.
돼지고기·수수떡·수수밥·오곡밥 등은 도깨비(제주방언으로 도채비)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제주도에서는 도깨비가 멸치떼를 몰아와 잡게 해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도깨비를 청해 대접하고 풍어를 빌기 위해 쓰인다. 제일 아침이 되면 바닷가 모래밭에 제상을 설비하여 제물을 진설하고, 정장한 수심방(首神房 : 굿을 주장하여 집행하는 무당)이 소무(小巫)들이 치는 악기 장단에 맞추어 노래와 춤으로 굿을 시작한다.
그 순서는 모든 신들을 청하여 굿하는 사유를 고하고 풍어를 기원하는 초감제를 행한 다음, 바다신인 용왕과 선신(船神)인 선왕을 청하여 풍어를 기원하는 용왕맞이를 한다. 그리고 바다에서 익사한 영혼들을 위무함으로써 풍어를 도와주도록 빈다. 다음에 도깨비인 영감신을 청하여 멸치떼를 많이 몰아다 잡게 해주도록 비는 영감놀이를 한 후, 영감신을 보내는 배방선을 하며, 돼지머리 등의 제물을 싸서 바다 멀리 나가 던지는 지바침을 함으로써 끝난다.
그런데 이런 굿이 유교제식화하자 그 제법도 여러 가지 형태로 바뀌었는데, 가장 간단한 것은 구물접에서 매해 정월에 택일하여 전통적인 무당굿의 내용을 축약하여 지내는 것이다. 즉, 바닷가 모래밭에 돼지머리·수수떡·수수밥·술 등의 제물을 차려놓고 구물접의 계장(契長)인 접장과 총무격인 공원(公員)이 제관이 되어 약식의 제사를 지낸 후 돼지머리와 여러 제물을 싸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멸치를 많이 잡게 해달라는 기원을 하며 던진다.
이에 비해 더 격식을 갖춘 형태는 생기맞는 사람으로 세 사람의 헌관을 선출하고 사흘 동안의 근신재계를 한 다음 해신과 바다에서 익사한 영혼에게 축문을 고하면서 정식의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즉, 바닷가에 제상을 배설하여 제물들을 진설하고 먼저 헌관이 해신에게 축문을 고하여 유교식 제법으로 제를 지낸 후, 다시 제상을 따로 차려 헌관 한 사람이 바다에서 익사한 영혼들에게 약식 제사를 지낸다.
제사가 끝나면 돼지머리와 다른 제물을 조금씩 싸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멸치어장이 잘되게 해달라고 빌면서 던진다. 이 유교식 제법의 그물코사는 무당굿의 그물코사가 축약된 것일 뿐, 그 취지나 내용에는 다른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