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조(李海朝)가 지은 신소설. 1책. 이 작품은 ≪매일신보≫에 1910년 10월 12일부터 1911년 1월 17일까지 총 73회에 걸쳐 연재되었고, 1911년동양서원(東洋書院)에서 활자본으로 간행하였다.
가사 <금자동 金紫洞>과 합철되어 있는 필사본이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기도 하다. 개화기를 시대배경으로 하여 기구한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전체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뚝섬 맞은편 강 위에 20세 남짓한 여승이 한숨을 쉬며 지나간다. 이 여승은 경상도 의성군에서 이방으로 있던 김홍일(金弘鎰)의 외동딸 수정(守貞)이다. 수정이 15살 되었을 때 대구 진위대에 출주(出駐)하여 있는 구정위 참령이 수정이 미색이라는 소문을 듣고는 김 이방을 끌어와 늑혼(勒婚 : 억지로 맺은 혼인)을 강요한다.
그러나 사주단자만 받은 후 군대해산조치가 있어 구 참령은 벼슬이 갈려 서울로 올라간 뒤 소식이 끊긴다. 수정은 22세가 되었으나 마음을 돌리지 않음에, 김 이방 부부가 몰래 최 좌수의 당질과 혼인을 약속하여 대례일이 다가온다.
수정은 죽으려고 물에 빠지지만, 지나던 붓장수에 의하여 구해진다. 구경꾼 가운데 해인사의 여승이 있어 수정은 그와 함께 절에 가 여승이 되고자 하는데, 무뢰배들이 작당하여 수정을 빼내 청로 역촌으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 다시 하인 서너 명이 들이닥쳐 수정을 업고 달아난다. 수정이 핑계로써 벗어나 다시 물가로 뛰어가다가 수정을 찾아가던 해인사 여승 수월암을 만난다. 수월암이 하인을 시켜 수정을 빼낸 것이었다.
수월암은 마침 붓장수를 다시 만난 후, 수정을 데리고 해인사로 향한다. 붓장수는 굴러굴러 죽전리 이 승지댁에서 유숙하게 되는데, 이승지가 수정이 미색이라는 말을 듣고는 하인들을 보내 수월암과 수정을 잡아오게 한다.
붓장수가 이 사실을 알고 수정의 행차를 쫓아와 다른 곳으로 피신할 것을 지시한다. 수월암과 수정은 성주 광암으로 피신하고, 수정은 바로 낙발위승한다. 수정은 가지고 있던 패물을 수월암에게 맡기고 서울로 올라와 청량리의 산사에 의탁하여 구 참령을 찾으나, 지방을 돌아다니며 걸객질한다는 소문을 듣는다. 절을 나와 정처 없이 떠나려 하는데, 우연히 지난날의 붓장수를 만나게 된다.
반가워하며 이름을 물으니 그가 바로 구 참령이었다. 수월암에게 맡겼던 패물을 찾아 살림 채비를 하기로 하여, 수정은 왕십리의 구 참령 묘지기 집에 머물고, 구 참령이 수월암으로 떠난다. 구 참령은 가는 도중에 김 주사라는 이를 만나 동행하는데, 배신한 김 주사에게 폭행을 당하여 기절하고, 김 주사는 해인사에 가 패물을 받아 도주한다.
수정이 수소문하여 해인사를 찾으니, 김 선달(김주사)에게 패물을 보낸 지 한 달 사흘이 되었다고 한다. 수정은 촌촌걸식하며 김산읍에 이르러 대구 군수를 지낸 이대구의 집에 묵는다.
그 집 부인이 자기 영감이 대구에서 김도사(김주사, 즉 김선달)에게 산 패물을 보여주는데 수정의 것이었다. 김도사는 이대구와 함께 서울로 올라가 봉은사에 유숙한다고 한다.
수정이 서울로 올라와 봉은사로 향하여 뚝섬강변을 지나는데, 한 양복 차림의 남자가 수정을 유심히 보고 따라오니 이는 이 주사다. 이대구는 김도사에게서 패물을 조금 산 후 마침 서울의 사촌 이 주사가 패물 파는 이가 있으면 사겠다는 편지를 보냄에, 소개하기 위해 함께 서울로 온 것이었다.
한편 구 참령은 추풍령 산중에서 기절하였다가 깨어나 나오는데 순사들에게 잡혀 영동군옥을 거쳐 서울감영으로 압송된다. 당시 영동 황간 등지에 화적당이 출몰하여 순사들이 잡으러 갔다가 구 참령이 잡힌 것이었다.
온갖 악형을 당하다가 구 참령이 자신의 전후사를 역력히 말하니, 이 때 구 참령의 이질이자 이대구의 사촌되는 이 주사가 검사국 신문계 서기로 있다가 이 사실을 본다.
그는 김도사를 잡기 위하여 남중 각처에 편지를 보내 패물 파는 이를 확인케 하는데, 마침 이대구가 사게 되어 서울로 함께 와 봉은사에 묵게 된 것이었다. 이 주사가 김도사를 만나보고 도적인 줄 알아채고 흥정을 벌이며 며칠 묵게 하고, 뚝섬나루 맞은편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침 수정을 만난 것이다.
수정이 이 주사의 복장을 빌려 입고 봉은사로 들어가 김도사가 지닌 패물이 자기의 것임을 확인한 뒤, 바로 동부경찰서에 고발하여 김도사는 잡혀간다. 김도사는 감옥행, 구 참령은 무죄석방의 판결이 내려진다. 이 주사의 집에서 대례를 행하고 집을 장만하여 살림을 시작하며, 의성으로 사람을 보내 부모를 모셔오고, 은혜 입은 사람들에게 보답을 준비한다.
이해조의 신소설은 ≪고목화≫(1907)·≪빈상설≫(1907)·≪홍도화≫(상, 1908)·≪구마검≫(1908)·≪자유종≫(1910)·≪화의혈≫(1911) 등에서 보듯 국권회복의 문제를 핵심으로 하는 자신의 계몽사상을 담음으로써, 근대소설로 진일보시킨 성과가 인정된다. 그러나 한일합방 이후 발표된 ≪화세계≫에서는 통속적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