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조(李海朝)가 지은 신소설. 1912년 3월 15일부터 5월 1일까지 35회에 걸쳐 ≪매일신보 每日申報≫에 연재하였고, 1912년 12월 10일 신구서림(新舊書林)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탄금대>는 작가와 연대가 알려져 있지 않은 조선 후기의 국문소설 <김학공전 金鶴公傳>을 이해조가 개작한 것으로 아세아문화사 영인본인 ≪신소설 · 번안소설(전10권)≫과 을유문화사 발행 ≪한국신소설전집(전10권)≫인 국문본이 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만득은 명문 박 승지의 독자로 출생 성장한다. 그러나 부모 및 처가 죽자, 비부(婢夫 : 계집종의 남편) 주 오위장이 재물을 탐하여 만득을 죽이려고 방화한다. 그러나 평소에 비부의 소행을 의심하던 만득이 전답문서를 간직하고 간신히 탈출하여 통도사(通度寺)로 피신하여 운유암이라는 주승(主僧)에게 몸을 의탁하고 수학한다.
만득은 운유암으로부터 ‘고금도(古今島) 달밤에 원수가 은인이 되고, 연광정(練光亭) 가을 바람에 잠깐 거짓 인연을 만나고, 탄금대 저녁볕에 우연히 길인을 만나 다니라.’는 지시를 받고 하산한다. 먼저 만득이 고금도에 갔다가 주씨녀(朱氏女)와 결혼한 후 신분이 탄로나 죽기에 이른다.
왜냐하면 만득의 장인이 바로 그의 원수인 주 오위장의 동생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악행을 숨기려고 그를 납치해서 바다에 수장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것을 탐지한 주씨녀가 만득이와 옷을 바꾸어 입고 대신 희생되어 간신히 탈출한다.
만득이 평양의 연광정에서 괴질로 폭사(暴死)한 어느 집안의 시신을 수습하여 준 인연으로 평양집과 맺어 고향으로 가는 도중에 그녀에게 배신을 당한다.
다시 탄금대에 가서 선친(先親)의 고우(故友)인 채 의관(蔡議官)을 만나 그의 사위가 되고 장인의 주선으로 고향 밀양으로 돌아온다. 이때 채 의관의 편지를 받은 밀양 군수가 만득의 원수인 주 오위장을 처형하려 하자, 처형을 주장해야 할 만득이 오히려 그의 사면을 부탁한다. 풀려난 주 오위장이 자신의 행실을 반성하지 않고 또 다시 자객을 보내어 만득을 죽이려다 실패하자 자살한다.
이 때 배신했던 평양집이 앙심을 품고 만득을 죽이려고 왔다가 만득 내외의 친절에 감동하여 함께 산다. 살의를 품고 찾아온 평양집이 관용에 감동하여 주가(朱哥) 일족(一族)의 만득에 대한 살해 계획을 탐지하여 범인을 처형케 한다.
그러자 만득이 자기 대신 죽은 주씨녀를 위안하기 위해 고금도 해안에 가서 초혼제(招魂祭)를 지내니, 그녀의 시신이 죽을 때의 모습 그대로 떠올라 선영(先塋)에 안장(安葬)한다.
<탄금대>는 개화기의 사회적 규율과 제도의 해방을 기조로 노주간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복수와 화해를 소재로 <김학공전>의 권선징악(勸善懲惡)을 토대로 원수에게 관용을 베풀어 개전(改悛)의 기회를 줄 것을 강조하고, 개가문제(改嫁問題)를 다루어 개화기의 근대적 모럴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의 서사구조는 노주간의 범죄의 인과관계를 배제해 버리고 나면 운명의 예언이 배분되어 있어서 미리 전제된 3가지 예언 또는 예시에 의해 점진적으로 정확하게 이행될 뿐이다. 그래도 이 작품은 전대 소설의 주인공처럼 연대기적인 유형구조로 제시되어 있지는 않다.
화염 속에서 극적으로 탈출하는 장면을 소개하는 서술적 역전의 방식과 함께, 전조적(前兆的) 예언이 운명의 희롱을 겪으면서 작품이 절정이 되는 공간인 탄금대에서 미망인 혜강과 결혼을 하는 과정에 소설적 흥미가 고조된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단순히 운명적인 전조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만득이 어렸을 때 선친의 친구인 채 의관의 귀여움을 받은 사실과 일방적이긴 해도 박 승지 내외가 혜강과 혼담을 의도했던 사실을 전경화함으로써 신소설의 단점인 우연성을 배제하려는 일종의 복선(伏線)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해후와 결혼의 당위성은 예언과 장인 채 의관의 주선에 의해서 성사되지만, 미망인이 된 딸의 재혼을 위해 재가론을 주장한 신문을 주어 권유하고 설득하는 것이 특징이다.
문명의 상징으로서의 신문의 등장은 자연히 논설적인 설득으로 일관되어 있어서 재혼의 문제는 다른 개화사상과 마찬가지로 소설적인 형상력 속에 용해되지 않고 악덕한 구제도를 비난하는 논설적인 관념으로 제시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미망인을 구속해온 제도나 규율로부터 해방이라는 가시적인 효과를 소설을 통해서 제시한 점에 신소설의 효용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탄금대> 말미에서 소설을 허구적 요소와 경험적인 요소의 조화로 보는 견해와 함께, 소설의 즐거움과 교훈이 상보적 존재임을 인식한 것은 당시로서는 주목할 만한 것이다.
또한 개화기의 신소설 중에서 개가문제의 소설화가 가장 구체적으로 이루어진 <탄금대>는 <홍도화>, <우중기연>과 함께 당대 사회 명제의 하나인 개가문제의 소설적 수용이라는 문제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연구할 가치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