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숙현(叔玄), 호는 석곡(石谷). 경상북도 영일 출생. 원래 유학자로서 경사자집(經史子集)에 능통하였다. 그러나 송유(宋儒)들의 『경서』 소주(疏注)를 그대로 지키려 하지 않고, 주로 한당고유(漢唐古儒)들의 주석을 존중하여 스스로 『육경소주(六經疏注)』를 산정(刪定: 쓸데없는 글귀를 다듬음)한 『육경주(六經注)』를 편술하였다. 그밖에도 『경수(經髓)』·『전례(典禮)』·『논어』·『효경(孝經)』·『당송고시(唐宋古詩)』·『후천자(後千字)』 등을 산정하였다.
명말 청초에 중국에 와 있던 야소회사(耶蘇會士)들이 편술한 한역서(漢譯書) 등을 읽고 서양의 역법(曆法)을 논한 『포상기문(浦上奇文)』, 수학(數學)을 논한 『구장요결(九章要訣)』을 발표하였으며, 그밖에도 『신교술세문(新敎術世文)』·『석곡산고(石谷散稿)』들을 세상에 전하였다.
후년에는 의학연구에 전념하여 『황제소문절요(黃帝素問節要)』·『본초(本草)』와 『동의보감』을 다시 연마한다는 뜻에서 『의감중마(醫鑑重磨)』를 발표하였다.
의학의 연구에 있어서도 송의(宋醫)들의 전통을 이어온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의 한 사람인 주단계(朱丹溪)가 주창한 “양은 항상 남음이 있으나, 음은 항상 부족하다(陽常有餘 陰常不足).”는 설에 반하여 “양은 항상 부족한 것을 걱정하고, 음은 항상 남음을 걱정한다(陽常患不足 陰常患有餘).”라고 하여 주단계가 주장하는 자음강화(滋陰降火: 음을 보하여 허화를 내리는 방법)의 법을 배척하고 양을 도와야 된다는 부양론(扶陽論)을 제창하였다.
그리하여 유아로부터 노년에게까지 양을 돕는 온열재에 속한 인삼·부자(附子) 등을 애용하여 왔으므로 이부자라는 별명까지 얻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