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욕은 참는다는 뜻도 있지만 욕됨을 용서한다는 뜻도 내포한다. 더 나아가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기꺼이 받는다는 적극적인 뜻과, 모든 일에 대하여 희로애락함이 없고 동요됨이 없이 사물의 본성이 평등무이(平等無二)함을 깨닫는다는 해탈에까지 확산된다. 즉, 이 인욕 없이는 어떠한 일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신라의 고승 원효(元曉)는 이 인욕을 배우는 자는 남으로부터 괴로움을 당하였을 때 마땅히 참고, 마음속에 원수 갚을 마음을 품지 않으며, 자기를 이롭게 하거나 자기를 훼방하거나 칭찬하거나, 또 자기에게 고통을 주거나 안락을 주더라도 모든 일을 참고 용서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인욕에 대한 분류법으로는 2 · 3 · 4 · 5 · 6 · 8 · 10인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3인설과 4인설을 가장 널리 채택하고 있다.
3인은 내원해인(耐怨害忍) · 안수고인(安受苦忍) · 제찰법인(諦察法印)이다. 이때의 인은 모든 좋고 나쁜 대경(對境)을 향하여 마음이 움직이지 않음을 뜻한다. 내원해인은 원수나 적의 해침을 받고도 복수할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고, 안수고인은 질병이나 수재 · 화재 · 폭력의 고통을 달게 받는 것이며, 제찰법인은 진리를 자세히 관찰하여 불생불멸하는 이치에 마음을 안주하는 것이다.
4인은 복인(伏忍) · 유순인(柔順忍) · 무생인(無生忍) · 적멸인(寂滅忍)으로 분류된다. 첫째, 복인은 비위에 거슬리는 일이 생기면 먼저 성나는 그 마음을 조복하여 억누르는 것이다. 그러나 역경(逆境)만 참아서는 아니 되며, 자기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순경(順境)도 참아야 한다. 그 이유는 역경을 참지 못하면 번뇌가 치밀어서 투쟁하기 쉽고, 순경을 참지 못하면 유혹에 빠져서 몸과 마음을 버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둘째, 유순인은 사람이 항상 참기를 많이 하면 저절로 조복되어서 역경이나 순경을 만날지라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경지를 말한다. 셋째, 무생인은 참고 견디어 보살의 지위에 오른 사람의 인욕행으로서, 인생이 무상하며 세상이 허황함을 깨닫고 일체만법이 인연으로 흩어지는 진리를 깨닫고 보면, 별로 성낼 것도 없고 참을 것도 없다는 것이다.
넷째, 적멸인은 부처님의 지위에 있어서와 같은 인욕행으로, 생사고해에 뛰어나서 본래부터 적멸한 열반의 경지에 서 있는, 한 물건도 없는 경지를 의미한다. 이것은 인욕행을 애써 닦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한 생각도 일으킴이 없음을 체득하여 인욕을 완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