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관 ()

한문학
개념
문장이나 글이 도를 내용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는 도덕주의 문학관.
이칭
이칭
문이재도(文以載道), 문이재도론(文以載道論)
내용 요약

재도관은 문장이나 글이 도를 내용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는 도덕주의 문학관이다. ‘문장으로 도를 싣는다’라는 뜻의 ‘문이재도(文以載道)’에서 나온 용어로서, 문(文)과 도의 관계에서 도를 더 강조하는 문학관이다. 남북조 시대에 유협이 주장하였으며, 당나라 때 한유와 유종원이 강력히 주장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성리학의 발달로 인해 주류의 문학관이 되었다.

정의
문장이나 글이 도를 내용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는 도덕주의 문학관.
내용

문학을 도덕적 · 교육적 목적의 성취를 위한 한 방법으로 보는 효용론적 견해이다. ‘문이재도론(文以載道論)’이라고도 한다.

‘문이재도’는 ‘문장으로써 성현(聖賢)의 도(道)를 밝힌다.’ · ‘글로써 사상을 표현한다.’ · ‘문장으로 도를 싣는다.’라는 뜻으로, 문과 도의 관계에서 도를 더 강조하는 문학관이다.

효용론의 문학관에 가까우며, 문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주2와 대비된다.

중국 재도관의 전개 양상

남북조주3 시대에 양(梁)나라의 주4은 “도는 성인(聖人)으로 인하여 문으로 나타나고 성인은 문으로 인하여 도를 밝힌다[道沿聖以垂文 聖因文以明道].”라고 하는 주7’를 주장하였다.

당(唐)나라 고문파(古文派)는 “문은 도를 꿰는 기구이다[文者貫道之器也].”라고 하는 ‘문이관도’를 주장하였다.

송(宋)나라 이학파(理學派)는 “문은 도를 싣는 것이다[文所以載道也].”라고 하는 ‘문이재도’를 주장하였다.

문이재도론은 고문 주44과 관계가 깊다.

당송 대에 걸쳐 진행된 고문 운동은 주9주10이 유가(儒家)의 도를 선양(宣揚)하고자 한 것으로, 문체의 방면에서 주12 이래로 널리 퍼진 변려문(騈儷文)의 폐해를 극복하려는 방법이기도 했다.

한유는 도통론을 주장하여 맹자(孟子)에서 끊어진 도통(道統)을 이어 도교 · 불교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며, 도일원론적(道一元論的)인 견해를 피력했다. 유종원은 이보다는 유연하게 도와 문장 모두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그 중심은 도에 있었다.

북송(北宋)의 도학자(道學者)인 주17 역시 ‘문이재도’를 주장하여, 문학의 사회적 효용을 순문학(純文學)의 가치보다 우선시했다.

문이명도 · 문이관도의 주장도 문학의 사회적 효용에 주안점(主眼點)을 둔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입장이 같다.

북송 도학가의 재도관이 도학(道學)을 우위에 두고 문학을 경시(輕視)하려 한 것은 아니다.

주돈이의 주21 · 『문사(文辭)』는 그러한 재도관의 입장을 잘 드러내고 있다. “문학이란 도를 싣는 것이다. 수레를 치장만 하고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수식은 헛된 것이다. 빈 수레야 더 말할 것이 없다. 문사는 기술이요, 도덕은 실체이다. 그 실체에 도탑고 글 쓰는 데에 훈련된 사람이 도에 관하여 적어 내려갈 때, 아름다우면 사랑받게 되고, 사랑받으면 전해지게 된다. 어진 이가 그것을 배워 지극함에 이르게 되면, 이것이 가르침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이 문체가 없으면 멀리 행해지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文所以載道也 輪轅飾而人弗用 徒飾也 況虛車乎 文辭 藝也 道德 實也 篤其實而藝者書之 美則愛 愛則傳焉 賢者得以學而致之 是爲敎 故曰言之無文 行之不遠].”

주돈이는 공자(孔子)의 말로 인용되어 있는 주43에서 “말이 문체가 없으면 멀리 행해지지(전해지지) 못한다[言之無文 行而不遠].”라는 말을 끌어, 문사(文辭)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문사가 한낱 수식에 그치는 것을 경계하였다. 도학가의 재도관은 ‘도’의 내용을 유교적 덕목(德目)으로 제한하고, 문학 활동에 앞서 몸과 마음을 올바르게 수양하는 것[修身]을 전제로 삼는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을 도학에 종속시키기 쉽다. 그리하여 주27은 글을 꾸며 지으면 도를 해친다는 주28’라는 설을 내놓기도 하였다.

재도관은 관도론(貫道論)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주희(朱熹)가 이한(李漢)의 ‘관도지기설(貫道之器說)’이 본말(本末)을 뒤집었다고 비판한 것에 근거하여, 재도론과 관도론은 서로 대립되는 개념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주희의 경우 문장을 주체로 삼는 논법을 경계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에는 관도론이 도를 경시하는 논리이고 재도론이 문장을 경시하는 논리로 이해되기도 하였다. 재도론이나 관도론은 모두 성현의 문장이나 사상을 모범으로 삼으려 한 점이 같다. 그러나 성현의 문장을 모범으로 삼았던 송나라 대에는 재도론이 우세하였다고 할 수 있다.

관도론은 문장을 통하여 도가 드러난다는 관점이고, 재도론은 도를 위해서 문장을 쓴다는 관점이다. 관도론에서의 ‘도’는 유교적 이념보다 일상생활의 구체적인 덕목을 가리키는 일이 많다. 한편, 재도론의 ‘도’는 유교적 덕목으로 제한된다. 그래서 불교의 시와 산문에 대해서 ‘관도지문(貫道之文)’이라고 평가하긴 하지만, ‘재도지문(載道之文)’이라고 평가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유가의 문장에 대해서는 ‘관도’와 ‘재도’의 명칭이 혼용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재도관의 전개 양상

고려시대에 문장과 도의 관계를 밝히는 유가의 문학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구체적인 논리로 발전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다. 최자(崔滋)는 「보한집서(補閑集序)」에서 “글이란 도를 밟아 가는 문이라 하면서 상도에 맞지 않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은 글이 도를 나타내기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문장을 지을 때, 사리에 맞는 말을 쓰는 것이 도를 나타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성리학의 발달과 함께 ‘문이재도’의 문학관은 조선시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정도전(鄭道傳)주35’라는 말을 사용하여, 문이란 도를 싣는 그릇이라고 하면서, “인문(人文)이 그 도를 얻으면 시서예악(詩書禮樂)의 가르침이 천하에 밝혀진다.”라고 하였다. 서거정(徐居正)도 「동문선서(東文選序)」에서 “문사재도지기(文辭載道之器)”라고 하여, 문장이 도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의 문학관을 피력하였다. 김종직(金宗直)도 “경술(經術)이 곧 문장의 근본이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도 경전의 내용을 학문의 근본으로 삼는 데서 참된 문장을 이룰 수 있다고 한 것이다. 김시습(金時習)도 “문장이 도에 비해서 높은 것일 수는 없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이론 및 주장들은 문장을 통해서 얼마든지 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이(李珥)는 「성학집요서(聖學輯要序)」에서 “도는 오묘해서 형상이 없기 때문에 문으로써 도를 형상화하는 것이다.[道妙無形 文以形道]”라고 하여, 문장을 ‘문이형도(文以形道)’라고 표현하였다.

이처럼 재도관이 확립된 이후, 조선 후기 한문학은 경세파 문학과 실학파 주38이 주요한 맥을 이루면서, 경세(經世)의 문학을 주류로 삼게 되었다. 이 문학관은 조선조의 한문학뿐만 아니라 시조(時調) · 가사(歌辭)와 같은 국문문학(國文文學) 갈래의 창작에도 일정한 영향을 끼쳤다.

참고문헌

단행본

郭紹虞, 『中國文學批評史』(上海古籍出版社, 1979)
차상원, 『중국고전문학평론사』(범학사, 1979)
이종찬, 『한문학개론』(이우출판사, 1981)
민병수, 『한국한문학강해』(일지사, 1983)
류약우 저, 이장우 역, 『중국문학의 이론』(범학도서, 1987)
정요일, 『한문학비평론』(인하대학교출판부, 1990)
주훈초 외, 중국학연구회 고대문학분과 역, 『중국문학비평사』,(이론과 실천, 1994)

논문

강명관, 「정도전의 재도론 연구」(『한문학논집』 10, 근역한문학회, 1992)
윤인현, 「다산(茶山)의 유가(儒家) 문학관과 시문학(詩文學)」(『한문학논집』 36, 근역한문학회, 2013)
이가원, 「유가문학과 한국문학」(『한국사상대계』 Ⅰ, 성균관대학교대동문화연구원, 1973)

인터넷 자료

한국고전종합db(itkc.or.kr)
주석
주1

문학에 관한 소견. 우리말샘

주2

문장은 도를 꿰는 그릇이라는 뜻으로, 문과 도의 관계에서 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개념의 문학관. 문이재도와 대비된다. 우리말샘

주3

위진 남북조 시대의 남조(南朝)와 북조(北朝)를 아울러 이르는 말. 우리말샘

주4

중국 남북조 시대 양나라의 문학자(465~521). 자는 언화(彦和). 뒤에 불교에 귀의하여 혜지(慧地)라고 이름을 고쳤다. 경론에 박식하였다. 저서에 ≪문심조룡≫이 있다. 우리말샘

주7

문장으로 도를 밝힌다는 뜻으로, 문학이 도덕을 밝히기 위해 쓰여야 함을 강조하는 문학관. 문이재도와 유사한 문학관이다. 우리말샘

주9

중국 당나라의 문인ㆍ정치가(768~824). 자는 퇴지(退之). 호는 창려(昌黎). 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변려문을 비판하고 고문(古文)을 주장하였다. 시문집에 ≪창려선생집≫ 따위가 있다. 우리말샘

주10

중국 당나라의 문인(773~819). 자는 자후(子厚). 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고문(古文) 부흥 운동을 한유(韓愈)와 더불어 제창하였다. 전원시에 뛰어나 왕유ㆍ맹호연ㆍ위응물과 나란히 칭송된다. 작품에 <봉건론(封建論)>, <영주팔기(永州八記)#GT#따위가 있으며, 시문집 ≪유하동집(柳河東集)≫이 있다. 우리말샘

주12

중국에서, 후한(後漢)이 멸망한 뒤 수나라가 통일할 때까지 양쯔강(揚子江) 남쪽에 있었던 여섯 왕조. 오(吳), 동진(東晉), 송(宋), 제(齊), 양(梁), 진(陳)을 이른다. 우리말샘

주13

도학(道學)을 전하는 계통. 우리말샘

주14

중국 전국 시대의 사상가(B.C.372~B.C.289). 자는 자여(子輿)ㆍ자거(子車). 공자의 인(仁) 사상을 발전시켜 ‘성선설’을 주장하였으며, 인의의 정치를 권하였다. 유학의 정통으로 숭앙되며, ‘아성’이라 불린다. 우리말샘

주15

중국에서, 960년에 조광윤이 카이펑(開封)에 도읍하여 세운 나라. 1127년에 금(金)의 침입을 받아 정강의 변으로 서울을 강남(江南)의 임안(臨安)으로 옮길 때까지를 이른다. 우리말샘

주17

중국 북송의 유학자(1017~1073). 자는 무숙(茂叔). 호는 염계(濂溪). 당대(唐代)의 경전 주석의 경향에서 벗어나 불교와 도교의 이치를 응용한 유교 철학을 창시하였다. 저서에 ≪태극도설≫, ≪통서≫ 따위가 있다. 우리말샘

주20

유교 도덕에 관한 학문. 우리말샘

주21

중국 송나라의 주돈이가 지은 유가서. 성(誠), 성(聖), 도(道) 따위의 철학적ㆍ윤리적 내용을 해석하여 태극도설의 이론을 응용한 것으로, 중정(中正)과 인의(仁義)로 지선 순일(至善純一)의 지성에 도달하려면 무욕(無慾)ㆍ염담하고 마음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설파하였다. 1권 40편. 우리말샘

주23

중국 춘추 시대의 사상가ㆍ학자(B.C.551~B.C.479). 이름은 구(丘). 자는 중니(仲尼). 노나라 사람으로 여러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인(仁)을 정치와 윤리의 이상으로 하는 도덕주의를 설파하여 덕치 정치를 강조하였다. 만년에는 교육에 전념하여 3,000여 명의 제자를 길러 내고, ≪시경≫과 ≪서경≫ 등의 중국 고전을 정리하였다. 제자들이 엮은 ≪논어≫에 그의 언행과 사상이 잘 나타나 있다. 우리말샘

주27

‘정이’의 성과 호를 함께 이르는 말. 우리말샘

주28

송나라 시기 도학가들이 문학을 인식한 태도 가운데 하나. 주관적 유심주의에 바탕을 둔 도학가들은 문장은 경시하고 도만 중시하게 되었으며, 심지어는 도와 문장이 대립적인 존재라고 파악하였다. 우리말샘

주29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1130~1200). 자는 원회(元晦)ㆍ중회(仲晦). 호는 회암(晦庵)ㆍ회옹(晦翁)ㆍ운곡산인(雲谷山人)ㆍ둔옹(遯翁). 도학(道學)과 이학(理學)을 합친 이른바 송학(宋學)을 집대성하였다. ‘주자’라고 높여 이르며, 학문을 주자학이라고 한다. 주요 저서에 ≪시전≫, ≪사서집주(四書集註)≫, ≪근사록≫, ≪자치통감강목≫ 따위가 있다. 우리말샘

주35

도덕적 가치를 담는 그릇이라는 뜻으로, ‘문학’ 또는 ‘시’를 이르는 말. 우리말샘

주37

경서(經書)에 관한 학문. 우리말샘

주38

조선 시대에, 실학의 3파 가운데 특히 북학파가 창작한 문학. 신선한 구성과 사실적 수법으로 시와 산문을 짓고, 우리나라의 속담을 자유로이 구사하며 풍자와 익살로 서민적 정취를 표현하여 한문학에 새로운 한 유파를 만들었다. 박지원, 박제가, 유득공, 이덕무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우리말샘

주39

세상을 다스림. 우리말샘

주40

국문으로 표현된 문학. 향찰, 이두 따위로 표기된 차자 문학도 넓은 의미에서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말샘

주41

문학 작품을 감상하거나 비평할 때, 문학 작품을 향유하는 독자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을 해석하는 태도 또는 입장. 작품과 독자의 관계에 중심을 둔다. 우리말샘

주42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문학. 사상ㆍ주의를 다루지 않으며, 흥미 위주의 대중 통속 문학과도 구별된다. 우리말샘

주43

중국 노나라의 좌구명이 ≪춘추≫를 해설한 책. 30권. 우리말샘

주44

조선 중기 최립 등의 고문파가 주장한 문체 회복 운동. 명나라 의고문파의 이론을 받아들여, 진한(秦漢) 이전의 유가 경전에서 볼 수 있는 순정한 문체를 재확립하고자 시도하였다.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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