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한문 필사본. 남녀 주인공의 연애담(戀愛談)과 아들의 효행(孝行)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정생(丁生)은 경기도 양근현에서 향반(鄕班)의 아들로 태어나, 10세 전에 부모를 여의고 서울에 사는 고모부 권 상서에 의탁하여 자란다. 장성(長成)한 정생은 용모가 단정하고 재주가 뛰어나 주위의 칭송(稱頌)을 받는다.
정생은 봄날 봄놀이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조(吏曹) 서리(胥吏)의 딸을 만나 백년가약을 맺는다. 얼마 후 그녀가 정생에게 편지를 보내어, 처녀로 임신하여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으니 패물(佩物)을 팔아 같이 살림을 차리자고 한다. 정생은 이 사실을 고모에게 고백할 수 없어 주저하고 있는데, 고모부 권 상서가 청풍부사로 좌천(左遷)되면서 정생은 권 상서와 같이 청풍으로 가게 된다.
어느 날 밤 홀연 그녀가 정생에게 나타난다. 그녀는 아들을 낳아 유모에게 맡기고 자살한 일을 말하고, 모년 모월 모일에 서울 광통교에 가면 유모가 아들을 데리고 나와 있을 것이라고 일러 준 후 사라진다. 그 뒤 정생은 서울에 올라와 양반집 딸과 혼인하여 아들을 낳고 재산도 모으고 이름도 높아졌다.
정생은 그녀의 원혼이 일러준 날 광통교에서 아들을 만나 데려오다가, 집안의 분란(紛亂)이 두려워 도중에 아들을 떼어 놓고 도망쳐 버린다. 그 뒤부터 정생은 재산을 탕진(蕩盡)하여 생활이 점점 어려워져 갔다. 그러다 정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속리사로 수양(修養)하러 간다.
하루는 묘향산에서 온 명승(名僧)이 암자에 있는 정생을 찾아온다. 죽은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 아버지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며, 자기가 지난날 광통교에서 정생에게 버려진 그 아들이라고 한다. 정생의 아들은 승려 생활을 중단하고 지성(至誠)으로 정생을 봉양(奉養)하기 시작한다. 정생은 신선(神仙)의 참동계(參同契)를 익히고, 정생의 아들은 신인(神人)의 교시(敎示)를 받고 동삼(童蔘)을 캐다가 정생에게 먹인다.
정생의 아들은 도술을 부려 아버지 정생과 함께 바람을 타고 수미산(須彌山) , 곤륜산(崑崙山)으로 가서 불계(佛界)와 요지(瑤池)를 구경하고 돌아온다. 정생은 유신법(遊神法)을 써서 저승으로 가서 그녀를 만났고, 그녀와 전생에서의 인연을 알게 된다. 현세(現世)로 돌아온 정생은 본가에 있는 아들을 불러오라고 하여, 명승인 큰아들에게는 도를 닦아 성불(成佛)하라고 이르고, 작은아들에게는 가문을 지키라고 이르고 죽는다. 정생의 큰아들은 생모와 유모의 묘소를 아버지 묘소 옆으로 이장(移葬)하고는 다시 승려로 돌아간다.
이 작품은 유교(儒敎) · 불교(佛敎) · 도교(道敎)가 융합되어 사상적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매우 독창적인 구성과 주제를 지닌 소설이다. 당시 시대적 사회상을 고려했을 때, 사회적 신분이 서로 다른 양반의 아들과 서리 딸의 연애는 일반적이지 않은 남녀 간의 결합이다. 이러한 신분상의 차이와 정생의 처지로 인하여 두 사람의 사랑은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다시 버리는 정생은 사랑의 배신자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저지른 일을 수습할 능력도 용기도 없는 무능력한 서생(書生)으로 그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생에게 버림받았던 아들이 명승이 되어 돌아와 승려 생활을 중단하면서까지 아버지를 지성으로 봉양하는 것은 이 작품의 주제가 효행을 강조함을 말해 준다.
정생은 현실을 도피하고 선계(仙界)를 지향하는 선계 추구자의 정형적인 인물로 설정되어 있으며, 중인(中人) 출신의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은 조선 후기 중인 계층의 성장이 소설에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