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42.2cm. 일본에 현존하는 한국 범종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서 한때 일본 국보였다가 근래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조형적으로 매우 우수한 작품이다.
전체적인 외형은 전형적인 통일신라종 양식을 갖추고 있으나 세부 문양면에서는 오히려 고려 초기적인 양상을 지니고 있어, 고려 초기인 10세기 중엽경의 작품이라는 설이 더 지배적이다. 우선 용두(龍頭)는 그 입을 천판(天板)상에 붙였으나 앞 입술이 위로 들려 크게 벌린 듯 표현되었다.
용의 정수리 위에는 뿔이 솟아올라 그 끝이 앞으로 말려 있고, 뒤쪽으로 젖혀진 귀에는 갈기가 길게 뻗어 있다. 얼굴에 비해 매우 가늘게 처리된 목에는 그 하단부에 철끈을 매달았던 흔적이 있다.
이 목과 연결되어 5단의 층단으로 구성된 굵은 음통(音筒)은 매듭형의 구획으로 나누어, 그 내부에는 앙·복련(仰·伏蓮)의 복엽연판문(複葉蓮瓣文)을 번갈아 장식하였다.
용두에서 조금 떨어진 좌측 천판상에는 마치 구름이 말려올라간 듯한 소라껍질 형태의 장식이 첨가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이형 장식은 이 종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예로서 마치 구름 위에서 용틀임하는 용의 모습을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이라 추측된다.
종신(鐘身)의 상·하대에는 삼중권으로 구성된 능형(稜形)의 반원문을 방향을 바꿔가며 반복 배치하고, 그 내부와 능형문 사이의 여백에는 당초(唐草)형태의 운문(雲文)을 빽빽히 장식하였다. 연곽대(蓮廓帶)에는 상·하대 문양과 다른 꽃술형태가 첨가된 쌍구(雙鉤)의 당초문을 연속으로 베풀고 그 여백을 연과(蓮顆)로 채웠다.
연곽 내부에는 8엽의 연화좌 위에 높게 돌출된 연꽃봉우리 형태의 연뢰(蓮蕾)를 9개씩 배치하였으나 일부는 부러져 있다. 그리고 이 종에서는 연곽과 연곽 사이가 아닌 연곽 바로 아래마다 1구씩 도합 4구의 비천상이 종신 전후면에 배치된 당좌를 중심으로 서로 마주보도록 부조되어 있다.
4구의 비천상 모두 천의(天衣)를 위로 날리며 몸을 옆으로 누이고 양 다리를 위로 올린 채 날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1조씩의 비천상은 세부 형태에서는 각기 조금씩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다. 즉 1구의 상은 오른손을 뒤로 길게 뻗은 측면관의 모습인 반면, 마주보는 또 하나의 상은 정면관이면서 오른손을 앞으로 굽히고 있다.
당좌(撞座)는 상·하대의 주문양으로 쓰였던 반원권의 능형문을 서로 합친 형태로서, 내부에는 1+6개의 연과를 둘러싼 6엽복판의 연화문과 그 외곽을 유려한 운문으로 장식한 독특한 모습이다.
이 스미요시신사의 종은 용뉴의 형태가 매우 과장되었고 음통과 천판의 외연 견대(肩帶)에 표현된 도식화한 연판문, 그리고 통일신라종에서 볼 수 없었던 비행하는 4구의 비천상과 독특한 능형문으로 구성된 상·하대 및 당좌 등으로 미루어 통일신라종 양식을 충실히 계승한 고려 초기의 범종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일본 히로시마현(廣島縣) 조련사(照蓮寺) 소장의 준풍4년명(峻豊四年銘) 종과의 유사성을 볼 수 있어 이 종 역시 그와 비슷한 10세기 중엽경의 작품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