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33.5㎝. 호암미술관 소장. 고려 후기의 소종(小鐘) 양식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S자형으로 굴곡진 용뉴(龍鈕)와 한쪽 발 위에는 보주(寶珠)를 들고 있다.
3단으로 이루어진 음통(音筒)에는 연판문이 도식적으로 시문되었으며, 상부에는 여러 개의 작은 보주가 부착되었다. 이 음통 한쪽에는 발 뒤에서 뻗은 갈기의 표현이 당초문대(唐草文帶)로 표현되어 형식화된 점을 볼 수 있다.
천판(天板) 외연에는 거치형(鋸齒形)으로 솟아난 입상화문대(立狀花文帶)를 둘렀고, 폭이 좁은 상대(上帶)는 문양이 섬약한 대신 하대(下帶)에는 굴곡진 당초문이 장식되어 있다. 네 방향의 유곽대는 당초문을 간략하게 시문하였으며 내부에는 9개씩의 연화형 종유(鐘乳)를 작게 묘사하였다.
종신에는 부조상(浮彫像)의 표현이 없이 유곽(乳廓)과 유곽 사이의 종신 하부 쪽으로 치우쳐 1개씩 도합 4구의 원형 당좌(撞座)를 배치하였는데, 1+4개의 자방(子房) 주위로 중판(重瓣) 12엽의 연판과 간엽(間葉), 그리고 이 바깥을 원권(圓圈)으로 두른 모습이다.
그리고 이 당좌 사이의 종신 한쪽면을 택해 ‘己丑五月日竹杖寺(기축5월일죽장사)’로 시작되는 5행 41자의 음각명문을 새겼다.
여기에서 기축년은 도식화된 문양과 부조상 없는 4당좌의 배치 등으로 미루어 고려 충렬왕 15년(1289)의 제작으로 추정되며 충청북도 충주에 위치했던 ‘죽장사’라는 절에서 9근의 중량을 들여 ‘대부(大夫)’라는 장인이 제작한 것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