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은 청동기문화단계와는 달리 제정(祭政)의 기능이 분화되어, 각 소국의 정치적·경제적 중심지인 국읍(國邑)에는 군사활동을 지휘하고 교역을 주관하는 세속적 지배자인 국읍의 주수(主帥)와 함께 각종 제의를 담당하는 전문적 사제(司祭)인 천군이 있었다.
사제는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주술사나 영물을 다루는 샤먼(shaman)과는 달리 집단 전체의 번영과 안녕을 위하여 규칙적인 제의를 집행하는 종교적인 지도자로서, 정치적·사회적으로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그가 맡은 중요한 임무의 하나는 농사의 풍작을 비는 일로서 매년 5월 파종과 10월 추수를 끝내고 하늘에 제사지내는 농경의례의 주재와 여러 가지 농사일정에 관한 기술지도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천의식은 발달한 농경문화의 정착과 함께 청동기시대 이래 토착사회에서 이어져오던 전통적인 습속이다. 각종 의식의 거행은 소도(蘇塗)라고 불리는 신성지역에서 이루어졌으며, 방울과 북 등 다양한 의식도구가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