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김씨. 자는 무등(無等), 호는 천봉(天峰). 황해도 서흥 출신. 아버지는 김두필(金斗弼)이며, 어머니는 조씨(趙氏)이다.
16세에 유덕사(有德寺)로 출가하여 명탁(明琢)의 제자가 되었고, 도원(道圓)으로부터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20세에 우점(雨霑)에게 불경을 배운 뒤, 여러 선지식을 찾아 공부하였다.
뒤에 배천의 호국사(護國寺)에 돌아가 참선, 정진하였으며, 해숙(海淑)의 법을 받았다. 입적하기 직전 어떤 승려가 묻기를 “스님이 항상 고공무상(苦空無常)을 말씀하시는데 또한 생사에 끄달리면 좌탈(坐脫)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태흘이 말하기를 “앉는 것이 반드시 앉는 것 아니며, 눕는 것 또한 반드시 눕는 것 아니로다.”하였다. 다시 묻기를 “스님이 이제 입멸(入滅)을 보이는데 어찌 멸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 하십니까?.” 하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적하였다.
안색은 평상시 입정(入定)할 때와 같았으며, 다비한 뒤 정골 2편과 사리 64매가 출현하였다. 제자들이 배천 호국사와 문화월정사(月精寺), 양주망월사(望月寺)에 탑을 세우고 사리를 봉안하였다. 대표적인 제자로는 환열(幻悅)·묘일(妙一)·낭규(朗奎) 등 10여 명이 있으며, 계율을 받은 승려는 수백 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