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조의 연주는 향피리로 한다. 산조는 가야금·거문고·대금 등의 악기들이 주로 발전하였고 피리산조는 최근에 연주하기 시작하였다.
그 이유는 악기 자체가 지닌 좁은 음역과 서(舌:혀라고도 함.)를 물고 있는 입술의 강도, 입김의 조절이 까다롭기 때문에 장시간 독주하기가 어렵다는 점과 산조를 한바탕 짜서 연주해온 피리연주자가 없다는 점 등이다.
1960년대 초 국립국악원에 부설되어 있던 국악사양성소(지금의 국악고등학교)의 강사 이충선(李忠善)은 한주환(韓珠煥)의 대금가락을 피리로 옮겨서 지도하였다. 피리로는 원래 시나위를 불었을 뿐이지 진양이나 중모리 등의 산조가락은 연주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충선은 피리의 명인일 뿐만 아니라 대금의 산조도 능하여, 대금으로 불던 산조가락들을 피리로도 옮겨 불면서 피리의 특성에 맞도록 가락들을 조정하였다. 이러한 이충선의 피리가락들을 서한범(徐漢範)이 거두어 채보하고 그 위에 다른 악기의 산조가락들을 첨가, 정리하여 한 틀을 짜게 되었다.
이 피리산조는 진양 10장단, 중모리 42장단, 중중모리 37장단, 굿거리 51장단, 자진모리 96장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굿거리와 자진모리는 피리 시나위 가락을 옮기고 있다.
피리 산조의 멋스러움은 피리 자체의 음량을 최대한 이용한 다이내믹한 효과와 음색의 변화, 미분음 처리, 밀어올림, 흘러내림, 꺾는소리 등의 표현기교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점과 시원하게 질러내는 대목, 그리고 쭉 뻗어 내리는 선 안에서의 여유있는 출렁거림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1920년대 피리 시나위의 명인 최응래(崔應來)로부터 사사를 받은 지영희(池暎熙)는 경기 지방(수원)을 중심으로 한 경기시나위를 전하고 있다. 무당의 구음(口音)을 피리가 따라 불던 15박의 푸살·살풀이·단오관청·자진모리로 이어지는 그의 시나위는 즉흥으로 연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