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의 출토 경위가 분명하지 않지만 평양 정백리 고분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31년 도굴되어 일본인이 보관하던 유물을 미국인이 수집하였고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칠기의 안쪽 중앙에는 소용돌이치는 구름무늬가 장식되었고 외면의 바닥 가까운 부분에 명문이 음각되어 있다. 기록을 통해 ‘하평 3년(河平三年)’ 즉 기원전 26년에 제작된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둥근 형태의 그릇에 옻칠한 협저칠반(夾紵漆盤)이다. 협저는 삼베나 모시를 바탕으로 삼아 기물의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여러 차례 옻칠을 하여 완성하는 방식을 뜻한다. 칠반의 안쪽 내부에는 원으로 선을 둘러 공간을 구획하고 내부에 소용돌이치는 구름무늬인 와운문(渦雲文)을 장식하였다. 낙랑시대 지배 계층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중국 한대(漢代)의 유물로 추정된다.
칠반에는 명문이 남아 있는데, “하평3년 촉군서공조 승여구모중반 … 공존(河平三年 蜀郡西工造 乘輿具母中飯 … 工尊)”으로 확인된다. 아쉽게도 일부가 파손되어 기록의 전체를 분명하게 해독할 수 없는 상태이다. 다행히 전한(前漢) 성제(成帝)의 연호가 판독되어, 기원전 26년에 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승여(乘輿)’라는 부분도 주목되는데, 이는 천자가 사용한 기물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명문이 있는 칠반으로 낙랑시대 칠공예품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유물의 제작 시기와 기법을 파악할 수 있어, 중국 한대 칠기 문화와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영향 관계를 고찰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유물이다.